러시아 모스크바의 강성한 면모 뒤에는 예술가의 호흡이 서려 있다. 푸시킨의 싯구와 톨스토이의 흔적, 차이코프스키의 선율은 붉은 광장 너머 도시 곳곳을 운치 있게 단장한다.

모스크바는 광장과 예술가의 도시다. 푸시킨, 톨스토이, 차이코프스키 등 예술사를 뒤흔든 인물들의 동상은 광장 곳곳에 세워져 있다. 혁명의 상징인 붉은 광장은 모스크바의 랜드마크다. 붉은 광장의 ‘크라스나야’라는 러시아 말에는 ‘붉다’는 의미 외에도 ‘아름답다’는 뜻을 간직하고 있다.

붉은 광장은 크렘린 궁의 아름다운 사원들과 빠르게 연결된다. 벨 타워 등 다채로운 종루와 사원들은 고풍스런 풍경으로 우뚝 서 있다. 이반 대제의 벨타워는 사원광장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로 20여개의 대형 종들이 간직돼 있다. 영화 ‘러브 오브 시베리아’에서 황제의 도착을 알리는 종소리 장면이 실제로 이곳에서 촬영됐다. 우스펜스키 사원에서는 차르의 대관식이 치러졌으며 스파스카야 탑은 새해아침이면 사람들이 찾아와 소원을 비는 명소이기도 하다. 원색 돔이 특이한 성 바실리 성당과 1893년 지어진 굼 백화점 역시 도드라진 예술미로 이방인의 발길을 이끈다.

길목에서 만나는 푸시킨, 톨스토이

모스크바 곳곳에서 만나는 예술가들의 흔적은 도시를 회고하는 쉼표 역할을 한다. 러시아 국민 시인인 푸시킨은 박물관과 미술관이나 거리의 이름으로 모스크바의 한 단면을 장식한다. 모스크바 사람들은 메트로역, 카페 이름으로 ‘푸시킨’을 사용할 정도로 시인에 대한 사랑이 깊다. 톨스토이가 거주하며 ‘부활’을 집필한 가옥 역시 박물관으로 단장돼 있다.

제정 러시아시절 상류층의 거주지였던 트베르스카야 거리 주변으로는 도시의 어제와 오늘이 가지런하게 공존한다. 모스크바를 건설한 유리 돌고루끼 동상과 푸시킨 동상, 차이코프스키 콘서트홀을 만나는 것도 이 거리에서다. 세계적인 발레 무대인 볼쇼이 극장 역시 골목 한편을 채운다.

투박한 거리와 달리 콤소스카야, 아스바스카야, 혁명광장 등의 지하철역은 작은 동상과 그림이 가득하다. 모스크바 지하철역에 전시된 예술작품만 5만여점. 지하벙커에 박물관을 옮겨 놓은 분위기다.

차이코프스키의 호흡 서린 수도원

모스크바의 유일한 고지대인 레닌 언덕(참새언덕)에서 내려다보는 모스크바의 풍경은 아련하다. 모스크바 강에는 유람선이 가로지르며 세월의 파문을 만들어낸다.

도시의 남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강변따라 평화로운 풍경이 늘어선다. 12개의 탑이 도드라진 노보데비치 수도원은 17세기 모스크바 바로크 양식의 건축미를 뽐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차이코프스키는 이 수도원에서 ‘백조의 호수’의 영감을 얻기도 했다. 고즈넉한 수도원 묘지에는 옐친, 유리 가가린 등이 잠들어 있다.

남쪽으로 이어지는 모스크바 강줄기는 이곳 청춘들인 ‘모스크비치’들의 주요 아지트다. 모스크비치들은 카페 보다는 공원을 선호하며 공원에서 먹고, 놀고, 즐기는 행위를 마다하지 않는다. 강변 고리키 공원은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공간으로, 도시의 오후를 향유하는 모스크바 주민들의 평화로운 모습과도 조우할 수 있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인천~모스크바간 직항편이 운항중이며 9시간30분이 소요된다. 입국시에는 비자가 필요하며 공항이 혼잡해 입국 수속을 마치는데 꽤 시간이 소요된다.

▲음식=러시아 사람들은 추운 날씨 때문에 지방질이 많은 돼지고기를 쇠고기보다 선호한다. 즐겨 마시는 보드카는 40도가 넘는게 기본이며 일부 보드카는 90도에 육박하기도 한다.

▲기타정보=모스크바는 15세기~18세기초,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러시아 정치 문화의 수도였다. 모스크바에서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의 개막전이 치러지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시내 주요 거리와 관광지는 메트로로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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