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슈 동남부 미야자키는 반전의 모습을 지닌 땅이다. 겨울이면 온난한 기후 덕에 골프, 허니문 여행지로 분주한 고장은 한 꺼풀 들추면 전통의 모습과 자연 절경이 가지런하게 공존한다.

미야자키는 겨울이면 모양새를 바꾼다. 전통 마을잔치들이 곳곳에서 펼쳐진다. 북쪽 다카치호 지역은 일본 민간신화가 담긴 요카구라 예식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요카구라는 농한기인 매년 11월에서 2월까지 시골 민가에서 관람할수 있는데 신과 사람이 예식을 통해 만난다는 점에서 한국의 굿판과 엇비슷하다.

민가에서 펼쳐지는 ‘요카구라’ 굿판

마을 주민들은 밤이 이슥해 지면 하나둘 모인 뒤 배우이자 관객이 돼 태양의 여신에 얽힌 밤샘 축제를 펼친다. 공연은 큰 방 마루에서 진행되며 가락, 흐름이 단조롭지만 마을 꼬마들까지 앉아 자리를 뜨지 않고 지켜보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배우들이 공연을 하는 공간에는 여인들은 출입 금지. 밤에 야참으로 내놓는 주먹밥도 남자들이 직접 만든다.

다카치호 지역은 미야자키 내에서도 볼거리가 가장 풍성하다. 험한 바위 절벽과 폭포가 어우러진 다카치호 협곡은 이 일대를 대표하는 명승지다. 골짜기를 따라 1km 가량 트레킹을 즐긴뒤 협곡에서 보트를 타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다카치호에서는 큐슈에서 가장 높은 현수교(142m)인 아야 현수교에 올라 아야미나미 강을 내려다 보며 아찔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큐슈 여행의 흥미로운 점은 곳곳에서 한국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쪽 가고시마의 심수관 도요지가 필수 코스이듯 미야자키에서는 난고촌이 명성 높다. 난고촌은 백제의 왕과 왕자가 망명했다는 사연이 서린 곳이다. 백제왕을 모시는 사당뿐 아니라 단청기와 구리거울 등 한국의 자취를 엿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백제왕 부자의 재회를 기리는 시와쓰 마쓰리가 백제인들의 후손들에 의해 1월 셋째주에 2박 3일동안 횃불을 켜고 진행된다. 마을에서는 한국 새우깡도 판다.

일본의 건국신화 담긴 우도 신궁

일본의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우도 신궁을 이곳 미야자키에서 구경하는 것도 독특하다. 초대 천황 부친의 전설이 서린 우도신궁은 바다절벽에 들어서 있는데 ‘행운의 구슬’을 바위에 던지는 의식이 인기 높다. 본전 뒤에는 천왕을 키우고 씻겼다는 전설의 바위와 우물이 남겨져 있다. 애완견의 건강을 비는 부적부터 득남을 기리는 에마(나무 팻말)까지, 우도 신궁은 신년새해가 되면 일본인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다.

미야자키는 이국적인 풍모로도 흥미를 자아낸다. 이토가문의 300년 지켜온 오비성터와 이스터섬의 모아이상을 복제해 놓은 선멧세는 드라마와 CF의 단골 촬영지로 사랑받는다. 아오시마 해변의 물결 바위는 ‘도깨비의 빨래판’으로 불리는데 약 700만년전 만들어진 사암이 바닷가에 펼쳐져 장관을 연출한다.

겨울 미야자키 여행에 온천을 빼놓을 수 없다. 온천 리조트는 니치난 해안가에 몰려 있다. 쉐라텐 그란데 호텔에서는 흑송림에서 삼림욕을 즐긴뒤 온천을 할수 있다. 미야자키 관광호텔은 옥으로 만든 광화석이 담겨 있는 ‘다마유라노유’ 온천탕이 유명하다. 아오시마 팜비치호텔 대욕장에서는 태평양이 어우러진 니치난 바다를 조망하며 낭만적인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글ㆍ사진=서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인천에서 미야자키까지 직항편이 운항중이다. 미야자키까지 JR열차를 이용해 이동이 가능하다. 큐슈 레일패스를 이용하면 JR열차를 특정 날짜기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음식=미야자키의 슈센노모리는 20여종의 소주를 만드는 주조장으로 명성 높은 곳. 일본인들은 미야자키 여행때 반드시 이곳에서 소주를 구입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기타정보=요카구라는 다카치호 신사 인근 마을에서 관람이 가능하며 별도의 입장료가 있다. 리조트들 외에도 기타고 온천, 쇼센큐 온천 등이 알려져 있다. 미야자키는 일본에서 손꼽히는 와인의 고장으로 고카세, 츠노 등이 와이너리로 명성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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