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경호 고려대 교수 ‘참요, 시대의 징후를 노래하다’에서 참요는 오늘날 트위터의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현실에 대한 우려감이나 정치에 대한 불만을 짧고 간결한 음악적 언어로 표출한 것이 참요다. 참요는 도참사상이나 참언을 토대로 만들어진 노래란 의미다. 목자요(木子謠)는 이성계가 왕이 된다는 내용이고 남산요(南山謠)는 정도전과 남은이 이방원에게 죽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둘 다 현실에서 그대로 일어났다. 아이들이 부르는 순수한 동요와 달리 참요는 누군가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퍼트리지만 민간의 호응이 없으면 그 생명이 지극히 짧은 경우가 많다. 안정복(安鼎福)이 지은 동사강목에 보면 고려 충숙왕 때 참요가 하나 등장한다. 이를 일러 후대에서는 흑책정사(黑冊政事)라고 따로 불렀다. “종포(綜布)를 써서 도목(都目)이 되니 정사(政事)가 참으로 흑책(黑冊)이라. 내가 기름칠하고자 하나 금년은 마자(麻子)가 적어서 하지 못하겠다.”란 내용이다. 종포(綜布)란 삼베로 고려시대에는 화폐로도 쓰였다.

도목(都目)은 관리의 근무성적 평가다. 충숙왕이 말년에 지병의 치료를 위해 외부와 접촉을 끊고 궁궐을 떠나서 이궁(離宮)에 거처할 때 왕이 총애하던 김지경이 이 틈을 타서 매관매직을 일삼은 것을 두고 나온 참요였다. 왕이 인사에 대해 재가해서 시행하도록 하달한 문서인 비목(批目)의 내용을 뇌물을 받고 지우고 고쳐서 붉은 글씨와 검은 글씨가 분간하기 어려울정도로 새까맣게 되어 흑책(黑冊)같았다고 한 것이다. 흑책은 원래 두꺼운 종이에 먹칠을 하고 기름을 먹여 아이들이 글씨 연습을 하게 만든 노트 같은 것인데 기름 먹일 때 쓰이는 것이 대마 씨로 짠 기름이다. 올해는 마자(麻子) 즉 대마 씨 수확이 적어 기름칠을 못하겠다는 뜻은 뇌물을 못 줘서 출세를 하지 못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요즘은 다양한 치료물질과 관장 같은 치료방법이 있어 어찌되었던 변비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았지만 과거에는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동의보감에는 산림경제 구급(救急)편에 ‘대변(大便)이 막힌 데’ 조문을 들어 변비에 대마 씨, 우엉 씨, 조각자(皂角刺)를 여러 방법으로 수치하여 쓴 것을 소개하고 있다. 경험방(經驗方)에는 비마자(萆麻子 아주까리)기름으로 죽을 쑤어먹는 방법도 소개되어 있다. 성호사설 만물문(萬物門)에 탁라마자(乇羅麻子)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이 또한 아주까리다.

오늘 소개할 한약재는 화마인(火麻仁) 즉 마자인(麻子仁)으로 더 많이 불리는 대마 삼씨다. 한약재로 삼씨를 팔기보다는 오히려 대마를 경작해서 올리는 수입이 더 많았던 것으로 보여 아마도 조선시대 삼씨는 종자로 못 쓰는 것을 쓰지 않았나 추측해본다. 화마인은 우리나라 각지에 분포한다. 대마의 씨앗에는 지방유가 약 30%정도 함유되어 있어 이것이 대변에 기름칠을 해주어 잘 배변되도록 하게 해준다. 성질은 차갑지도 열을 유발시키지도 않으며, 독은 없고, 맛은 달다.(平無毒甘) 비위경(脾胃經)과 대장경(大腸經)으로 약효가 흘러들어간다. 삼씨는 기름기가 많고 매끌매끌하며 윤기가 나서 특히 대장부위를 기름칠해서 딱딱한 대변을 말랑말랑하게 해서 대변이 잘 나오게 한다. 또한 기름 막을 형성하면 수분의 증발이 억제되어 습윤하게 되면서 자양(滋養)하며 덩달아 기운 또한 올라가게 된다. 그래서 특히 바짝 마른 노인이나 기운이 없는 환자나 출산 후에 탈진되어 진액이 부족하거나 해서 대장의 점막에 기름기가 없어서 발생된 변비(便秘)인 장조변비(腸燥便秘)에 쓰인다. 이런 작용을 윤조활장변통(潤燥滑腸便通)이라고 한다. 건조한 것에 기름칠해서(潤燥), 대장의 운동을 원활하게 해서 (滑腸), 그 결과 대변을 잘 통하게 한다(便通)란 뜻이다.

하지만 화마인을 계속 복용해서 설사를 시키면 안 되고, 또한 한번에 60-120g정도를 쓰면 중독현상인 구토와 설사가 한꺼번에 나타나며, 사지가 뻣뻣하게 굳어 들어가는 사지마목(四肢麻木)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혼수상태에 이르게 되므로 과다복용에 유의해야 한다. 평상시 설사를 잘하는 체질에는 사용하면 안된다. 대황(大黃)과 지실(枳實) 후박(厚朴)등과 잘 어울려 장조(腸燥)변비를 잘 치료한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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