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방치 한반도 물돌이 지형.
억만년 세월에 깎인 강변과 동굴

강원도 정선은 백두대간에 얽힌 독특한 지질구조를 만나는 이색 고장이다. 희귀한 석회 동굴과 카르스트 지형은 물돌이 곡류하천과 이어지고, 강가의 바위에서는 억만년 세월의 온기가 전해진다.

송천과 골지천이 만나는 여량면 아우라지가 떠난 임에 대한 그리움의 전설로 채워진다면, 조양강의 지류인 정선읍 봉양리의 역암은 흔한 돌덩이로 감동을 전한다.

봉양리 조양강변에 분포하는 역암은 중생대 쥐라기 시대의 흔적을 담아내고 있다. 나이로 치면 2억6천만년에서 1억4천만년 사이의 지긋한 세월을 장수한 셈이다. 역암은 하천의 운반작용으로 만들어진 퇴적암 가운데 자갈 형태의 암석들이 섞인 돌을 의미하는데 이곳 역암은 역(자갈)의 크기와 둥근 정도, 배열상태 등이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높이 2m의 대형 역암 1점은 이미 국립문화재연구소 천연기념물센터로 옮겨졌다.

중생대 역암과 물돌이 지형

가리왕산 휴양림.J
역암 안 거북 등처럼 새겨진 자갈은 크기가 수십cm에 이르는 것도 있는데, 맨질맨질한 표면은 이곳 역암들이 긴 거리와 오랜 세월을 견뎌왔음을 조용히 반증한다. 이곳 하동 역암지대는 하천변으로도 쉽게 접근이 가능해 바로 코앞에서 중생대의 과거와 조우할 수 있다.

역암 지대에서 지척거리인 읍내 병방치 계곡은 아슬아슬한 볼거리와 체험으로 가족여행객들의 발걸음을 유혹한다. 정선에는 영월의 선암마을과 꼭 빼닮은 물돌이 지형이 있다. 병방치 아리힐스에 오르면 병방산 자락아래 물줄기가 한반도의 윤곽을 만들어내며 에돌아 흐르는 정경이 펼쳐진다. 한반도 지형은 곡류하천의 침식과 퇴적의 반복으로 만들어졌다. 병방치 일대는 물안개가 피어오를 때면 더욱 몽환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화암동굴 너머 민둥산 카르스트

조양강의 지류는 정선 절경의 진수인 화암면으로 이어진다. 화암 8경을 대표하는 명소가 화암동굴이다. 화암동굴 입구까지 올라서면 따뜻한 동굴세상이 펼쳐진다. 화암동굴은 예전 금광과 채굴도중 발견된 원시 석회동굴이 결합된 독특한 구조다. 동굴 초입은 옛 갱도를 실제로 탐험하는 듯 채굴장면을 재현해 놓았고 노다지가 쏟아진 금맥도 남아 있다. 동굴길이는 총 1.8km로 수억년 세월의 대형 석순과 석주는 높이 8m, 둘레 5m에 이르는 것도 있다. 동굴 안에서는 지상에서는 멸종된 생물인 장님좀딱정벌레, 장님굴새우, 잔나비거미 등이 발견되기도 한다.

화암동굴을 벗어나 소금강을 가로지르며 만나는 몰운대, 거북바위 등 화암8경은 빛과 어우러진 층층의 기암괴석이 눈을 현란하게 만든다. 화암약수 역시 석회암 지대에서 용출되는 톡 쏘는 약수맛으로 갈증을 풀어준다.

화암동굴 금광 풍경.
421번 지방도로 접어들면 길은 억새향연으로 유명한 민둥산으로 이어진다. 민둥산은 전형적인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인 구덩이 모양의 돌리네를 만나는 장소다. 민둥산 정상아래 발구덕 마을 자체가 대표적인 석회암 지대로 ‘발구덕 카르스트’로 불린다. 민둥산 일대에 12개의 돌리네 지형중 발구덕에만 8개의 돌리네가 형성돼 있으며 ‘발구덕’이라는 이름도 이들 여덟 개의 구덩이라는 뜻에서 비롯됐다. 돌로네 옆으로는 벤치가 있어 카르스트 지형과 민둥산 정상을 함께 바라보며 호젓하게 이색지질을 음미할 수 있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영동고속도로에서 진부 IC에서 빠져나온다. 59번 국도∼오대천 지류∼정선읍내를 경유한 뒤 화암약수 방향 424번 지방도로 진입해 화암동굴과 민둥산 등을 차례로 둘러본다.

▲음식=정선 곤드레나물밥은 화암약수터 내에 위치한 고향식당이 맛있는 곳으로 소문이 났다. 정선읍내에서는 동광식당이 메밀칼국수인 콧등치기 국수와 황기족발로 유명하다.

▲기타정보=하동 역암은 정선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걸어서 닿는 거리다. 정선 전통 장터는 군것질하며 구경하는 재미가 별나다. 숙소로는 가리왕산 휴양림이 숙소로 묵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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