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칼럼에서는 수화(水火)의 체(體)와 용(用)에 대해서 말한 바가 있다. 퇴계집(退溪集)의 심무체용변(心無體用辯)에서 “체용(體用)이라는 명칭은 비록 선진(先秦) 이전 시대의 저서에 보이지 않지만 송(宋)나라 때 정자(程子)와 주희(朱熹) 이후 유학자들이 도(道)를 논하고 심(心)을 논할 때는 모두 이것을 위주로 하였다.”고 말했다. 그만큼 철학자의 사유(思惟)의 대상이 될 만큼 어렵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체용론(體用論)’을 봐도 역시 송나라 때 성리학자들이 우주론과 인성론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체용(體用)이라는 철학적 용어를 사용했다고 했다.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이나 이기일원론(理氣一元論)같은 논쟁을 할 때도 줄곧 체용(體用)은 쓰여 왔다. 그래서 감히 함부로 말할 수는 없지만 한의학적으로 말하고 있는 체용(體用)에 대해 필자가 아는 정도껏만 말해보겠다. 체(體)는 지금 뿌리를 두고 거주하고 있는 곳이고, 용(用)은 체(體)가 실재로 작용을 하고 있는 형태로 보면 좋을 듯하다. 화(火)의 체(體)는 심장이고 수(水)의 체(體)는 신장이다. 이 둘이 자기가 원래 있던 자리인 체(體)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아서 수화(水火)가 잘 사귀지 못하고 어울리지 못하면 인체는 잘 작동되지 않아서 질병이 발생하게 되거나 질병이 더욱 악화되게 된다.

반면 이 둘이 자신의 자리에서 나와서 서로 사귀어 수화(水火)가 작 어울리도록 작용을 하면 몸 전체에 수화(水火)가 골고루 분포되어 건강한 육체와 정신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오늘은 음양(陰陽) 즉 수화(水火)에서 더 분화되어 사상(四象)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 말해 보겠다. 흔히들 인터넷에서 사상을 말할 때 음양의 대표인 남녀를 놓고 설명하는 때가 많다. 남자는 양(陽), 여자는 음(陰)이다. 정말로 남자답게 씩씩하고 용감하며 불의를 보면 못 참고 여성을 귀하게 여기고, 하챦은 것 보다 큰일에 집중하며 기필코 이뤄내고야 마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남자가 남자 중의 남자로 볼 수 있다. 이를 음양으로 보면 양중지양(陽中之陽) 즉 태양(太陽)이다.

반면 남자지만 대범한 것과는 거리가 멀고 섬세하고, 속에 있는 말을 잘 못할 정도로 내성적이고, 큰일을 감당할 배짱과 배포가 없어 소극적이고,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남자는 여자 같은 남자로 볼 수 있다. 양중지음(陽中之陰) 즉 소양(少陽)이다. 같은 이치로 여자 같은 여자는 음중지음(陰中之陰)으로 태음(太陰)으로 볼 수 있고, 남자 같은 여자는 음중지양(陰中之陽) 즉 소음(少陰)으로 볼 수 있다. 태양, 소양, 태음, 소음이 사상(四象)이다. 한의사라면 당연히 이 부분도 한의학의 진단과 치료 면에 접목해서 활용해야 마땅하다. 이제마(李濟馬)가 동의수세보원이란 의서(醫書)를 내 놓으면서 이전과 다른 사상의학이론을 내 놓으면서 진단과 치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사상(四象)에 대한 이론적 해석이 탁월했을 뿐 아니라 진단과 치료에서 뛰어난 진전을 이뤘기 때문이다.

오래전에 체형사상학회에 가입해서 사상체질을 감별하고 병증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일련의 과정을 겪어보면서 인체를 보는 관점이 기존의 한의학과 다른 패러다임을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사상의학으로 모든 질병을 치료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그래도 질병을 연구하는 여러 도구 중의 하나로서는 그 탁월함을 느낄 수 있었다. 특이한 질병에 대해 사상체질로 진단하면 의외로 치료효과가 좋은 것을 경험할 수 있다. 필자가 경험한 탁월한 사상체질 한약이 몇 있다. 그 중 하나가 소양인(少陽人) 꼬맹이가 아토피로 인해서 팔다리, 겨드랑이 같이 접혀지는 곳 뿐 만 아니라 온 몸이 태선화 과정을 거치면서 전신이 가려워서 끊임없이 긁어대는 피부질환에 생지황과 석고가 들어간 처방을 사용해서 관해(寬解)에 이르게 한 것이다. 꼬맹이들이 아토피에 걸려 온몸을 끊임없이 긁어대는 모습을 보면 부모는 억장이 무너진다. 소양인이라면 사상체질로 다스려 봄직 하지만 소음인이나 태음인의 아토피 치료는 생각보다 어렵고 까다롭다. 그래도 아이들은 대부분 소양지기(少陽之氣)가 충만한 관계로 얼추 소양인으로 치는 경우가 많아서 이 치료법을 기대해봄직도 하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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