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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한의학]333-윤하약(潤下藥)-욱리인(郁李仁)

조선왕조실록이나 일성록(日省錄)을 보면 왜란(倭亂), 호란(胡亂), 사화(士禍)같은 굵직한 내용도 있지만 대부분은 조선왕실에서 왕을 중심으로 매일매일 일어나는 자잘한 사건들에 대한 얘기가 많다. 정조 2년(1788) 7월 22일 일성록을 보면 정조가 성정각(誠正閣)에서 승지 홍국영(洪國榮)을 만나서 한 얘기가 나와 있다. 홍국영이 밤새 대변을 잘 보았느냐고 하는 질문에 변비증세로 아랫배가 더부룩해서 염려된다고 말한다. 이에 홍국영은 오도형과 강명길을 불러 성상이 변비 증세로 아랫배가 더부룩하여 대변을 보기가 매우 어려우니 설사약을 올리라고 한다. 이에 오도형이 욱리인(郁李仁)을 미음(米飮)에 타고, 거기에다 생강즙을 타서 드시는 것이 좋을듯하다고 한다. 이틀 후 일성록을 보면 정조가 이질(痢疾)이 다시 도져 안 좋다고 하자 서명선이 체기가 있어 그렇다고 연유를 말한다. 이에 정조가 욱리인을 먹은 뒤부터는 달리 설사하는 일이 없으니 괴상하다고 말했다. 서슬 퍼런 대궐 안에서 이뤄진 대화라기보다는 여느 가정집의 대화처럼 정겹게 느껴진다.

욱리인은 인(仁)인 것으로 보아 일단 씨앗 종류다. 장미과의 구리(歐李), 앵두, 산앵두, 욱리(郁李)의 씨앗이다. 학명은 Pruni Semen이다. Semen은 씨앗이란 뜻이다. 서양자두가 Prune이다. 학명에서 보면 자두와 비슷한 종이라고 보면 된다. 동의보감에는 ‘묏이스랏ㅄㅣ’ 로 나와 있고 가지와 줄기와 꽃잎이 모두 자두와 비슷한데 다만 열매가 잘아 앵두만 한데 빛깔이 붉다고 나와 있다. 음력 6월에 열매를 따고 뿌리를 캐서 쓴다. 일명 차하리(車下李)라고 하고 천금등(千金藤)이라고 부른다. 껍질을 제거하고 더운 물에 담갔다가 꺼풀과 끝, 두알들이(雙仁)을 버리고 꿀물에 하룻밤을 담갔다가 갈아서 사용한다. 성질은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고 평이하다. 독은 없고 맛은 맵고 쓰며 달다.(平無毒辛苦甘) 비장(脾臟)과 대장(大腸)과 소장(小腸)으로 약기운이 흘러간다. 대소장의 마른 것을 촉촉하게 기름칠 해준다. 매운 맛은 열어젖히고, 쓴 맛은 아래로 내려주며 단맛은 습기를 주어 매끄럽게 해 준다. 이를 윤조활장(潤燥滑腸)이라 한다. 주로 조삽불통(燥澁不通)의 증상에 많이 쓴다. 이에 더하여 대소장의 기운이 꽉 뭉쳐서 꿈틀꿈틀하면서 대변을 아래로 내려 보내는 역할이 방해를 받아 그 자리에 있으면서 오랫동안 딱딱하게 굳게 되는 대장기체(大腸氣滯)의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 사용하면 기운을 부드럽게 풀어서 아래로 잘 내려준다. 이를 하기(下氣) 즉 기운을 아래로 내린다고 한다. 욱리인의 또 다른 장점은 이수(利水)작용이다. 말라비틀어진 대변을 아래로 잘 내려 보내는 것 외에 물을 잘 다스리는 역할이 있다.

최근에 환자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증상이 복창(腹脹), 복만(服滿)이다. 배가 더부룩하고 가스가 차고 심하면 뱃속에서 출렁출렁 물소리가 나는 증상이다. 결국 이 둘은 인체가 처리할 수 있는 물 이상으로 물을 많이 마셨거나 인체 수분대사가 원활하지 못한 사람에게서 나타난다. 특히 고혈압약이나 당뇨약, 관절약을 끼고 사는 어르신들이 약을 먹기 위해 물을 먹거나 자녀들이 선물해준 건강 기능식 식품을 먹느라고 다량의 물을 섭취할 때 그리고 하루종일 운동하면서 땀을 빼고 나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다량의 물을 섭취하는 경우에 복창이나 복만이 함꼐 올 수 있다. 이런 경우는 비위장의 수종을 제거하는 다른 한약 예컨대 창출, 복령, 택사, 반하 같은 한약과 함께 욱리인을 쓸 수 있다. 밥을 먹고 다량의 물을 섭취하면 체해서 명치끝이 더부룩할 수 있는데 이 때도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욱리인 자체는 훑어 내리는 작용만 있으며 따로 보(補)해주는 기능이 없어 실증(實症)에서 사용이 가능하며 허증(虛症)에는 신중하게 사용해야한다. 그래서 기운이 없는 노인이나, 큰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나 임산부가 사용하는 것은 금기시된다. 욱리인은 다른 한약재와 함께 사용할 수 있지만 주로 미음을 끓일 때 욱리인 분말을 첨가해서 함께 끓여 복용한다. 대변볼 때 힘을 너무 써서 탈항(脫肛)이 되고 하혈할 때 당귀욱리인탕(當歸郁李仁湯)을 쓴다고 했지만 필자는 이에 대한 경험이 없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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