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한국한의학연구원과 대구약령시가 공동 연구한 '한방 고유처방 자금정(紫金錠)의 아토피성 피부질환 치료 가능성 연구' 논문에 의하면 문합(文蛤), 산자고(山慈姑), 대극(大戟), 속수자(續隨子), 사향(麝香) 5가지 한약재로 만든 자금정(紫金錠)이 아토피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연구결과는 SCI 보완 통합의학 분야에서 상위 20% 안에 드는 전통의약 학술지인 Journal of Ethnopharmacology 7월 판에 실렸다.

자금정(紫金錠)은 남송(南宋)때 왕구가 편찬한 시재백일선방(是齋百一選方)이란 책에 최초로 수록되어 있다. 흔히 백일선방(百一選方)으로 불리는 이 책은 임상에서 경험했던 처방 중에 잘 들었던 101개 처방을 수록해 놓은 것이다. 자금정 뿐 아니라 공진단(拱辰丹)도 수록되어 있다. 공진단은 남송(南宋)의 손림(孫琳)이 처방한 것을 원(元)의 위역림이 자신의 저서인 세의득효방(世醫得效方)에 자세하게 기재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기록된 공진단에 대한 기록은 세종 때 김예몽(金禮蒙)이 편찬한 의방유취(醫方類聚)에 있다. 왕구의 백일선방을 의방유취에 수록하면서 소개되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자금정에 대해서 좀 더 들여다보자. 광제비급 익수(溺水)편 즉 물에 빠져 응급상황일 때 쓰는 방법이 나열되어 있는데 자금정도 그 중 하나로 나와 있다. 같은 책 정창편에도 자금정을 쓴다고 했는데 초기에 가렵다가 아프고 열이 나며, 사지가 무겁고 머리가 아프며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부스럼이 있을 때 쓴다고 했다. 아토피와 정창은 다른 질환이지만 초기에 가려움증이 있다는 것은 유사하다. 이밖에 소화가 안 되고 뭉친 적취(積聚), 기생충 구충제, 죽은 말고기를 먹었다가 문제가 된 마독(馬毒), 시신을 다루다 독에 당한 시주, 똥독인 변독(便毒), 비상(砒霜)을 먹어서 된 중독 등 모든 중독(中毒)에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소개된 처방이다.

이천이 지은 의학입문(醫學入門)에는 자금정을 구성하는 한약재에 대해 어떤 한약을 어떻게 수치해서 써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면서 여러 종류의 대극(大戟)에 대한 품평이 나온다. 자금정에는 홍아대극(紅芽大戟)을 씻어 불에 말린 것을 쓴다고 하였다. ‘유씨경험방’에 실린 다른 대극에 대해서도 품평을 해 놓았다. “항주의 자대극(紫大戟)이 상품이고, 강남의 토대극(土大戟)이 그 다음으로 좋다. 이것 역시 순을 없애고 씻어 깨끗하게 불에 말리면 자금정 만들 때 쓸 수 있다. 반면 흰색을 띠는 북방 면대극(綿大戟)은 부작용이 있어 오히려 사람을 상하기 쉽고, 허약한 사람이 복용하면 피를 토하니 조심해야 한다”고 하였다. 준하축수약의 두 번째 한약재는 대극이다. 이 놈도 반드시 조심해서 써야 할 맹독성의 한약이다. 하지만 위의 경우처럼 잘 수치해서 잠깐 동안 잘 활용해서 쓴다면 유익한 한약이 될 수 있다. 대극은 대극과 대극의 뿌리를 봄에 싹이 나기 전이나 가을에 이파리와 줄기가 말랐을 때 채취해서 쓴다. 성질은 차고 독이 있으며 맛은 쓰다(寒有毒苦). 폐장과 비장과 신장으로 약효가 흘러 들어간다. 감수와 마찬가지로 사수축음(瀉水逐飮)이 주효능이다.

사수(瀉水)란 물을 밖으로 빼낸다란 뜻이다. 축음(逐飮)이란 묽은 가래나 짙은 가래 같은 담음(痰飮)을 축출한다는 뜻이다. 당연히 물로 가득차서 부풀어 오른 수종(水腫)을 없애줄 테고, 위장이나 대장과 소장에 수음(水飮)이 가득차서 운행이 안 되면서 배가 출렁거리고 가스차서 배가 빵빵한 창만(脹滿)에 쓸 수 있다. 가슴에 물이 차 있는 것을 흉수(胸水)라고 한다. 늑막강(肋膜腔) 속에 괴는 물로 늑막염이나 늑막강에 생긴 종양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흉수가 있으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가슴의 통증이다. 심한 경우는 칼로 찌르는 듯하고, 담이 결린 듯한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폐기능이 저하되어 숨이 가쁘고 숨쉬기가 불편하게 되고 마른기침을 동반한다. 배에 물이 차는 복수(腹水)는 간장, 심장, 신장의 이상이나 복막의 염증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다. 이때도 물론 잠시 동안 쓸 수 있다. 다만 오랜 질환으로 몸이 허한 사람이나 노인과 임산부는 금한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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