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하는 ‘DUR (Drug Utilization Review)’ 즉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는 특히 어르신께서 반드시 한번은 들러봄직한 사이트다. 어르신들은 대개 여러 가지 약을 복합적으로 처방받아 복용할 수 있는데 개개의 약의 효과나 부작용은 알고 있을지 몰라도 이 약들을 함께 복용했을 때 어떤 부작용이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 수 없다. 이때 이 사이트를 이용해서 처방받은 약들을 입력하면 부작용 여부를 알 수 있고 향후 진료받을 때도 반드시 의사나 약사에게 고지해서 부작용이 없는 안전한 약을 처방받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한의사들은 오래전부터 한약을 처방할 때 임산부가 복용해서는 안 되는 한약재인 임신금기(姙娠禁忌) 한약과 함께 한약끼리 서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한약을 쓰지 않는 것을 대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약끼리 부작용을 일으키는 한약을 십팔반(十八反), 십구외(十九畏)라고 해서 별도로 수록해 놓았다. 십팔반은 함께 썼을 때 극렬한 독성이 발현되거나 부작용을 나타내는 한약 18개를 말한 것이다. 특히 지금 우리가 알아가고 있는 감수, 대극, 원화 같은 준하축수약(峻下逐水藥)을 사용할 때는 함께 쓰면 안 되는 한약 하나를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감초(甘草)가 그것이다. 약방의 감초라고 할 정도로 모든 한약 처방에 거의 다 들어가서 풍미를 높일 뿐 아니라 모든 한약을 조화롭게 하는 조화제약(調和諸藥)의 역할이 있는 감초라니 조금 의아할 것이다. 태평성혜방(太平聖惠方)에는 “상반(相反)되는 약을 함께 쓰면 병은 낫기는커녕 환자를 상하게 한다”고 하였다.

십팔반(十八反)에서 감초는 감수, 대극, 원화, 해조에 상반한다고 되어 있다. 오두는 반하, 패모, 과루, 백급, 백렴을 상반하고, 여로는 인삼, 당삼, 단삼, 현삼, 사삼, 고삼, 세신, 작약을 상반한다고 했다. 이 기회에 상외(相畏)하는 한약재도 알아두면 좋을 듯싶어 함께 소개한다. 상외란 한 종류의 약물이 다른 종류의 약물에 의해 억제를 받아 효능이 저하되거나 심지어 효능이 상실되는 경우를 말한다. 대부분은 잘 쓰이는 한약이 아니라 생략하고 인삼이 오령지를 상외(相畏)한다는 것만 기억하고 인삼을 쓸 때 오령지를 배제하면 좋겠다. 원화는 팥꽃나무과에 속한 팥꽃나무의 꽃봉오리를 건조해서 한약재로 쓰는데 봄에 꽃이 피기 직전에 채취해서 쓴다. 우리나라 바닷가 근처에서 많이 자생한다. 성질은 차고 독이 있고 맛은 쓰고 맵다(寒有毒苦辛). 폐경과 비경 그리고 신경으로 들어간다. 준하축수약인 관계로 경락에 있는 수음(水飮)을 강력하게 탈수하는 것이 원화를 쓰는 이유다. 원화가 감수와 대극과 다른 점은 매운맛(辛味)이 있어서 성질이 가벼워 상부 쪽이나 거죽인 피부 쪽으로 약성이 작용한다는 점이다. 작용하는 곳이 상부의 흉협부(胸脇部)이고 그곳의 수습(水濕)과 담음(痰飮)을 처리해서 밖으로 배출하는 일을 도맡아하게 된다. 이를 사수축음(瀉水逐飮)이라 한다. 대극(大戟)이 흉복부의 수음을 제거하는 반면 원화는 가슴에 물이 찬 흉수(胸水)를 주로 제거하는데 필요한 한약이다. 횡격막 위에 있는 심장이나 폐장을 둘러싼 막(膜)에 물이 고인 것을 흉수라고 하는데 이때 깊은 숨쉬기인 복식호흡이 안 되어 숨이 짧아지는 기단(氣短)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목에 가래가 끼어 숨 쉬는 기도를 막아 숨 쉴 때마다 그렁그렁한 소리가 나게 된다. 가슴에 수습과 담음 같은 노폐물이 쌓이면 가슴부위가 답답하고 뻐근한 통증을 느낀다. 여기에 더해 옆구리 쪽으로 당기고 아픈 통증도 수반할 수가 있다. 또한 수음이 심장을 압박하면 화(火)의 성질을 지닌 심장이 수(水)가 자신의 불꽃을 꺼트릴까 노심초사 안절부절못해서 두근두근하는 증상을 갖게 된다. 이런 현상을 “불이 물을 두려워한다”는 뜻을 가진 외수(畏水)라 하고 심장이 놀라서 두근거리는 경계(驚悸)란 증상이 나타난다. 약효가 피부 쪽으로도 발현되므로 피부의 충(蟲)을 죽이고 피부의 열꽃을 냉각시켜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다. 이를 해독살충(解毒殺蟲)이라 한다. 피부병 중에 특히 개선(疥癬) 즉 ‘옴’ 병에 효과가 있고, 탈모와 종기, 부스럼에도 사용할 수 있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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