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불가사의’ 마야의 천년 유적

쿠클칸의 피라미드 계단.
천년세월의 유적과 욕망의 땅이 어우러진 풍경은 이질적이다. 마야문명의 정수인 멕시코 체첸이사는 신(新) 세계 7대 불가사의에 이름을 올렸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된 고고한 땅이다. 체첸이사로 향하는 관문이 되는 곳이 유카탄 반도의 칸쿤이다. 멕시코 최대 휴양지의 칸쿤의 이면에 천년유적 체첸이사가 숨어 있는 것은 감동의 반전이다. 칸쿤에서 200km, 칸쿤이 떠들썩한 휴양지라면 체첸이사는 중미 최대문명인 마야 문화가 숨쉬는 숭고한 땅이다. 체첸이사는 '우물가의 집'이라는 뜻의 마야어로 유카탄 최대의 성스러운 샘이 이곳에 있다.

달력 의미 지닌 쿠클칸의 피라미드

마야문명의 중심지로 유카탄의 문화, 경제를 이끌던 체첸이사는 13세기 빠야빤 종족과의 전쟁이후 쇠락의 길을 걸었다. 천문학과 건축기술이 어우러진 체첸이사의 유적만은 고스란히 남아 신 세계 7대 불가사의이자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앙받고 있다. 칸쿤의 거대한 호텔과 바다에 들뜬 가슴들은 이곳에 들어서면 어느덧 숙연해진다.

달력의 의미 깃든 쿠클칸의 피라미드.
성기게 펼쳐진 돌덩이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는 곳은 쿠클칸의 피라미드다. 9세기 초 완성된 신전은 동서남북으로 차곡차곡 늘어선 계단이 인상적이다. 높이는 23m로, 아즈텍문명으로 유명한 멕시코시티 테오티우아칸의 거대 피라미드와 비교하면 소담스러운 규모다.

쿠클칸의 피라미드는 마야인이 그들만의 달력을 사용한 지혜로운 부족임을 보여준다. 각각 91개로 된 4면의 계단에 정상 계단을 합하면 1년을 뜻하는 365일이 되는 천문학적인 구조를 지녔다. 춘분이나 추분 때면 피라미드의 북쪽 계단 그림자가 마치 뱀의 모습처럼 드리워진다. 실제로 신전 앞 정면에서 박수를 치면 뱀이 우는 소리를 내며 기이한 분위기마저 연출한다. 뱀을 알현하는 마야 시대의 제사의식은 최근에도 축제로 재현돼 이어지고 있다.

체첸이사 유적 전경.
마야인의 지혜 깃든 다채로운 조각들 피라미드 주변으로는 마야의 유적이 낱낱이 도열한다. 체첸이사의 입구 왼쪽에는 대형 경기장이 마련돼 있다. 예전에는 제사에 앞서 원형 골대 안에 공을 넣는 경기가 치러졌는데 패자가 아닌 우승자의 영예로운 심장이 신에게 바쳐졌다. 경기장 벽면에는 옛 전설을 반증하듯 제물로 올려진 자의 목에서 흐른 피가 뱀이 되어 용솟음치는 조각이 새겨져 있다.
쏨판뜰리에 새겨진 해골 조각 / 체첸이사의 유래가 된 샘
독수리와 재규어의 제단 등 체첸이사의 제단들에는 깃털 달린 뱀이나, 재규어, 독수리 등의 조각이 있는데 이들 동물들은 마야의 용맹한 전사계급을 상징한다. 인신공양에 쓰인 자들의 해골을 쌓아 놓았던 쏨판뜰리의 조각 역시 섬뜩하다. 지명의 기원이 된 성스러운 샘물은 유적 뒤편에 자리잡고 있으며 이 샘물에서는 3만여 개의 유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대부분이 조개로 만든 장신구와 제물로 바쳐진 어린이와 성인 남자의 해골이었다. 체첸이사는 규모는 웅대하지 않아도 조각, 벽화 하나에도 마야인의 총명함과 재주가 엿보인다. 꿈의 휴양지 칸쿤에 버금가는 커다란 감동이 황량한 땅에 스며들어 있다.
칸쿤 해변.

여행 메모
가는 길 체첸이사의 관문인 칸쿤까지는 미국 LA를 경유하는게 일반적이며 캐나다 등을 경유할 수도 있다. 칸쿤에서 체첸이사까지는 셔틀버스가 다닌다.
음식 멕시코의 대표음식인 타꼬다. 타꼬는 다양한 소스를 곁들여야 제 맛인데 전통고추를 재료로 한 할라빼뇨 소스, 레몬 소스 등은 대부분 식당의 테이블에 갖춰져 있다. 체첸이사로 가는 길목인 칸쿤에는 미국풍 식당들도 즐비하다.
기타정보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밀입국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출입국심사는 의외로 까다로운 편이지만 별도의 입국 비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칸쿤의 숙소는 최고급 체인을 비롯한 호텔, 리조트가 해변을 촘촘히 둘러싸고 있다. 센트로 지역의 저렴한 모텔에서 시끌벅적한 하룻밤을 보낼 수도 있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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