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 맴도는 아티스트들의 함성

몽트뢰와 레만호 전경.

스위스 레만호가 품은 도시들은 친근하면서도 독특하다. 호수 북쪽의 스위스 마을들은 예술가들의 흔적이 서려 있고 남쪽으로는 프랑스 에비앙의 알프스가 비껴 있다. 매끈한 요트와 함께 호숫가 언덕 포도밭 길에 햇살이 내려앉는다.

레만호 동쪽, 재즈페스티벌이 열리는 몽트뢰는 예술가들의 호흡이 닿은 도시다. 호숫가를 따라 산책에 나서면 그들이 느꼈을 전율과 감동이 발길에 전해진다. 광장앞 호수를 바라보고 서 있는 동상 역시 전설적인 록그룹 ‘퀸’의 보컬 프레드 머큐리의 것이다. ‘몽트뢰는 나에게 제2의 고향이다.’ 그의 동상 아래에는 몽트뢰에 대한 지독한 사랑이 새겨져 있다.

프레드 머큐리 동상.

매년 여름 재즈페스티벌 시즌이 시작되면 레만호의 도시 중 몽트뢰의 호흡이 가장 풍성하고 빨라진다. 거리의 상가들은 자정까지 문을 열고,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이방인들이 어우러져 마을이 흥청거린다.

재즈페스티벌로 들썩이는 도시

1967년 시작된 재즈 페스티벌은 필 콜린스, 밥 딜런, 스팅 등 스타들이 참가하며 명성 높은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호수 위에 선율이 내려앉으면 감동은 요트의 돛처럼 가파르게 채워진다. 가수 딥 퍼플의 ‘스모크 온 더 워터’의 소재가 된 카지노와 스트라빈스키의 업적을 기린 콘서트홀 역시 마을 한가운데 자리잡았다.

호수가 전해주는 예술적 영감은 뮤지션들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이 밖에도 루소, 바이런, 헤밍웨이 등이 이곳을 배경으로 작품을 써내려 갔다.

시용성.
그들이 걸었을 10여㎞ 몽트뢰의 호반 산책로 중 가장 독특한 풍광은 시용성이다. 28세 때 바이런이 쓴 ‘시용성의 죄수’로 유명해진 성은 호숫가 바위 위에 세워졌으며 한때 견고한 요새 역할을 했다. 성은 멀리서 바라보면 요트와 함께 호수 위에 떠 있는 듯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다.
시용성 내부 골목 / 기거박물관

옛 성곽, 치즈의 흔적 담긴 그뤼에르

그뤼에르 고성과 마을/그뤼에르 치즈
몽트뢰에서 사토데 가는 길의 그뤼에르는 ‘엽서 한 장’의 풍경으로 다가선다. 설산을 배경으로 서있는 그뤼에르성은 동화 속에 나오는 고성의 모습을 지녔다. 19명 백작들의 거처였던 성은 현대 조각품 외에도 리스트가 소유했던 피아노가 전시돼 있으며 에일리언을 디자인한 ‘HR 기거’의 기괴한 박물관과 카페도 성 초입에 마련돼 있다.

성 아래로는 샬레풍의 집들이 옹기종기 들어섰다. 이곳 전원 가옥에서 하룻밤 머물면 창문 밖은 멀리 교회당 종소리와 젖소들의 커다란 방울 소리로 채워진다. 굳이 문밖으로 나서지 않더라도 이 세상 가장 평화로운 엽서 한 장을 이 고성마을에서 받아 볼 수 있다. 그뤼에르는 세계적인 치즈 산지로 본고장에서 맛보는 치즈 역시 입에서 전해지는 신선함이 다르다.

다시 호수로 나서면 레만호는 어느새 얼굴을 바꾼다. 온종일 잿빛 구름과 입맞추던 호수는 해질 무렵이면 파스텔톤으로 변해간다. 몽트뢰에서 모르주로 연결되는 길은 숨겨진 와인산지다. 깎아지른 절벽에 위치한 포도밭은 호수에 반사된 햇빛까지 품에 안아 풍요롭다. 이 일대 라보 지구는 레만호, 계단식 포도밭, 프렌치 알프스의 풍광이 어우러져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여행 메모
가는 길 스위스 취리히, 프랑스 파리 등을 경유해 제네바까지 열차로 이동한다. 제네바에서 몽트뢰까지 열차로 30분이 소요된다.
음식/숙소 몽트뢰 일대는 스위스 와인, 치즈 퐁듀 등이 유명하다. 특히 스위스는 화이트 와인이 명성 높다. 치즈 산지인 그뤼에르에서는 치즈 만드는 과정을 직접 견학할 수도 있다. 그뤼에르의 전원마을에서 하룻밤 묵는 체험도 색다르다.
기타정보 스위스는 유로화를 쓰지 않는다. 현지 은행에서 스위스 파운드로 환전할 수 있다. 몽트뢰 기차여행때는 골든 패스 라인, 초콜릿 트레인 등 체험이 곁들여진 테마열차를 이용할 수도 있다.

글·사진=서 진(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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