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질 급한’ 밴댕이의 고소한 맛

선수포구.
강화도 화도면 선수포구는 밴댕이 포구로 알려진 곳이다. 어판장에 싱싱한 활어들도 넘쳐나는데 들어서는 사람마다 일단 밴댕이부터 찾는다. 강화 밴댕이는 늦봄부터 6월 말까지가 제철이다.

‘집 나간 며느리는 가을 전어와 봄 밴댕이가 불러들인다’는 말이 있다. 제철 밴댕이는 맛도 좋지만 성질도 급하다. 그물에 걸리면 파르르 떨다가 제 분에 못 이겨 죽어 버린다. 산 밴댕이 본 사람이 드물고 횟집 수족관에서 헤엄치는 밴댕이는 더욱 구경하기 힘들다.

선수포구는 공식명칭이 후포항으로 바뀌었지만 강화도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선수포구로 불린다. 산란기에 접어들기 전인 늦봄이 밴댕이의 살이 바짝 오를 때다. 선수포구 근해에 조수간만의 차가 커 물살이 세고 뻘이 기름진 것은 담백한 맛에 일조했다. 대명포구 등 서해 일대 다른 지역에서도 밴댕이가 나지만 이곳 선수포구의 밴댕이는 더욱 고소한 맛으로 명성이 높다.

회, 구이, 무침으로 먹는 밴댕이

밴댕이 구이/밴댕이 무/ 밴댕이회
어판장에 들어서면 식당 아줌마의 손놀림부터가 일단 예사롭지 않다. 밴댕이 수십 마리를 횟감으로 탈바꿈시키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1분 30초. 머리와 가시를 한 칼에 쏙 도려내니 10cm 가량 짤막한 몸체만 덩그러니 남는다.

쓱쓱 담아 놓은 밴댕이회에 서둘러 젓가락을 대면 한 마리가 딱 한 점이다, 그 한 점을 한 입에 먹어주는 게 밴댕이회 식도락가들의 기본 공식이다. 초고추장을 살짝 묻혀 입안에 넣으면 담백한 기운이 입안에서 살짝 돌더니 쫀득쫀득한 여운과 함께 살점이 목구멍으로 홀랑 넘어간다. 비늘째 먹는데 비리지 않고 오히려 단맛이 배어 난다. 게 눈 감추듯 먹은 뒤 또 몇 마리 덤으로 사서 구이로 먹는 사람까지 있다.

밴댕이는 회로 먹고 구이로 먹고, 또 무침으로 탕으로도 먹는다. 싱싱한 밴댕이는 등에 은빛이 나고 윤기가 흐른다. 살이 연하고 부드러워 회로 먹는게 가장 맛있으며 기름기가 많아 맛도 고소하고 질리지 않는다.

새우젓으로 유명했던 포구

선수포구는 원래 새우로 유명한 포구였다. ‘추젓’이라고 옛날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던 새우젓이 이곳에서 났다. 밴댕이 포구로 알려진 것은 30여년 전 일이다.

“30년 전 선창 포구를 막는 공사를 했는데 인부들에게 줄 반찬이 없는 거야. 밴댕이를 회로 먹이고 구이로 먹이고 그랬지. 인부들 통해 그때부터 입소문이 나면서 외지인이 찾아 오기 시작했어.”

30년째 이곳을 지켜온 상가 주인의 추억을 짚어보면, 지천인 밴댕이를 호박하고 바꿔 먹고 쌀하고 바꿔 먹던 시절이 있었다.

도로가 포장되고 강화읍에서 버스가 다니면서 선수포구를 찾는 사람도 눈에 띄게 늘었다. 어판장에서 돈을 번 어민들은 20여 년 전부터 근사한 횟집을 열었고 포구는 제법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어판장 10여 곳의 가게 외에도 선수포구에는 대형 횟집들이 들어서 있다.

배에서 잡힌 밴댕이는 얼음을 채워 아이스박스에 보관한다. 밴댕이는 어판장 현지에서 그날 대부분 소비되며 팔고 남은 것은 소금을 뿌려 젓갈로 만든다. 머리와 뼈만 달랑 남은 밴댕이를 던지면 갈매기들이 포구 한 가득 모여드는 진풍경도 볼 수 있다.

여행 메모
가는 길 강화 선수포구까지는 김포 방향 48번 국도로 진입한뒤 양촌을 지나 대명포구, 초지대교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초지대교를 건너 84번 국도를 거쳐 길상에서 화도면 방면으로 향하거나, 남쪽 해안도로 동막해수욕장을 경유하는 길이 있다.
식당 선수포구 어판장에 10여곳의 식당이 들어서 있는데 어판장 식당들은 어선을 소유하고 있어 인근 대형 횟집보다는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밴댕이는 아이스박스 얼음 포장 구입도 가능하며 사람들이 붐비는 주말 오후는 피하는게 좋다.
둘러볼 곳 선수포구 남쪽에 청정갯벌 보존지역이 들어서 있으며 일몰로 유명한 장화리 해변도 인근에 위치했다. 전등사, 동막해수욕장 등을 함께 둘러보면 좋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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