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호수와 물길에 의지하다

충주댐.
어중간한 날씨는 싫다. 비가 오든, 날이 ‘쨍’하든 충주를 만날 때는 그런 날이 좋다. 갈증 나는 여름, 충주호는 깊고 짙다. 월악산에 웅크린 구름이나 호숫가 새벽안개도 꽤 탐스러운 몸짓을 하고 있다. 바보 같은 질문을 했다. “언제, 어디서 충주호를 보는 게 좋으냐”고. 충주호를 좀 안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말끝을 흐렸다. 일몰쯤 남산에서 봐도 좋고, 계명산에서 해 뜰 때 감상해도 괜찮고, 또 월악산도 좋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내친김에 세 번 충주호를 찾는다.

비오는 오후, 이른 새벽, 뜨거운 낮볕에 호수 주변을 빙빙 돌며 조바심을 낸다. 그렇게 세 번 충주호를 만난 뒤에야 알게 된다. 계명산 휴양림 정자에 누워서 보는 충주호가 멋지고, 새벽녘 월악나루 다리 위에서 감상하는 호수와 하늘도 그윽하다는 것을. 충주호를 맴돌다 보면 누구에게나 가슴에 와 박히는 그런 장면과 순간이 있다.

충주호 유람선 /계명산 휴양림 /남한강 카누
호반길 따라 아늑한 드라이브

충주호는 충주댐 건설로 조성된 국내 최대의 인공호수다. 충주의 보물단지다. 충주에서 단양까지는 52km 뱃길이 아득하게 이어진다. 충주호에서는 충주댐과 물문화관 등을 둘러볼 수 있으며 댐 인근에는 호수를 조망할 수 있는 카페들과 계명산 휴양림이 위치해 있다. 충주호, 월악 나루터 등에서 1시간 단위로 유람선이 다닌다.

탁 트인 호반길은 호수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다. 숲과 호수가 느닷없이 출몰하는 드라이브길을 충주에서 만날 수 있다. 호반 드라이브는 계명산 자연휴양림과 충주댐을 잇는 코스가 운치 있다. 월악나루에서 시작해 수안보까지 연결되는 597번 지방도 역시 호젓하다. 차량이 드물고 석굴사원인 미륵리사지, 송계계곡 등을 구경할 수 있다.

중앙탑공원 조각상.
물과 조각 어우러진 중앙탑공원

충주는 물의 고장이다. 충주호 외에도 아늑한 남한강 정취를 간직한 고장이다. 중앙탑공원은 서울 한강 둔치처럼 황량하고 번잡한 곳이 아닌 아기자기한 수변공원이다. 야외분수대에서는 꼬마들이 뛰놀고 수상보트가 지나는 강가 잔디밭에서는 한가롭게 가족들이 낮잠을 잔다. 공원 안은 이색 박물관과 조각 작품으로 채워져 있다. 공원에는 충주 박물관 외에도 술박물관, 수석 박물관 등 이색 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탄금대
남한강변, 중앙탑 공원의 단상은 여유롭고 시원스럽다. 공원의 숱한 조각들 중에서 최고의 작품은 국보 6호인 충주탑평리칠층석탑이다. 탑평리칠층석탑은 신라의 석탑중 가장 높은 7층 석탑으로 공원 한 가운데 우뚝 솟아 있다. 중앙탑면 일대에는 , 충주고구려비 등 충주의 지난한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삼국시대의 유물들이 위치해 있다. 강 건너 는 우륵이 가야금을 연주한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소나무숲 산책길이 인상적이다. 에서는 솔숲 사이로 충주 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물의 도시’ 충주에 호수와 강만 있는 것도 아니다. 수안보 등 온천 지구도 유명하고 그 일대에 웰빙 맛집이 몰려 있다. 수안보는 올갱이 해장국과 꿩고기가 인기 메뉴다. 올갱이는 다슬기의 충청도 방언으로 남한강 일대에서 직접 채취한다. 해장국 한 그릇이면 여행의 숙취가 단번에 사라진다.

여행 메모
가는 길 충주까지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한다. 충주호는 충주IC, 월악산은 괴산 IC가 가깝다. 충주터미널에서 수안보까지는 수시로 버스가 오간다.
숙소/음식 계명산 휴양림은 숲속의 집을 갖추고 있다. 충주호 전망이 뛰어나다. 온천과 연계한 숙소는 수안보 일대에 밀집돼 있다. 충주는 사과국수, 청명주로도 유명하다.
기타 충주호와 나란히 이어지는 길이 종댕이길이다. 종댕이길은 마즈막재주차장에서 시작되는 3개 코스로 나뉘며 심항산, 계명산자연휴양림, 출렁다리 등을 둘러볼 수 있다.

글·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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