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프라우요흐 알레취 빙하 하이킹.

한여름 빙하 위를 걷는 체험은 짜릿하다. 1년 내내 녹지 않는 빙하 위를 하이킹하는 독특한 경험이 스위스 융프라우 봉우리 아래에서 진행된다. 강렬한 여름 태양 아래, 시원한 빙하에 발자국을 새길 수 있다. 알프스의 빙하에 나서면 눈이 시리다. 뜨거운 도시에서 열차를 타고 출발해 정상역에 닿으면 더위를 잠재우는 한기가 몸안에 스며든다. 융프라우요흐의 문밖으로 발을 디디면 거대한 봉우리 아래 광활한 여름설국이 펼쳐진다. 스위스 융프라우의 독특한 진가는 빙하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역인 융프라우요흐까지 오르는 이유에는 알프스 정상에 펼쳐져 있는 빙하를 만나는 게 큰 몫을 차지한다. 알레취 빙하의 길이는 22km로 독일 흑림지대까지 아득하게 뻗어 있다. 이곳 빙하는 융프라우 봉우리와 함께 알프스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빙하의 가치는 융프라우 봉우리 못지않다.

스위스 전통 알펜호른 연주.

이런 빙하를 눈으로만 바라보기에는 아쉽다. 융프라우요흐의 빙하에서 진행되는 최고의 잊지 못할 체험은 빙하 하이킹이다. 해발 3000m 이상 고지에서 묀히요흐 산장까지 걸어보는 하이킹은 가슴 뛰는 독특한 경험이다. 세계자연유산인 빙하와 함께 하는 하이킹이라 더욱 의미 깊다. 가끔씩 호흡이 벅차고, 발걸음이 느려 지지만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다. 잠시 숨을 멈추고 주변을 바라보면 아이거, 융프라우, 묀히 등 하늘과 맞닿은 알프스의 4000m급 거봉들이 길동무가 된다. 바람이 한 점 불고, 번뇌에 찼던 여행자의 마음은 숙연해진다. 빙하 하이킹은 묀히요흐산장까지 1.7km 이어진 눈길 위를 걷는 것으로, 10월 중순까지 진행된다. 산장까지는 왕복 2시간쯤 소요되며 해발 3454m의 고도를 걷는 체험이라 약간의 고소증을 느낄 수도 있다. 하이킹의 표고차는 200m로 완만한 편이며 산장에 도착하면 사발에 담긴 마운틴 커피 한잔을 마시는 꿈같은 여유도 주어진다.

빙하위 핸드볼 이벤트

정상 액티비티와 스포츠 이벤트

융프라우요흐의 야외 스노펀 지역에서는 빙하 위 액티비티가 펼쳐진다. 빙하 위에서 눈썰매와 지프라인을 타는 이채로운 경험이 가능하다. 짧은 슬로프지만 아득한 빙하를 바라보며 설원 위를 질주할 수 있다. 스키, 보드에 익숙지 않은 가족 여행객에게는 눈썰매가 흥미진진하다. 1인 또는 2인이 함께 탈 수 있으며 발을 이용한 간단한 조작으로 스릴을 느낄 수 있다. 빙하 위에 외줄을 묶어 200m 가량 날아보는 지프라인 역시 스피드와 함께 짜릿한 쾌감을 전해준다. 스노펀 지역은 5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문을 열어 한여름에도 이색 빙하체험을 가능하게 했다. 체험 때는 현장에서 썰매, 플레이트, 부츠 등을 빌려준다.

해마다 융프라우의 빙하 위에서는 독특한 스포츠 이벤트도 어우러진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가 테니스 대결을 펼쳤고, 세계적인 육상선수인 아사파 파월이 빙하 위 100m 달리기에 도전했다. 지난해에는 골프계의 신성 로리 맥길로이가 골프 이벤트를 가졌다. 올해 7월말에는 한국 핸드볼 남자대표팀과 스위스팀의 핸드볼 친선경기가 빙하에서 펼쳐져 “대한민국!” 함성이 울려 퍼졌다. 융프라우요흐의 빙하를 즐기려면 정상에서의 시간을 넉넉하게 할애하는게 좋다. 융프라우요흐 내부에는 빙하를 깎아 만든 얼음궁전 등 볼거리도 다채롭다. 열차시간에 쫓겨 내부만 둘러보고 내려서면 생애 유일한 빙하체험을 아쉽게도 놓칠 수 있다.

글^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 길=관문인 스위스 인터라켄까지는 취리히 공항 외에도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등에서 고속열차로 이동이 가능하다. 융프라우요흐까지는 인터라켄 오스트역에서 산악열차를 갈아타고 이동한다. 융프라우철도 한국사무소(www.jung frau.co.kr)를 통해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둘러볼 곳, 음식=융프라우요흐에는 융프라우 철도 건설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알파인 센세이션, 세계에서 가장 높은 초콜릿 가게, 야외 만년설 고원지대인 플라토 지역 등을 두루 둘러본다. 전통 스위스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다양한 레스토랑들도 갖춰져 있다. ▲기타정보=정상 일대의 기온은 가을 수준이며 하이킹화, 선글라스 등은 필수 품목이다. 출발 전에는 날씨를 미리 체크해 빙하지대 오픈 여부를 확인하는게 필요하다. 열차를 자유롭게 탑승할 수 있는 VIP패스가 있으면 정상 액티비티 50% 할인과 눈썰매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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