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갯벌 나무데크.

황토가 뒤섞인 무안갯벌은 검고 붉은 향연을 펼친다. 해제반도를 따라 24번 국도를 달리는 동안 바다와 갯벌은 자맥질을 하며 오랜 시간 동행이 된다. 무안갯벌의 대표 지역은 해제반도가 서해를 품에 안은 함평만 일대다. 드넓은 갯벌은 칠산바다와 만나며 품 넓은 존재감을 드러낸다.

자연 침식된 황토와 사구의 영향으로 형성된 무안갯벌은 우리나라 바다습지의 상징적 공간이다. 2001년 전국 최초로 ‘습지보호지역 1호’에 이름을 올렸으며,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6년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2008년에는 갯벌도립공원 1호로도 지정됐다. 세계 5대 갯벌의 반열에 오른 광활한 공간은 여러 듬직한 타이틀을 지니고 있다.

생태갯벌과학관 체험공간.

희귀 생물 간직한 황토갯벌랜드

황토를 머금은 기름진 공간은 땅속 생명체들의 보금자리이자 물새들의 서식처다. 흰발농게, 말뚝망둥이 등 240여종의 저서생물, 갯잔디 등 40여종의 염생식물, 혹부리오리 등 50여종의 철새들이 갯벌에 기대 살아간다. 그중 한쪽발이 크고 커다란 흰발농게 등은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지정돼 있다. 멸종위기종이 서식한다는 것은 무안갯벌의 청정함을 대변한다. 무안갯벌의 중심인 해제면에는 무안황토갯벌랜드가 자리했다. 갯벌을 학습하고 체험하는 생태갯벌센터의 새로운 이름이다. 갯벌생태관, 갯벌 수조 등에서는 무안갯벌의 생성 원리를 살펴보고 갯벌에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들도 관찰할 수 있다. 갯벌과학관은 ‘갯벌 1㎡’가 지닌 소중한 가치를 함께 공유하는 게 주요 슬로건이다. 무안갯벌에서는 갯벌 보호를 위해 함부로 바다에 들어서는 게 제한돼 있다. 갯벌체험장은 하루 두차례 간조 때만 ‘모세의 기적’처럼 길이 열려 민낯을 드러낸다. 체험장에 발을 디디면 발가락 사이, 코 앞에서 분주한 삶을 살아가는 나팔고둥, 도둑게, 망둥이 등을 만날 수 있다.

황토를 머금은 무안 갯벌.

칠산바다 도리포의 낙지등대

갯벌 위로는 탐방로 데크가 산책로와 함께 이어진다. 곳곳에 마련된 벤치는 무안갯벌의 적막함과 소통하는 고요한 공간이다. 데크에서 내려다보면 구멍 사이로 갯벌생물들의 삶의 몸짓은 분주하게 요동친다. 갯벌 나무데크에서 멀리 시선을 옮기면 칠산바다다. 칠산바다를 바라보며 봉긋 솟은 포구가 도리포다. 무안 갯벌은 도리포 앞까지 아득하게 펼쳐져 있다. 77번 국도 뒤편으로는 황토갯벌랜드에서 도리포까지 갯벌과 나란히 달리는 드라이브길이 이어진다. 해제면 끝자락의 도리포는 서해에서 일몰과 일출을 함께 볼 수 있는 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최근에는 도리포에서 영광군 염산면을 잇는 칠산대교가 완공을 앞두고 있다. 도리포의 새로운 상징인 낙지등대 역시 대교와 칠산바다를 바라보며 묵묵하게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도리포 앞바다는 고려 상감청자 600여점이 인양된 유서 깊은 장소이기도 하다. 도리포에서 남쪽으로 향하면 홀통해변으로 연결된다. 홀통해변은 소나무숲과 모래해변, 갯벌이 한데 어우러진 한적한 여름 휴식공간이다. 홀통의 갯벌은 출입제한이 따로 없어 자유롭다.

글^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 여행메모

▲ 가는 길=무안광주고속도로를 경유한 뒤 북무안IC에서 빠져나온다. 현경면을 경유해 24, 77번 국도를 따라 달리면 무안의 갯벌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서울 센트럴터미널에서 무안행 고속버스가 오간다. ▲ 숙소, 음식=무안황토갯벌랜드 내에는 황토와 황토 대리석 등을 이용한 황토이글루, 캐라반 등 숙박시설을 새롭게 갖췄다. 무안은 대표적인 낙지의 고장으로 읍내 터미널 뒤로는 낙지골목이 형성돼 있다. ▲ 기타정보=일로읍 회산 백련지는 동양 최대의 백련 서식지다. 8월이 방문 적기로 한여름이면 흐드러지게 꽃을 피워낸다. 백련지는 이른 아침 방문하면 더욱 운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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