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향취 깃든 ‘남태평양의 낙원’

앙스바타 해변.

뉴칼레도니아는 프랑스 향기 완연한 남태평양의 섬나라다. 파리지앵들은 본토에서 휴가철이 되면 먼 길을 날아와 ‘프렌치 파라다이스’에 몸을 맡긴다. 뉴칼레도니아와의 조우는 프랑스식 흔적, 혹은 천국 찾아내기로 이어진다.

뉴칼레도니아 섬 전체의 60%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돼 있으니 이곳, ‘파라다이스’라는 표현이 과언은 아니다. 섬에는 쥐라기 시대의 원시림과 꽃과 새들이 서식한다. 문화적 향취는 수도 누메아에서 가장 강렬하다. 본섬인 라 그랑드 테르의 남서부에 위치한 누메아는 한때 프랑스 군대가 주둔했던 계획도시다. 뉴칼레도니아는 스코틀랜드의 옛 지명인 칼레도니아가 그 유래다. 첫 발견자는 영국인이지만 니켈생산을 둘러싼 유럽간 전쟁에서 프랑스가 승리하면서 프랑스령이 됐다.

누메아 아침시장.

프랑스어 쏟아내는 모젤항의 아침

멜라네시안 원주민들은 프랑스어를 국어로 쓰고, 수도 누메아의 인구 중 절반이 유러피언이다. 원주민과 유러피언이 뒤엉키는 아침시장을 기웃거리는 일, 요트가 빼곡한 모젤항의 포구를 서성거리는 일 등이 누메아의 빼놓을 수 없는 일과다. 멜라네시안의 전통의상 ‘포피네’와 이곳 특산물인 달팽이와 왕새우는 아침시장에서 단연 인기 품목이다. “봉주르”로 시작되는 이곳의 아침은 이국적이면서도 유쾌하다. 구릿빛 피부의 원주민들이 능숙하게 일상의 프랑스어를 쏟아내는 섬. 1600km 산호바다를 간직한 뉴칼레도니아에 덧씌워지는 매력이다. 숙소를 나서면 해변길이 이어지고 해변 옆으로는 그윽한 프랑스풍의 카페와 벤치들이 줄을 짓는다. 누메아를 대표하는 앙스바타 해변은 변장의 명수다. 아침 조깅부대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해변은 피크닉족들의 차지다. 청춘들은 뉴칼레도니아의 그랑블루를 앞에 두고 흰색 식탁보를 펼친뒤 바케트와 과일, 음료수 한병을 꺼내 놓는다. 늘씬한 비키니 차림보다 선명한 미녀들의 담소가 이곳에서 로망으로 무르익는다.

차바우센터

푸른 산호바다의 앙스바타 해변

열대의 섬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뉴칼레도니아는 연중 쾌적하고 따사로운 날을 자랑한다. 해변을 걷다 보면 프랑스 남부 코트다쥐르에서나 마주쳤을 따사로운 햇살이 남태평양의 훈풍이 부는 산호해변으로 슬며시 전이된다. 앙스바타 해변은 해질 무렵이면 노을을 배경으로 단아한 레스토랑들이 불을 밝히고. 자정이면 클럽을 찾는 클러버들로 채워진다. 이방인에게 도시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은 치바우센터다. 치바우센터는 파리 퐁피두센터를 설계한 이탈리아 건축가 렌조 피아노의 조형물로 세계5대 건축물로 입에 오르내린다. 철근으로 엮은 잘린 캡슐 모양의 건물은 원주민 가옥인 ‘카즈’를 형상화한 것으로 내부에는 멜라네시안의 조각, 공예, 그림 등 다양한 소장품이 전시돼 있다. 원주민의 문화와 현대건축물의 조화는 묘한 앙상블을 만들어낸다. 방문하는 사람들이 쉽게 걸음을 떼지 못하고 주위를 빙빙 맴돌게 만든다. 도시와 섬이 만들어내는 전경은 우엔토르 언덕에 오르면 광활하게 펼쳐진다. 프랑스에서 직접 가져온 조각상으로 채워진 코코티에 광장, 100년 역사를 넘어선 생 조셉 성당 등은 누메아에서 두루 둘러볼 곳이다.

글^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 메모>

▲가는 길=한국에서 뉴칼레도니아 누메아까지는 뉴칼레도니아 항공사인 에어칼린(aircalin.co.kr)이 일본을 경유해 운항중이다. 입국에 별도의 비자는 필요없다. ▲음식^숙소=뉴칼레도니아는 달팽이, 왕새우, 랍스터 등이 특산물이다. 바나나 잎에 고구마, 생선 등을 싸 먹는 원주민 전통요리 ‘부냐’도 맛이 독특하다. 현지 맥주는 ‘만타’, ‘넘버 원’이 인기 높다. ▲기타 정보=뉴칼레도니아는 기온이 올라가는 겨울시즌이 성수기고, 선선한 여름이 오히려 비수기다. 선선하고 호젓한 남태평양을 즐기려면 한국기준 여름에 방문하면 좋다. 팁 문화는 없으며, 물가는 다소 비싼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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