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와 모래가 뒤엉킨 협곡.

거친 자연으로 대변되는 서호주 북부 투어는 ‘벙글벙글’에서 눈을 현혹시킨다. 푸눌룰루 국립공원의 사암지형인 벙글벙글은 낯선 혹성에 온 듯 기괴한 지형으로 신기루를 만들어낸다. 킴벌리 고원의 벙글벙글은 2억 5천만 년 전에 형성된 사암 지형이다. 바닷속 지형이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모습을 드러냈고 반복된 침전으로 주황색 사암 단층에는 검은 줄무늬가 생겼다. 벙글벙글의 또 다른 이름인 푸눌룰루라는 명칭도 원주민 말로 모래바위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 모습이 꼭 수백만 개의 탐스러운 벌통을 늘어놓은 듯하다.

벙글벙글 트레킹

혹성의 표면 닮은 ‘벙글벙글’

호주 서북부에서는 가장 큰 도시인 브룸은 호주의 마지막 미개척지인 킴벌리 고원과 푸눌룰루 국립공원을 연결하는 관문이다. 부룸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황무지를 가로지르면 미지의 세계 속으로 빠져든다. 벙글벙글로 가는 여정은 녹록지만은 않다. 아슬아슬 곡예비행을 펼치는 경비행기를 타고 아웃백 캠프가 듬성듬성 나타나는 사막지형을 2시간 30분 남짓 날아야 한다. 호주에 남겨진 마지막 미개척지는 창공에서 내려다 보면 기괴한 풍경으로 전이돼 다가선다. 피초리 강과 기키 고지를 지나며 나타나는 벙글벙글의 첫 인상은 물고기 비늘 같기도 하고 외딴 혹성의 표면 같기도 하다. 비행기에서 내려 동글동글한 사암지형인 캐서드럴 협곡 속으로 직접 하이킹을 하는 체험은 신비롭다. 초입의 봉우리들은 쓰다듬고 싶을 정도로 앙증맞지만 몇 킬로미터 깊숙히 들어갈수록 영겁의 세월을 거치며 만들어낸 협곡과 물웅덩이 등이 경외감을 자아낸다. 대형 콘서트장 규모의 거대한 협곡에서는 해변에서나 볼 듯한 잔 모래들이 가득하다.

브룸 해변.

세계자연유산인 협곡지대 탐험

벙글벙글의 주인인 원주민들은 오랜 모래의 땅에 암각화를 새겨놓으며 자신들의 삶터에 대한 미련을 보였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벙글벙글에서는 그 옛날 원주민처럼 캠핑장에서 하룻밤을 묵는 황홀한 체험이 기다린다. 별이 쏟아져 내리는 사막에서의 ‘1박 2일’은 지울 수 없는 추억으로 가슴에 새겨진다. 원주민들의 삶을 엿보는 체험은 브룸 외곽에서도 선명하다. 비글베이에서 케이프 레베크로 이어지는 오지 탐험 투어는 이곳 원주민들의 삶과 붉은 사막의 신비로움을 선사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오프로드를 사륜구동차로 달리는 체험은 아슬아슬하면서도 긴장감 넘친다. 이곳 원주민들의 삶터는 여행자들에게도 열려 있다. 마을 교회와 학교, 구멍가게에서 콜라 한 병을 들이켜는 주민들의 모습에서 호주의 또 다른 단면이 발견된다. 브룸은 거친 자연과 짙푸른 바다, 진주잡이의 흔적을 간직한 땅이다. 도시 브룸에서는 자연과 함께 예술이 숨쉰다. ‘몬순’, ‘브룸 팩토리’ 등의 갤러리들에서는 이곳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황홀한 자연을 그려낸 그들의 여유로운 일상은 화폭에 오롯히 담겨 있다.

글^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 메모>

▲가는 길=서호주의 주도인 퍼스를 거친 뒤 브룸행 국내선으로 갈아탄다. 브룸 시내 여행사에는 푸눌룰루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버스 등 대중 교통이 있지만 장기 체류할 경우 렌터카를 이용하는 게 인근 투어를 위해 좋다. ▲숙소=케이블비치에 위치한 케이블클럽리조트는 일몰을 감상하며 묵기에 좋은 숙소다. 국립공원 내의 캠핑장에서의 하룻밤도 의미 깊다. 브룸에서는 악어, 캥거루 고기 등이 함께 곁들여지는 이색 메뉴도 맛볼 수 있다. ▲기타 정보=서호주 북부는 건기인 5~10월이 여행하기 적합하다. 우기에는 도로가 차단돼 이동이 어렵다. 브룸에서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선픽처스’라는 노천영화관을 만날 수 있으며 진주를 지키는 악어 구경이 가능하다. 서호주정부관광청(www.westernaustralia.com)을 통해 자세한 현지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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