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브리지.

‘뉴요커식’ 뉴욕 여행은 복잡한 맨해튼의 중심가를 벗어난다. 이스트강 건너 브루클린은 뉴욕의 거리 문화를 고스란히 받아낸 곳이다. 뉴욕의 뒷골목은 브루클린에서 더욱 자유롭다.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잇는 브루클린브리지는 새로운 문화의 아지트로 향하는 관문이다. 아름다운 외관의 다리는 미국의 성공시대를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1883년 완공된 이후 이스트강 위를 가로지르며 지난한 뉴욕의 역사를 지켜봐 왔다.

선착장과 이스트강

덤보, 선착장에서 예술의 공간으로

브루클린브리지의 끝자락은 ‘덤보’(Down under the Manhattan bridge overpass) 지대와 맞닿아 있다. 덤보는 예술적인 품격만 따지면 이 지역 뒷골목의 형님뻘이다. 1970년대 후반 소호에서 벗어난 예술가들이 처음 브루클린 지역에 정착한 곳이 이곳 덤보인데, 뉴욕현대미술의 중심인 첼시에 상업적 갤러리들이 몰려있다면 공장을 개조한 이곳 일대는 아티스트들의 작업실 겸 삶터가 밀집돼 있다. 이방인들에게는 직접 예술가들의 주거공간을 기웃거리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알찬 기회가 주어진다. 팝아티스트인 앤디워홀의 맨해튼 파티가 없어진 뒤, 예술가와 늘씬한 모델들은 이곳 덤보의 작업실에 모여 강건너 맨해튼의 야경을 감상하며 밤을 보내기도 했다. 아직도 남아 있는 돌길과 철로들은 이곳이 옛 브루클린의 을씨년스러운 선착장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지역은 옛 브루클린을 주무대로 촬영한 영화 ‘Once upon a time in America’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덤보에서 이스트강 동쪽 강변을 산책한 뒤 맨해튼을 바라보며 브루클린 다리 위를 걸어 건너는 것은 꽤 운치 있다.

덤보 골목.

그래피티 채워진 자유로운 골목

이스트강변을 따라 북쪽으로 향하면 윌리엄스버그로 이어진다. 그래피티와 클럽, 빈티지숍으로 채워진 윌리엄스버그의 공기는 좀 더 가볍고 자유롭다. 센스 있는 여행자라면 명소 탐방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윌리엄스버그의 여유를 한껏 누려도 좋다. 베드포드거리의 레스토랑에서 브런치를 즐기며 한적한 윌리엄스버그의 오전을 음미하고, 뉴요커들이 즐겨 찾는다는 베이글 스토어에서 갓 구운 빵을 산 뒤 옛 공장지대의 그래피티를 감상하며 골목을 서성거려 본다. 인근 ‘포피루츠코’ 공원 잔디밭에 앉아 간식으로 배를 채우며 브루클린을 햇살을 만끽했다면 서점과 빈티지 숍을 기웃거리며 윌리엄스버그의 짜릿한 밤을 기다리면 된다. 퀸스와 맞닿은 롱아일랜드 시티에서는 현대미술의 새 거점인 ‘P.S.1’에 주목한다. P.S.1은 뉴욕현대미술관인 MoMA가 수리 중일 때 그곳을 대신했던 아트센터로 최근에는 MoMA에 비해 더 자유롭고 실험적인 젊은 작가들의 미술 작품을 전시중이다. 길건너 그래피티의 총아인 ‘5pointz’가 재개발로 사라진 뒤로는 홀로 이 일대 예술의 자존심을 지켜내고 있다. 학교를 개조해서 만들어진 공간은 MoMA처럼 북적이지 않으면서도 개성 있는 분위기로 예술과 변화를 쫓는 청춘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글^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 길=한국에서 뉴욕까지는 직항편으로 약 13시간이 소요된다. 브루클린의 뒷골목은 뉴욕 지하철로 이동이 가능하다. 뉴욕에서 지하철과 연계해 버스로 환승할 때는 일정 시간 동안 추가요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레스토랑, 투어=브루클린에 들렀다면 뉴욕 최고의 스테이크 레스토랑으로 알려진 피터 루거(Peter luger)를 방문해 볼 것. 맛은 최고지만 종업원은 쌀쌀맞기로 소문난 곳이다. 뉴욕에서는 미국 드라마 촬영지를 둘러보는 투어 등 별도의 현지 테마투어를 선택해 즐길 수 있다. ▲기타정보=뉴욕하면 맨해튼이 상징처럼 언급되지만 뉴욕 시티는 빌딩군이 밀집한 맨해튼 외에도 브루클린, 퀸스, 스태튼 아일랜드, 브롱크스 등 5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진다. 최근에는 맨해튼의 주요 문화권이 땅값이 저렴한 브루클린, 퀸스 순으로 이동하는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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