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마메트

북부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튀니지는 이슬람 모스크, 모래 사막, 지중해의 바람이 맞닿아 있다. 깊숙이 들어설수록 어젯밤 상상과는 또 다른 세상이 눈을 현혹시킨다.

튀니지의 색채는 남쪽으로 내려설수록 선명하다. 북부 해안도시의 풍경이 ‘튀니지안 블루’로 채색됐다면 중남부도시들은 거친 진흙 빛깔이다. 도시마다 만나는 구도심인 메디나 역시 이곳이 더욱 정감 깊다. 튀니지 중부에서는 두 도시에 현혹된다. 카이로우안은 이슬람의 네 번째 성지로 1300여년의 역사를 지닌 땅이다. 한때 프랑스령이었던 수스는 지중해와 맞닿은 튀니지 최고의 휴양지다. 두 도시의 구도심은 모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지만 체감되는 문화적 깊이는 서로 다르다.

수스 메디나 전경

세계유산에 등재된 옛도시들

메카, 메디나, 예루살렘에 이어 4번째 성지로 여겨지는 카이로우안은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이슬람 도시다. 한때 300여개의 사원이 있었으며 아직도 시내 곳곳은 100여개의 모스크로 채워져 있다. 카이로우안의 상징인 그랑모스크는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모스크로 7세기말 처음 지어졌다. 내부 기둥은 로마풍이며 샹들리에는 베네치아의 것을 닮았다. 말발굽 모양의 기둥 아치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양식이 영향을 끼쳤음을 보여준다. 중부 해안도시 수스는 한때 올리브가 거래되던 항구였다. 지중해를 내려다 보고 들어선 메디나는 다른 도시의 것과는 호흡이나 풍경이 다르다. 대도시의 메디나가 도시 속에 웅크린 채 닫혀있다면 수스의 메디나는 어느 곳에 서나 바람과 바다가 울컥거린다. 수스는 북쪽 해변도시 와 더불어 튀니지 최고의 휴양지로 사랑받고 있다. 수스에서는 바다향 가득한 시장 수크를 무작정 헤매는 것 자체가 신비롭다. 수스의 성채인 리바트에 오르면 지중해와 메디나가 푸르고도 짙게 어우러진다.

마트마타

스타워즈의 배경이 된 사막

거칠고 황량한 땅을 언급하자면 남동부 를 빼놓을 수 없다. 는 북아프리카에서 유목을 하며 터전을 일군 베르베르인이 사는 동네다. 더위를 피한 지하 토굴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땅은 그 역사가 1000년을 넘어선다. 이곳 부족들은 ‘크사르’라는 흙벽돌로 만든 저장창고를 지니고 있는데 외부는 40도를 넘어서도 창고 안은 늘 서늘하다. 이 기이한 토굴집 마을은 영화 한편으로 세간에 알려졌다. 영화 <스타워즈>의 주요 장면이 이곳 등 사막을 배경으로 촬영됐다. 사막 위의 도시들 중 제법 그럴듯한 모양새를 지닌 곳은 남서부 토주르다. 유럽의 부호들이 묵는 화려한 호텔도 들어서 있고 도심의 모습도 제법 북적거린다. 토주르는 고대 로마시대때 로마군의 내륙진출을 위한 주둔지였고 지중해와 사막을 잇는 카라반의 길목이기도 했다. 구도심 올레드엘하데프는 14세기때 만들어진 흙벽돌 골목이 원형 그대로 고스란히 간직돼 있다. 북부 아프리카의 자연과 문명은 튀니지의 길목마다 복잡다단하게 녹아 있다. 붉은 색 켈트 모자를 쓴 할아버지와 만나는 것도, 부르카를 뒤집어 쓴 이슬람 여인과 조우하는 것도 튀니지 중남부에서 벌어지는 익숙한 단상들이다.

글^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 길=한국에서 튀니지까지 직항편은 없다. 프랑스 파리를 경유하거나 두바이, 도하를 경유해 이동한다. 튀니지 입국에 별도의 비자는 필요 없다. ▲음식^숙소=올리브 외에도 참치나 대추야자가 튀니지에서 친숙한 음식이다. 특산물인 대추야자는 사막 위에서 맛보면 더욱 달콤하다. 튀니지 사람들의 주식은 밀가루를 누렇게 쪄낸 ‘쿠스쿠스’로 밥이나 빵처럼 대부분의 음식에 나온다. ▲기타 정보=튀니지 화폐는 ‘디나르’를 쓴다. 도심에서는 프랑스어가 통용된다. 튀니지 북부는 지중해성 기후로 낮에는 더우나 밤에는 선선한 편이다. 남부의 낮기온은 40도를 넘나든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