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텐느 계곡.

캐나다 동부 퀘벡주의 가을 로망은 오래된 유럽풍 골목에 머무르지 않는다. 단풍을 품에 안은 섬세한 자연과 사람들의 독특한 문화가 매력으로 덧씌워진다. 몽트렘블랑 은 퀘벡주를 대표하는 단풍 마을이다. 퀘벡시티를 에워싼 로렌시앙 산맥은 서쪽 몽트렘블랑까지 이어진다. 고원지대인 로렌시앙의 중심마을인 몽트렘블랑의 가을 단풍은 한층 매혹적이다. 가을, 이곳과 맞닥뜨리면 호수와 세모 지붕의 집들이 담긴 가을 풍경에 가슴이 잠시동안 내려앉는다.

로렌시앙의 낙엽.

로렌시앙 산맥의 호숫가 마을

몽트렘블랑의 중심은 생 베르나르 광장이다. 이곳 벤치에 우두커니 앉아 변색된 거리를 지켜봐도 좋고 미로와 호수로 연결되는 골목을 따라 예쁜 상점과 카페를 돌아다녀도 좋다. 앙증맞고 다양한 호텔들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골목 나들이는 즐겁다. 곤돌라를 타고 마을 정상에 오르면 산 아래 펼쳐진 단풍 숲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빠른 계절엔 11월 초면 봉우리 정상에는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한다. 마니아들은 단풍 길을 트레킹이나 하이킹으로 가로지른다. 이 일대는 가을이면 단풍 사이클링으로, 겨울이면 스키로 인기 높은 곳이다. 단풍 숲은 눈만 즐겁게 하는 것은 아니다. 로렌시앙 일대는 퀘벡의 특산물인 메이플 시럽의 주요 산지로 알려져 있다. 시럽뿐 아니라 단풍 수액으로 만든 메이플 샴페인도 독특한 맛과 향을 낸다. 생 베르나르 광장에 앉아 메이플 시럽을 잔뜩 뿌린 튀김 빵 비버 테일즈를 맛보는 경험은 이방인에게 친근하고 독특하다. 비버 꼬리를 닮은 넓적한 빵은 뜨거울 때 한입 물면 ‘중독’의 맛을 낸다. ‘캐나다의 호떡’쯤 되는 셈이다.

몽모랑시 폭포.

가을을 단장하는 거리와 계곡

몽트렘블랑 인근의 도시로 따지면 몬트리올이 크고 가깝다. 자동차로 2시간 정도면 닿는다. 몬트리올 사람들의 좌우명은 ‘주아 드 비브로’(인생을 즐겁게). 도시인의 유희는 외곽뿐 아니라 도심에도 깊게 배어 있다. 몬트리올의 분위기는 파리와 뉴욕의 중간 톤의 성격을 지녔다. 들어설수록 매력이 쏟아지는 도시다. 세련된 카페와 갤러리가 밀집된 몬트리올 카르티에 라탱에는 젊은 호흡이 숨쉰다. 크레센트 거리의 바도 밤이면 활기가 넘친다. 몬트리올은 매년 국제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 가을이면 낯선 골목 모퉁이의 재즈바에 몸을 기댄 채 몬트리올 맥주인 ‘몰슨 드라이’를 기울이는 여유가 제법 어울리는 도시다. 동쪽 퀘벡시티를 거쳐 세인트 로렌스강을 따라 달리면 단풍의 향연은 또 다시 이어진다. 캐나다 동부의 360번 도로는 ‘왕의 길’로 불리는 북미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다. 폭포 감상과 함께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몽모랑시를 지나면 붉고 노란 단색을 띤 전통 퀘벡 양식의 집들이 듬성듬성 드러난다. 상쾌한 숲 속, 높이 74m의 몽모랑시 폭포를 지닌 생 텐느 계곡에서는 단풍이 한결 풍성하게 무르익는다. 이 곳의 가을은 깊고 짙다.

글^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 길=인천공항에서 밴쿠버, 토론토를 경유해 퀘벡시티나 몬트리올로 향하는 항공편으로 갈아탄다. 몽트렘블랑은 몬트리올의 북쪽에 위치했다. 캐나다의 도시간 이동에는 캐나다 횡단열차인 비아레일을 이용해도 편리하다. ▲숙소=몽트렘블랑은 중심가인 리조트 지역보다 호수 건너편의 빌리지 지역의 숙소가 저렴한 편이다. 마을 외곽에서 캠핑도 가능하다. ▲기타 정보=캐나다 동부의 가을은 한국보다 추운 편이다. 밤낮의 기온차도 심해 두꺼운 옷을 준비해야 한다. 퀘벡주에서는 프랑스어가 주로 통용된다. 몽모랑시 폭포 일대는 브런치 메뉴가 다양해 인기 높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