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나광장.

니스, 칸을 품은 프랑스 코트다쥐르 지방은 예술의 숨결이 묻어나는 고장이다. 1년 중 300일 동안 내려쬐는 햇살과 도시에 반해 샤갈, 마티스 등 예술가들이 여생을 보냈다. 코트다쥐르의 대표도시인 니스의 호흡은 아득하다. 빼곡히 도열한 낮은 건물들과 파도의 포말이 수평선까지 맞닿아 있다. 높게 늘어선 동상이 인상적인 마세나 광장은 낯선 풍경으로 니스의 중심이자 경계가 된다. 마세나 광장은 매년 니스 카니발이 열리는 화려한 공간이다. 구시가와 신상품이 쏟아져 나오는 쇼핑타운인 장 메드생 거리는 광장에서 지척거리다.

생폴드방스 골목.

산책을 부추기는 니스의 해변

구시가 살레야 광장에는 골목마다 앙증맞은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수줍게 얼굴을 내민다. 노천카페에서 기울인 커피 한잔에는 바다향과 퀴퀴한 건물향이 녹아들어 있다. 골목길에서 마주치는 간판 하나, 문패 하나도 예사로운 게 없다. 힘겹게 오른 구시가 꼭대기의 콜린성 공원은 해변이 내려다 보이는 니스 최고의 전망으로 화답한다. 니스의 산책을 부추기는 긴 해변은 ‘프롬나드 데 장글레’(영국인의 산책로)다. 예전 영국 왕족이 길을 가꾸고, 100여 세대의 영국인이 이곳에 정착해 살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먼 영국에서도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는 니스의 해변은 휴양을 위한 안식처였다. 화가 마티스는 ‘모든 게 참지 못할 정도로 매혹적이다’며 도시를 칭송하기도 했다.

마티스 박물관.

중세풍 ‘샤갈의 마을’, 생폴드방스

니스 인근에서 예술의 호흡에 더욱 한적하게 취하고 싶다면 꼭 들러볼 곳이 생폴드방스다. 생폴드방스의 터줏대감이었던 샤갈은 9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20여년 간 이곳을 ‘제2의 고향’으로 섬겼다.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언덕을 오르면 요새처럼 솟아 있는 생폴드방스는 아득히 모습을 드러낸다. 마을은 첫 인상부터가 바깥세상과의 단절의 이미지가 깊다. 외관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성벽 안으로 들어서면 골목길들은 16세기의 만들어졌다는 중세의 고풍스러운 느낌들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마을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그랑드 거리와 미로 같은 샛길들은 갤러리와 아틀리에들이 가득하다. 이곳 예술가들의 삶터이자 작업실인 갤러리들은 70여개에 이른다.

샤갈, 르누아르, 마네, 마티스, 브라크, 피카소, 모딜리아니$ 1900년대 초반 마을을 찾아 몸을 기댔던 예술가들의 면면들이다. 마을에는 이들 예술가들이 숙박료 대신 그림을 제공하고 묵었다는 작은 호텔들이 담겨 있다. 니스에서 영화제의 도시 칸까지는 열차로 불과 30분 거리다. 리비에라 해안을 따라 보석같은 마을들은 줄줄이 채워져 있다. 지중해를 내려다보며 달리는 것은 제법 운치 있다. 영화 관련 각종 포스터와 간판으로 채워진 칸은 영화제의 도시답게 기차역부터 이질적이다. 칸의 도로에는 영화제의 상징인 종려나무가 가득하다. 부티크 숍들로 채워진 바닷가 크루아제트 거리는 니스의 해변보다는 북적임이 강하다. 이방인들은 길 한편에서 유명 영화배우들의 핸드프린팅을 찾는 것으로 욕망을 대신한다. 칸에서는 쉐케르 전망대에 오르거나 생트 마르그리트 섬으로 향하는 유람선에 몸을 기대며, 아티스트의 흔적 서린 도시의 정취를 음미할 수도 있다.

글^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 길=파리에서 코트다쥐르의 니스까지 테제베(TGV)로 5~6시간이 소요된다. 니스에서 칸은 열차가 수시로 오간다. 생폴드방스는 니스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로 이동한다. 30여분 소요되며 버스는 1시간 단위로 운행한다. ▲숙소=니스 도심에 다양한 숙소들이 많다. 니스역 인근에 숙소를 마련하고 칸까지 당일치기 투어를 하는 게 편리하다. 생폴드방스에도 부티크 호텔이 있지만 주말 예약은 쉽지 않다. ▲기타 정보=코트다쥐르의 마을과 도시들을 둘러보는 가장 빠르고 저렴한 방법은 열차를 이용하는 것이다. 30분~1시간이면 칸, 니스에서 모나코까지 두루 이동할 수 있다. 칸보다 니스지역의 물가가 저렴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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