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와 페달이 함께 흐르는 도시

운하와 자전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의 도시’다. 고흐, 렘브란트 등 유명 화가들의 흔적이 서린 도심 길목은 길이 가로지르며 여유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도시의 상징인 운하가 개설된 지는 400년을 넘어섰다. 운하를 가르는 다리 위로 자전거들이 분주하게 달리는 풍경은 암스테르담에서는 일상의 모습이다. 수백년 세월이 흘렀지만 운하 위로는 여전히 뱃길이 이어져 도시의 대동맥 역할을 한다. 보트와 나란하게 도시의 흐름을 ‘안단테’로 이끄는 매개가 바로 자전거다. 자전거의 일상화 덕분에 암스테르담은 매연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에코 도시’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유모차 자전거

중세 건물, 미술관 사이 자전거 도로

‘아이 바이크 홀랜드(I bike holland)’. ‘나는 네덜란드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이채로운 문구를 암스테르담 곳곳에서 살필 수 있다. 자전거 이용자의 모습도 제각각이다. 양복을 입은 샐러리맨, 미니스커트에 빵모자를 쓴 여인, 백발의 노파…. 출근시간이 지날 무렵에는 유모차를 자전거 앞뒤에 연결한 주부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여행자들 역시 자전거 풍경만큼 여유롭게 도시를 향유한다. 국립박물관, 반 고흐 박물관 등에서는 렘브란트, 반 고흐, 베르메르의 작품이 전시중이다. 뮤지엄 광장을 중심으로 암스테르담에는 수십 개의 미술관이 들어서 있다. 왕궁이 들어선 담 광장은 1970년대 전 세계에서 히피들이 모여들어 예술을 찬미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암스테르담의 자전거길의 폭은 차선 못지 않게 넓으며. 자전거 도로에도 엄연한 일방통행길이 존재해 운하를 기준으로는 우측으로 달리는 게 정석이다. 건물을 새롭게 지을 때도 자전거길을 확보하고 있느냐가 주요 관건이다. 에이셀 호수의 저지대를 간척해 만든 도시는 맞배지붕의 중세 건물들이 운하와 도로와 균형을 맞추며 마주보며 서 있다. 16,17세기 가옥들은 네덜란드가 가장 번영한 시절에 부를 얻은 시민계급들이 세운 공간이다. 집 정문을 찬찬히 살펴보면 소유한 부를 상징하는 ‘코니스’라 불리는 계단, 종모양의 장식을 엿볼 수 있다.

중앙역

독특한 개성 지닌 바이크 카페들

마헤레 다리처럼 배가 오갈 수 있는 개폐형 다리를 지나면, 운하 옆으로는 하우스보트 등이 운치를 더한다. 암스테르담의 운하들은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돼 있으며 꽃시장, 홍등가, 벼룩시장, 차이나타운 역시 슬라이드와 마주하듯 자전거로 쉽게 다가설 수 있다. 대부분의 호텔에서는 노란색 자전거를 비치하고 외지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자전거 이용을 권장한다. 굳이 승용차를 이용하려면 호텔에 투숙하더라고 별도의 주차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암스테르담의 소소한 일상들은 모두 느린 작품처럼 다가선다. 거리의 카페는 도시를 상징하는 또 다른 문화로 정착했다. 단골 카페를 몇 개 정해 놓고 그 날의 기분에 따라 자전거를 타고 카페를 방문하는 것은 이곳 주민들에게 삶의 휴식이자 즐거움이다. 카페의 테라스는 운하를 향해 열려 있고, 독특한 개성을 지닌 아담한 카페와 카페에 몸을 기댄 사람들은 그 자체로 암스테르담의 오브제가 된다. 글^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 길=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이 도시의 관문이다. 공항에서 까지는 열차로 15분이면 연결된다. 1920년대에 도입된 트램은 운하와 함께 암스테르담의 명물이다. 버스는 운하의 외곽지역을 연결할 뿐 구도심 안으로의 진입은 통제된다. ▲음식^숙소=겉은 거칠고 뜨겁지만 속은 부드러운 크로켓은 암스테르담의 별미 길거리 음식이다. 숙소는 고급 체인호텔부터 게스트하우스까지 다양하며 구도심의 방값은 비싼 편이다. ▲기타 정보=레이체 광장, 렘브란트 광장 등은 자정 너머까지 불야성을 이루는 나이트라이프 스폿이다. 암스테르담 은 1889년 인공섬 위에 8000여 개의 말뚝을 박아 세운 건축작품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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