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크 루이스 설경.

캐나다의 자연을 강건하게 대변하는 산줄기가 로키 산맥이다. 캐나다 최초의 국립공원인 밴프는 로키의 관문격이 곳이다. 밴프 국립공원 일대는 겨울이면 눈꽃트레킹, 온천, 스키 등으로 더욱 단아하게 치장된다.

캐나다의 가장 멋진 산악 경관을 자랑하는 아이스파크 파크웨이 일대를 달리는 것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산자락은 하얀 병풍처럼 도로를 에워싼다. 철저하게 보호받는다는 야생의 흑곰, 큰뿔 양이 금방이라도 병풍을 젖히고 걸어 나올 것만 같다. 여행자들은 아지트인 밴프 타운에 일단 짐부터 풀어 놓는다. 전 세계 청춘들이 몰려드는 밴프 중심가에는 각 나라 별미가 가득하다. 산악마을의 밤은 로키와 밴프의 자연을 찬미하는 대화로 채워진다.

밴프 스키장 리프트.

설퍼산 상고대와 유황온천

밴프타운에서는 아침 일찍 설퍼산에 오를 일이다. 상고대가 핀 길을 지나 아득한 산세를 방해 없이 음미하는 기분은 묘하다. 눈앞에는 런들 산과 캐스케이드 산이 묵묵하게 솟아 있다. 트레킹을 마친 뒤 전망대 라운지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면 설국과 뒤엉킨 진한 행복감이 밀려든다. 밴프의 겨울은 몰려 드는 스키어들로 분주해진다. 이 일대에 대형 스키 리조트만 3곳이나 된다. 2000m를 넘어서는 준봉에서 뻗어내린 슬로프가 수백 개다. 이곳 겨울 스키의 매력은 로키의 화려한 풍광을 감상하며 질주할 수 있다는 것. 설질은 습기 없이 보드라운 파우더 스노우다. 곤돌라에 올라 경치만 바라봐도 로키의 고혹스러운 겨울이 실감난다. 밴프에서는 100년을 넘긴 온천 또한 명물이다. 핫 스프링스 온천은 1884년 철도 노동자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유황온천으로 뜨끈한 노천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스키어들은 하루의 피로를 이곳에서 나른하게 풀기도 한다. 밴프 인근에는 보 폭포 등이 사연을 더한다. 보 폭포는 메릴린 먼로 주연의 ‘돌아오지 않는 강’의 배경이 된 곳으로 메릴린 먼로는 밴프 스프링스 호텔에 투숙하며 촬영을 했다.

밴프 타운.

레이크 루이스의 아득한 설경

밴프에서 레이크 루이스를 잇는 보 밸리 파크웨이는 활처럼 휘는 낭만의 도로다. 빠른 고속도로가 개통됐지만 굽이굽이 설경을 구경하는 데는 옛길이 운치 있다. 이 일대에서 가장 가슴 벅찬 감동을 선사하는 곳은 빅토리아 빙하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레이크 루이스 호수다. 호숫가 오두막과 전나무 숲의 설경은 눈물이라도 쏟아질 듯 아름답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딸인 루이스 공주의 방문을 기념해 이름 붙여진 호수는 ‘작은 물고기들의 호수’라는 앙증맞은 별칭도 지니고 있다. 이곳에서는 겨울이면 말을 타고 호수를 감상한다. 산책을 끝내면 기품 있는 호텔에서의 차 한 잔이 어우러진다.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스 호텔에는 호수를 바라보며 ‘애프터눈 티’를 즐기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창밖으로는 계절에 따라 색을 달리하는 호수가 눈에 알알이 박힌다.

글^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 메모>

▲가는 길=항공편으로 앨버타주 캘거리까지 이동한 뒤 밴프타운으로 향한다. 캘거리에서 밴프타운까지 승용차로 약 2시간이 소요된다. ▲음식^숙소=밴프타운 일대는 세계의 각종 먹을 거리가 집결한 곳. ‘발칸 그릭’ 레스토랑에서는 전통 그리스 음식을 맛볼 수 있고 ‘메이플 리프 그릴 & 스프릿’은 앨버타 전통 스테이크로 명성 높다. ▲기타 정보=겨울 밴프는 스키천국이다. 밴프 일대 3곳의 스키장을 잇는 교통과 리프트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패스를 이용하면 레이크 루이스까지 편리하게 둘러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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