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간에서의 사색.

미얀마의 불교 유적은 단아하고 고혹하다. 시간을 거스르는 융성한 탑과 사원들은 천진난만한 주민들의 삶과 따사롭게 어우러진다. 미얀마는 불교의 나라다. 국민 86%가 불교신자다. 길목 곳곳에서 승려들의 탁발행렬과 존중받는 일상이 공존한다. 차량 운전석 옆은 승려들의 전용좌석이다. 완연한 불교의 흔적은 내륙 한 가운데에 위치한 바간에서 강렬하다.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 3대 불교 유적인 바간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드르 사원과 어깨를 견주는 찬란한 불교성지다.

부처 조각.

세계 3대 불교 유적 ‘바간’

천년 전 건설된 2500여개의 탑과 사원들은 황토 빛 땅 위에 끝없이 늘어서 있다. 11세기 바간 왕조가 들어서면서 전국에는 400만개가 넘는 사원이 들어설 정도로 미얀마의 불교문화는 번성했다. 오랜 생채기를 지닌 바간의 탑들은 외형만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담마양지 사원, 아난다 사원 등 웅대한 사원들도 많지만 인적 뜸한 돌탑에서 홀로 만끽하는 휴식은 거룩하다. 이방인들은 거미처럼 벽을 기어올라 한 뼘도 안되는 공간에서 드넓은 평원과 시선을 맞춘다. 극락정토와 수많은 탑들 너머로 해가 지는 광경은 숙연하다. 도시인의 일상은 미얀마의 관문이자 최대 상업도시인 양곤에 짙게 담겨 있다. 2005년 미얀마의 수도가 산악지대인 네피도로 옮겨지기 전까지 양곤은 미얀마의 수도였다.

쉐라돈 파고다.

‘황금의 탑’ 쉐라돈 파고다

양곤에서는 미얀마인들에게 성지처럼 여겨지는 쉐라돈 파고다가 있다. 높이 99m에 수천톤의 실제 황금으로 단장된 쉐라돈 파고다는 국민들이 생전에 한번은 꼭 방문하고 싶어 하는 ‘인생 목표’의 탑이다. 탑 주변의 풍경은 바간과는 사뭇 다르다. 연인들이 경내에서 데이트도 즐기고 불전 안에서 도시락도 먹고 낮잠도 잔다. 미얀마인들에게는 불교와 삶은 가깝게 밀착돼 있다. 양곤대학교 옆 골든 밸리 지역은 흡사 서울의 미니 청담동 분위기이다. 집도 으리으리하고 명품 숍도 들어선 낯선 모습이다. 반면 양곤강 건너 달라지역은 아직도 60~70년대 낙후된 변두리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연인들은 양곤의 인야호수나 깐도지 호수에서 주말을 보내는데 미얀마 남자들은 대부분 치마처럼 생긴 론지를 입는다. 여인들은 하얀 피부를 위해 나무 껍질을 맷돌에 갈아서 만든 타네카를 얼굴에 바른다. 미얀마 제2도시인 북쪽 만달레이는 양곤과는 모습이 이질적이다. 길에 나서면 온통 승려들의 세상이다. 아침 공양을 하는 승려들, 미니 트럭에 매달려 가는 승려들과 흔하게 마주치게 된다. 만달레이는 미얀마의 마지막 왕조인 꽁바웅 왕조의 도읍지로 승가대학 등이 있어 미얀마 스님의 절반 이상이 이곳에 머물고 있다. 인근의 마하 간다용 짜용 수도원에서는 수천 명 스님들의 탁발 공양 행렬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여행 메모>

▲가는 길=인천공항에서 미얀마의 관문인 양곤까지 직항편이 운항중이며 태국이나 베트남을 경유해 가는 방법도 있다. 양곤을 기점으로 미얀마에서의 도시간 이동은 항공기를 이용하는게 편리하다. ▲음식^숙소=볶음밥인 터민쪼와 볶음면인 카우싸이접이 미얀마의 대표음식이다. 미얀마 맥주도 꽤 맛있는 편이다. 올드 바간 지역에 게스트하우스들이 다수 있다. ▲기타 정보=미얀마는 다민족 국가로 160개의 민족으로 구성돼 있다. 면적은 한반도 전체의 3배. 위치는 인도, 중국, 라오스, 태국, 방글라데시와 접하고 있다. 미얀마 화폐는 짯으로 달러를 현지 시장 등에서 짯으로 환전 가능하다.

글^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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