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산온천 휴양촌 설경.

강원도 속초의 따끈한 겨울명소는 척산온천 지구다. 용천수 온도가 50도를 넘나드는 척산온천은 시린 바다산책과 설악산 산행 뒤의 언 몸을 훈훈하게 녹여준다. 속초 척산 온천 지구는 온천탕뿐 아니라 송림 산책로. 설악산 산세, 마을의 사연까지 곁들여져 흥미롭다. 척산 온천이 들어선 노학동 일대는 예전부터 땅이 따뜻해 눈이 오는 겨울에도 풀이 자라던 마을이었다. 주민들에게는 온정리, 양말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익숙하다. 날개를 다친 학 한 마리가 이곳에서 나오는 뜨거운 물에 상처를 치료했다는 전설과 함께 '학사평' 이라 불리기도 했다.

척산온천 온천수.

겨울에 풀 자라던 ‘따뜻한 마을’

따뜻한 마을이었던 척산이 온천으로 변신한 것은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강점기 때 온천이 처음 발견되기는 했지만 온천공이 제대로 뚫리지 못했고, 1970년대 초반을 전후로 수천 톤의 온천수가 용출되며 본격적으로 척산온천시대의 문을 열었다. 1970년대 초반 원탕 온천이 개장됐을 때는 10평 남짓한 남루한 온천 목욕탕에 불과했다. 마을 주민이나 입소문을 듣고 온 설악산 관광객들이 하나둘 들르던 소박한 공간이었다. 1985년 원탕 자리에 온천이 새롭게 개관하며 온천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척산온천 휴양촌 외에도 척산온천탕, 족욕공원 등이 들어서며 온천지구의 외관을 갖추게 됐다. 노학동 길을 따라 연결되는 설악 워터피아, 설악파인리조트 등도 폭넓게 속초와 척산 일대의 온천이다. 척산 온천은 강알카리성 온천으로 온천수의 온도가 50도 안팎을 유지한다. 온천수는 수분이 무거우면서도 부드러워 만지면 매끄러운 감촉이 전해지기도 한다.

해맞이공원 인어상.

온천과 이어지는 송림 산책로

웰빙과 힐링을 테마로 한 척산온천 휴양촌은 외곽을 둘러싼 송림 산책로가 인상적이다. 1km 넘게 뻗어 있는 이 길은 설악 누리길과 연결되며 온천 탕 안에서 산책로가 편안하게 내려다보인다. 송림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척산마을 족욕공원으로 연결된다. 척산온천 휴양촌에서 벗어나 척산교를 넘어서면 척산온천장이다. 척산온천지구의 양 축을 이루는 온천장으로 속초 현지 주민들이 부담없이 즐겨찾는 곳이다. 온천수의 효능에 있어서는 두 온천이 크게 다르지 않다. 척산온천장은 별도의 노천탕은 없지만 대온천탕 창 너머로 설악산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척산 온천 인근의 실향민 문화촌은 이북 5도 가옥을 비롯해 실향민들이 아바이 마을을 형성했던 당시의 ‘하꼬방’ 골목을 생생하게 재현해 놓았다. 문화촌 방문때는 하루 두 차례 펼쳐지는 풍물패 공연시간에 맞추면 신명 나는 풍물시연을 감상할 수 있다. 설악산과 함께 속초를 치장하는 곳은 동해 바다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는 소리가 마치 거문고 소리처럼 아름다워 이름 붙여진 영금정은 겨울이면 파도소리가 더욱 또렷하다. 영금정 인근의 등대전망대에 오르면 속초의 해안선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영금정 일대를 찾은 이방인들에게 동명항 활어회센터 역시 입을 즐겁게 해준다.

글^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 메모>

▲가는 길=서울 강남, 동서울 고속터미널에서 버스가 수시로 오간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춘천 양양 고속도로 속초IC에서 빠져나와 학사평교차로를 경유한다. ▲음식^숙소=최근 속초 여행자들의 필수 코스가 된 곳은 속초관광수산시장이다. 시장 닭전골목의 닭강정은 속초의 별미로 사랑받고 있다. 지하1층에서는 인근 포구들보다 저렴한 가격에 회를 맛볼 수 있으며 씨앗호떡, 순댓국도 맛있다. ▲둘러볼 곳=대포항과 가까운 해맞이 공원은 한적한 휴식과 함께 해돋이를 선사하는 곳이다. 공원 산책로에 들어선 조각상들은 운치를 더한다. 인어상은 '영원한 사랑이 이뤄진다'는 사연과 함께 연인들이 즐겨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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