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베이의 뒷골목에 들어서면 복고풍 가게, 개성 짙은 음식들의 기다림조차 즐겁다. 타이베이의 거리에는 옛 것과 새 것, 멋과 맛이 소담스럽게 공존한다. 타이베이 나들이의 오랜 명소는 서울의 명동격인 시먼딩 일대다. 신도심의 ‘타이베이 101 타워’ 역시 새 랜드마크로 주목받는다. 영화 ‘비정성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었던 지우펀이나 온천마을 베이터우는 외곽 투어의 인기 루트다.

오랜 유적 옆 별미 음식들

수도 타이베이는 19세기 청나라때 단수이강 서쪽에 다다오청 항구가 들어서고. 미국 일본 등의 외세를 겪으며 도시의 기틀이 마련됐다. 간직된 세월은 오랜 향과 함께 피어오른다. 타이베이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이자 사찰인 용산사는 주민들이 마음의 성지로 섬기는 곳이다. 도교, 불교. 토착신앙이 결합된 공간은 도심 한가운데 들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향을 손에 쥐고, 운세의 나무토막을 던지고, 인연을 기원한다. 중정기념당은 대만의 초대총통인 장제스를 기리는 역사공간이고, 국립고궁박물관에는 국민당 정부가 중국 본토를 떠나며 가져온 유물 60만여점을 소장중이다. 고궁박물관 인근에는 타이베이에서 가장 큰 규모인 스린야시장이 들어선다. 100년 세월을 간직한 야시장에서는 타이베이의 길거리 음식을 죄다 맛볼수 있다. 바삭하게 구운 빵안에 소가 들어간 ‘다빙바오샤오빙’은 시장의 명물이다. 라오허제, 닝사루 등 타이베이의 7개 대표 야시장만 둘러봐도 도시의 밤은 짧다.

용산사.

온천 동네와 차밭 언덕마을

번잡한 도심을 떠올리면 타이베이 외곽 풍광은 한결 다소곳하다. 타이베이 북쪽에는 온천마을 베이터우가 있다. 유황 냄새 피어오르는 온천은 나무 전봇대, 돌계단 숲길 등이 어우러져 시간이동을 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타이완 영화의 전성기때 베이터우는 단골 촬영지로 ‘타이완의 할리우드’로 불리기도 했다. 주민들이 쓰던 공중목욕탕은 온천박물관으로 변했지만 온천 호텔과 천연온천계곡은 옛 모습으로 남아 있다. 타이베이의 남쪽 언덕인 마오쿵은 차밭 세상이다. 마오쿵 구릉 꼭대기까지 대만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가 오른다. 타이베이 분지와 도심 마천루가 이곳에서 아득하게 내려다 보인다. 언덕 아래 길목은 찻가게들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다. 대를 이어 운영하는 유서 깊은 찻집에서는 시간이 차향만큼 더디게 흐른다. 홍등이 매달린 옛 금광 마을 지우펀, 유럽식 건물을 간직한 항구마을 단수이까지 타이베이의 설렘은 연결된다. 어느 길목을 서성이든 샤부샤부인 훠궈 한그릇, 대만식 호떡 총좌빙이 입맛을 유혹하는 곳이 타이베이다.

<여행 메모>

▲가는 길= 타이베이의 1회용 승차권은 한국의 옛 토큰처럼 푸른색 플라스틱 코인으로 돼 있다. 토큰 안에는 IC칩이 내장돼 있어, 탈 때 코인을 태그하고 내릴 때 개찰구 구멍에 넣으면 된다. 이지카드라는 플라스틱 카드도 대중화돼 버스, 지하철을 편리하게 탑승, 환승할 수 있다. ▲음식=딤섬식당 ‘딘타이펑’ 본점은 도심 용캉제 거리에 들어서 있으며 줄을 서는 일이 다반사다. 툭툭 끊어지는 면발에 고기가 통째로 들어가는 우육면 역시 타이베이에서 꼭 맛봐야 할 별미다. ▲기타정보=타이베이의 지하철 좌석은 평행한 방향 외에도 정, 역방향이 공존한다. 초행자들이 주의할 점은 지하철 안에서 껌을 씹거나 음료를 마시는 행위가 금지된다는 것. 개찰구 넘어, 무심코 음식을 먹다가 적발되면 센 벌금을 물어야 한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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