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씨는 실적 때문에 업무 스트레스가 심하다. 지난해에도 실적 때문에 승진되지 못해 올해는 부담이 더 커졌다. 지금까지 정기검진에서는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최근 들어 감기도 자주 걸리고, 늘 피로하며, 몸 여기저기 염증도 자꾸 생겨 건강에 자신감이 부쩍 떨어진다. 병원에서는 아직 질병단계는 아니지만, 오래 지속되어 온 여러 가지 스트레스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진 결과로 몸 여기저기가 아픈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E씨는 신혼 초부터 남편의 여자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지만, 아이들 때문에 참고 살아오다 보니 환갑이 넘었고 그동안의 울화가 쌓여 안 아픈 곳이 없을 정도로 온 몸 통증이 심하다. 어느날 정기검진에서 유방암 판정을 받고 암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았다. 살면서 가슴 속에 응어리진 한이 쌓여 화병이 되고 암이 된 것이 아닌가 싶어 한탄스럽기만 하다.

스트레스(stress)는 라틴어의 ‘stringer’라는 ‘팽팽하게 죄다’라는 의미에서 유래되었다니 삶을 팽팽하게 죈다는 의미겠다. 마음의 안정이나 남과 어울려 사는 생활에 큰 불편을 주는 육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긴장, 또는 그런 긴장을 유발하는 것들을 우리는 흔히 ‘스트레스’라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스트레스가 전혀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학생이 공부 때문에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불안해서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받아야 공부를 하게 되듯이, 적절한 스트레스는 긴장을 위해서도 인간의 생존에 어느 정도 필요한 에너지가 된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생기면 일단, 자율신경계는 혈액 속으로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고,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 코티졸(cortisol) 등이 분비되어 몸이 스트레스에 반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게 된다. 그런데 이 스트레스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면 내분비계, 면역계 그리고 자율신경계가 교란되어 교감신경의 기능은 항진되고, 부교감신경의 기능은 저하되어 항상성이 깨어진다.

즉 감각기관, 뇌기능, 내분비기관, 각 장기의 기능 등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두통, 불면, 불안, 공황증, 신경성 고혈압, 신경성소화불량, 심계항진, 과민성 대장 증후군, 만성 통증 등의 신체화 증상들이 새로 생기거나 기존 질병이 더 악화될 수 있고, 차차로 면역기능을 약화시켜 감염에 대한 저항력도 떨어지게 된다. 보고에 의하면, 성인병의 70%가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고 하니, 건강에 대한 스트레스의 나쁜 영향을 충분히 짐작할 수가 있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받으면, 면역력이 떨어져서 잦은 감기, 알러지 천식이 생기고, 중풍이나 심장병과 같은 심혈관계질환과 신경성 소화불량, 궤양, 과민성대장증후군, 신경성방광염, 신경성변비 등의 소화기질환, 그리고 당뇨병, 갑상선호르몬의 기능이상, 아토피나 알러지피부 등의 각종 피부질환, 그리고 성기능장애, 무월경이나 불임, 자궁출혈, 빈뇨 증상, 각종 관절염, 암, 우울증, 공황장애, 화병, 자율신경실조증이 발생하게 되며, 이러한 스트레스가 호르몬 분비와 대뇌의 각종 신경전달물질에도 영향을 미쳐 정신질환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스트레스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스트레스 자체가 아니라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이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스트레스를 쉽게 견뎌낼 수 있다. 스트레스의 객관적인 양보다 자신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더 중요하며,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능력은 개인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결국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스트레스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의 원인을 바라보는 관점을 변화시켜서 좀더 여유 있게 스트레스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스트레스 반응을 줄일 수 있는 생활수칙과 음식

첫째. 나에게 오롯이 사용하는 하루 30분 하루 중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하루 30분, 나만의 자유 시간을 개발하자. 이 시간 동안 음악, 책, 명상 등 가장 편안하고 좋아하는 것을 즐기자. 밥 먹고 잠자는 시간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듯이, 이렇게 편안히 긴장을 이완시키는 시간도 필요하다.

둘째. 천천히 깊게 호흡한다. 허리를 펴고 바르게 앉아 두 손은 편안히 아래에 내려두고 시선을 코끝에 집중시킨 후 코를 통해 우선 숨을 천천히 밖으로 내보낸다. 다시 천천히 들이마시되 숨소리가 밖으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호흡을 한다. 숨을 들이마실 때보다 내쉴 때 더 천천히 하고, 하루 10~30분 정도 실시한다. 교감신경이 진정되면서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벤더 : 허브의 여왕이라 불리는 라벤더는 심신을 진정시키며 몸 전체에 신진대사를 향상시켜 스트레스, 두통, 불안, 불면증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라벤더 꽃잎을 뜨거운 물에 우려내어 수시로 마신다.

대추감초차 : 대추 5개에 감초 썬 것 2개를 뜨거운 물에 달여내어 수시로 마시면 좋다. 대추의 은은한 단맛은 체내에서 진정작용을 하기 때문에 불안증, 우울증, 스트레스는 물론 불면증 해소 효과까지도 얻을 수 있다. 대추는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에게 부작용 없이 쓸 수 있는 천연 신경안정제다.

● 정이안 한의학 박사

한의학박사,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자율신경연구소 원장이고, 동국대학교 외래교수이다. 저서로 생활습관만 바꿨을 뿐인데, 직장인건강 한방에 답이 있다, 몸에 좋은 색깔음식 50 등 다수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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