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로렌쪼 성당 도서관.

피렌체는 토스카나 지방의 꽃으로 섬겨지는 도시다. 구도심 어느 골목을 거닐어도 고풍스러운 건물과 그 건물이 간직한 예술작품, 사연들은 그림자처럼 동행한다.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번창했던 예술과 함께 근대 과학을 꽃 피운 도시이기도 하다. 천재 예술가로 알려진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피렌체에서 성장하며 근대 과학의 단초를 만든 과학자였다. 다빈치는 천문학, 역학, 해부학 등에 두각을 드러냈으며 37년간 ‘다빈치 코덱스’로 불리는 3만여 장의 방대한 관련 기록을 남겼다.

다빈치, 갈릴레이, 미켈란젤로의 흔적

피렌체와 뗄 수 없는 또 한 명의 과학자가 갈릴레오 갈릴레이다. 지동설을 증명한 갈릴레이는 그가 발명한 고배율 망원경을 이용해 달과 별을 관찰하고 목성, 금성의 위성을 발견했다. 피렌체 아르노 강변의 갈릴레오 과학관에는 물리학의 낙하실험 등 그가 탐구한 실험 내용들이 전시돼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갈릴레이 등 명사들의 배경에는 ‘메디치’라는 이름이 늘 따라 다닌다. 토스카나 지방의 부호이자 실세였던 메디치가문은 피렌체가 잉태한 르네상스와 예술가, 건축가, 과학자들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도심 곳곳의 건물에 방패에 원이 그려진 메디치가의 문장이 새겨져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보티첼리의 ‘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태고지’ 등 화려한 작품을 자랑하는 우피치 미술관은 메디치가의 소장품을 보여주기 위해 공개한 것이 시작이었다.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된 산 로렌초 성당은 메디치가의 전용 성당이었고, 성당과 연결된 거대한 도서관은 장서의 소장에도 돈을 아끼지 않았던 실세 가문의 열정을 보여준다. 산 로렌초 성당은 건축가 브루넬레스키와 미켈란젤로가 건축했다. 건축가, 과학자들은 도서관에 소장된 그리스 기하학 등 수학, 과학과 관련된 책을 접하며 도시에 영감을 불어넣었다. 피렌체를 대표하는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두오모) 성당의 8각형 돔인 쿠폴라 역시 브루넬레스키의 역작이다.

미켈란광장에서 조망한 아르노강과 피렌체.

예술혼 스며든 두오모& 베키오 다리

피렌체의 과학 영감은 예술적 감동과 이어진다. 두오모는 1296년에 공사가 시작돼 170여 년만에 완성됐고 바사리,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간직하고 있다. 건축미 도드라진 반원형의 지붕 쿠폴라와 지오토 종탑 꼭대기로 연결되는 수백개의 계단을 오르면 지붕과 골목이 만들어내는 붉은 궤적이 가슴을 파고든다. 두오모는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10년간 헤어졌던 연인과의 약속의 공간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골목 사이를 거닐며 베키오 궁전이 있는 시뇨리아 광장을 지나면 길은 아르노강을 가로지르는 베키오 다리로 이어진다.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는 세기의 연인인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운명적 만남이 담겨 있어 더욱 애틋하다. 피렌체에서는 전망 좋은 방에서 깨어나는 일 만큼이나 일몰을 맞는 것 또한 의미 깊다. 피렌체의 하루를 마감하려는 사람들은 아르노강 건너 언덕위 미켈란젤로 광장으로 몰려들어 예술과 과학의 도시의 실루엣을 음미한다.

<여행 메모>

▲가는 길 = 이탈리아의 주요도시에서 열차로 2~3시간이면 피렌체에 닿을 수 있다. 역에서 두오모가 있는 역사지구의 중심까지는 걸어서 이동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유적들은 도보로 둘러볼 수 있으며 미켈란젤로 광장까지는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음식 =피렌체 비프스테이크가 명물이다. 올리브유로 간을 맞춘 토스카나 지방의 두툼한 스테이크는 이곳 키안티 와인과 함께 곁들이면 좋다. ▲기타정보 = 역사지구인 피렌체는 구시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베키오 다리 건너 피티 궁전, 지오토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산타 마리아 노벨라 교회, ‘천국의 문’을 간직한 산 조바니 세례당 등도 역사지구에서 두루 둘러볼 공간이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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