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소항 염전.

부안 변산반도 국립공원은 바다와 산을 아우른 명승지다. 해변과 숲을 간직한 국립공원은 해안절경이 빼어난 외변산과 산세가 탐스러운 내변산을 품고 있다. 호젓한 해수욕장 너머 녹음 깃든 폭포와 사찰은 여름 나들이를 유혹한다. 외변산을 대표하는 바다는 격포 일대다. 격포해변은 해질 무렵 일몰이 몽환적이다. 드넓은 해수욕장이 아니더라도 기암절벽과 잔잔한 모래해변은 진한 감동을 빚어낸다. 격포항 인근 채석강은 침식에 의해 형성된 물고기 비늘같은 해안 절벽을 간직하고 있다. 화강암, 편마암 위에 퇴적암이 성층을 이룬 풍광은 수만권의 책을 쌓아 놓은 듯 이채롭다.

채석강.

변산 앞바다 풍력발전기.

모항 노을과 곰소항 염전

변산, 격포해수욕장이 유명해졌다면 격포 남단의 모항해변에서는 호젓한 여름바다를 즐길 수 있다. 모항 해수욕장은 언덕아래 마을과 갯벌이 아담한 모래해변과 앙상블을 이룬 곳이다. 서해에 내리는 노을도 탐스럽다 . 포구 한편에는 등대가 있고 마을에서는 갯벌체험을 진행한다. 모항에서 소금 염전으로 유명한 곰소항까지는 바다를 낀 드라이브 코스가 열린다. 곰소항 염전 초입에는 젓갈 판매점들이 도열해 있다. 최근에는 베이커리, 카페 등이 들어서 분위기를 이채롭게 단장한다. 곰소항 일대는 풀치 조림 백반을 주메뉴로 내놓는 식당들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풀치는 마른 새끼 갈치로, 갈치를 말린 뒤 자작자작하게 조려 식탁 위에 내놓는다. 마늘, 쪽파, 고춧가루, 무 등이 넉넉하게 들어간 풀치 조림은 고소하고 칼칼한 맛이 밥도둑으로 손색이 없다.

내소사.

변산반도 국립공원.

직소폭포, 내소사 전나무숲

바다를 벗어나면 변산의 산과 숲이 이어진다. 내변산의 명소는 직소폭포다. 폭포는 변산반도 국립공원에 속한 아름다운 산세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계곡과 숲길을 지나면 소를 이루고, 폭포에서 이어지는 단아한 물줄기들은 숱한 풍광과 사연을 만들어낸다. 길 초입에 만나는 실상사는 담장도 없는 소담스런 자태다. 저수지 직소보는 빼어난 숲을 물 안에 품어낸다. 숲과 길이 어우러진 직소폭포는 변산 8경에 속해 있다. 30m 암벽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는 한여름이면 청아함을 더한다. 직소폭포는 조선이 낳은 여류시인 이매창, 촌은 유희경과 함께 부안의 삼절로 손꼽힌다. 폭포에서 내린 물은 무심코 흐르지 않고 수려한 물길을 만들어낸다. 직소폭포에서 덕성봉, 옥녀봉을 끼고 내소사까지 향하는 도로는 숲의 쾌적함을 더한다. 내소사는 여름이면 초입 전나무숲길이 싱그럽다. 아름드리 전나무숲은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600여m 이어진다. 이 길은 걷고 싶은 아름다운 길로도 여러차례 선정됐다.

직소폭포.

여행 메모 ▲가는 길 = 서해안 고속도로 부안IC에서 빠져나온다. 격포, 모항으로 향하려면 30번 국도, 곰소항 내소사로 가려면 23번 국도를 이용한다. 군산에서 새만금 방조제 넘어 부안으로 들어설수도 있다. ▲음식 = 곰소항 풀치 조림 백반에는 젓갈 등 다양한 남도의 반찬들이 곁들여진다. ‘아리랑 식당’ ‘자매 식당’ 등이 풀치백반 전문점으로 알려진 곳이다. 변산 일대에서는 풀치백반 외에도 젓갈백반, 백합죽 등으로 여름 향미를 더한다. ▲기타 = 변산, 격포 해변에 숙소가 밀집해 있다. 모항에도 펜션, 민박 등이 가능하다. 격포항 마리나에서는 요트체험을 진행한다. 곰소항에서는 현지에서 소금, 젓갈 구입이 가능하다.



글 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tour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