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유통업계도 가세...편의성·가성비 이점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트렌드가 지속되는 가운데 ‘구독 경제’가 각광받고 있다. 소비자들은 비대면이면서도 편의성과 가성비가 높은 구독 서비스를 선호하는 추세다. 구독 서비스는 구독료 형태의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정기적으로 원하는 상품을 제공 받는 것을 말한다. 영화나 음원, 도서 등 문화 콘텐츠가 주요 상품이었지만 최근들어 식품, 가전제품 등으로 서비스 품목이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구독 서비스를 반영하는 데 적극적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구독 서비스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식품업계까지 가세하면서 구독 서비스가 유통 트렌드의 전반적인 변화를 이끌지 주목된다.

롯데제과는 올해 들어 과자와 아이스크림 구독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롯데제과가 지난 6월 개시한 과자 구독 서비스 '월간 과자'가 인기를 끌자 아이스크림으로 품목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월간 과자는 매월 다르게 구성된 롯데제과의 제품을 과자박스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인기 과자 제품을 중심으로 구성되고, 해당 월에 출시된 신제품을 추가로 증정한다. 월 9900원의 이용료로 시중가보다 저렴한 가격인 점도 특징이다. 월간 과자는 접수 시작 3시간 만에 구독 신청이 마감됐다. 2차 모집 역시 6일만에 조기 종료됐다. 롯데제과는 지난 7월 아이스크림 구독 서비스 '월간 나뚜루'도 선보였다.

지난달 31일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뚜레쥬르는 월간 구독 서비스를 가맹점으로 확대 운영한다고 밝혔다. 뚜레쥬르는 7월 월 구독료를 내면 특정 제품을 정상가 대비 50~80% 가량 낮은 가격에 주기적으로 제공하는 월간 구독 서비스를 론칭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반복 구매율이 가장 높은 프리미엄 식빵, 모닝세트, 커피 3종을 선정해 뚜레쥬르 직영점 9곳에서 시범 운영했다. 그 결과 해당 제품군 매출이 30% 이상 급증했다. 구독 제품 수령을 위해 매장 방문 시 추가로 제품을 구매하는 부가 매출 역시 증가했다. 뚜레쥬르는 고객 선호도가 가장 높았던 커피 구독 서비스를 9월 1일부터 가맹점으로 확대한다. 월 1만 9900원을 내면 아메리카노를 하루에 1잔 제공한다.

식품업계뿐 아니라 대형 유통업계에서도 구독 서비스를 볼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초 타임스퀘어점에서 시작했던 빵 월정액을 전국 단위로 확대했다. 신세계의 빵 월정액은 월 5만원을 내고 일부 품목을 매일 1개씩 가져갈 수 있는 서비스다. 해당 서비스는 처음 신세계 타임스퀘어점 ‘메나쥬리’에서만 선보였는데 서비스 대상 지역을 본점·센텀시티점 등 5개 점포로 확대하고 브랜드도 ‘궁전제과’, ‘겐츠베이커리’ 등 백화점에 입점한 지역 빵집 4곳을 추가했다.

롯데백화점은 올 추석 기간 동안 선물을 나눠 받을 수 있는 '선물세트 정기 구독권'을 선보였다. 보통 명절 선물로 많이 들어오는 육류나 과일 세트는 한꺼번에 먹기 어려워 냉장고에 장기 보관하게 된다. 특히 올 추석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지역간 이동이나 가족·친지 모임이 예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구독권은 거주지 인근 롯데백화점에서 사용 가능하며 정육은 4회, 청과는 2회에 나눠 수령할 수 있다.

한편 앞으로 구독 서비스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간편식’이다. 손질된 식재료와 양념으로 구성된 '밀키트'나 반조리된 '레디밀'에 도전장을 내미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유제품 등을 구독 서비스로 제공해왔다. 지난해부턴 온라인몰 하이프레시를 통해 가정간편식과 밀키트 정기배송을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던 지난 3월 서비스 이용자가 전월 대비 51% 성장하는 등 큰 반응을 보였다. 이에 한국야쿠르트는 최근 반찬류 카테고리를 확대했다. 밀키트, 가정간편식, 신선란 등으로 구성된 기존 간편식 라인에 반찬류를 더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3월 '그리팅' 구독 서비스를 출시했다. 고품질 영양식을 표방하는 그리팅은 '저당식' '다이어트식' '영양식' 식단을 이틀에 한 번씩 새벽배송으로 제공한다. 가격은 한 끼당 8500원에서 8900원으로 시중 도시락에 비하면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체형 관리에 관심이 많은 20~30대와 건강 관리에 관심이 많은 50~60대 장년층이 주 소비층이 될 전망이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버거킹, 아모레퍼시픽의 차 브랜드 오설록도 구독 경제 서비스에 합류하면서 서비스 대상 품목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구독경제 시장은 지난 2000년 2150억 달러에서 2015년 4200억달러까지 증가했다”면서 “올해는 5300억 달러(한화 약 646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도 올해 70% 이상의 기업이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거나 고려 중이며, 2023년 전 세계 기업의 75%가 소비자와 직접 연결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