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은 연(蓮)의 은은한 맛과 향이 담긴 땅이다. 늦여름에 접어들면 무안의 들판에서는 바람에 하늘거리며 연잎들이 먼저 춤을 춘다.

무안 나들이를 더불어 정갈하고 넉넉하게 만드는 게 연꽃잎이다. 회산 백련지에 꽃들이 피어나는 8, 9월이면 멋에 취하고 맛에 매료된다.

무안의 연은 청아한 백련이다. 전라도 땅에 백련, 경상도 땅에 홍련이 자라나는 ‘홍동백서’의 모습을 갖췄다. 백련은 꽃부터 뿌리까지 식용으로 고루 사용된다.

무안 습지.
홀통 해변.

동양 최대의 백련 서식지

일로읍 회산 백련지는 동양 최대의 백련 서식지로 33만 평방미터에 아득하게 꽃을 피워 낸다. 법정스님은 백련지와 처음 조우한 뒤 “한여름 더위 속 회산 백련지 2000리길을 다녀왔다. 그만한 가치가 있고도 남았다. 정든 사람을 만나고 온 듯한 두근거림과 감회를 느꼈다”고 회고한 바 있다.

백련지의 연꽃은 새벽 햇살을 받아 꽃잎을 열고 해가 기울면 꽃잎을 닫는다. 아침안개가 자욱한 시간에 백련지 앞에 서면 방석만 한 연잎과 하얀 꽃들이 만들어내는 그윽한 향연을 고요히 감상할 수 있다. 백련은 홍련처럼 일시에 피지 않고 9월까지 피고 진다.

백련지에서는 나무데크를 따라 탐방길을 걸어도 좋고 곳곳에 마련된 정자에 앉아 연꽃차 한잔을 기울여도 좋다. 탐방로 곳곳에는 애기수련, 가시연, 노랑 꽃창포 등 다양한 수생식물이 서식한다. 잉어·자라 등이 헤엄치는 정경도 엿볼 수 있으며 느닷없이 물닭이 연못으로 뛰어드는 소리에 깜짝 놀랄 수도 있다.

연꽃차.
연포탕.
연근 지지미.
연잎밥.

연입밥과 연근 지지미

황토로 다져진 무안 땅이기에 영양분을 듬뿍 담아낸 연 음식들은 차지고 풍성하다. 연은 이곳 주민들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효자 작물이 됐다.

연 음식 중 간판격에 해당되는 것이 연잎밥이다. 연잎밥은 어리고 성긴 잎 대신 숙성된 연잎만을 이용한다. 9월이 지나 수확한 연을 잘 보관한 뒤 찹쌀, 수수, 콩, 밤, 대추, 잣, 호박 등 갖은 재료들과 넣고 함께 쪄낸다. 쪄내는 방법이 그리 간단치는 않다.

다양한 잡곡이 들어간 밥을 짓고 다시 연잎에 싸서 50분간 찌고 10분간 뜸을 들여야 한다. 다 쪄낸 밥은 한 숟가락 떠 넣으면 맛보다 향이 먼저 와 닿는다. 밤, 대추 등이 단맛을 내는 반면 연의 향은 그윽하고 부드럽다. 일부 식당에서 파는 연잎밥은 미리 쪄낸 연잎으로 밥을 싸는 ‘약식’ 연쌈밥의 형태를 띠고 있다. 연의 향이 우러나는 데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

연잎밥 외에도 무안의 다양한 연 음식들은 과거와 현재를 잇고 있다. 예전부터 무안주민들은 김치에 연근을 담가 먹었다. 최근에는 수육에 연근과 묵은지를 곁들여 먹는 삼합요리도 인기를 끌고 있다. 연잎가루와 밀가루를 섞어 연근을 부쳐내는 연근 지지미도 늦더위를 훌훌 털어내는 담백한 맛을 낸다.

초의선사 유적지.

여행 메모
가는 길 서해안 고속도로 일로IC에서 빠져나와 월암 교차로를 경유하면 회산 백련지에 닿는다. 서울에서 무안읍내까지 고속버스가 오가며 읍내에서 백련지까지 버스가 다닌다.
음식 사창리의 짚불 삼겹살은 즉석에서 볏짚에 삼겹살을 구워낸다. 짚불 삼겹살의 삼합은 삼겹살, 양파김치, 기젓(게로 만든 젓갈)으로 맛을 낸다. 무안읍내 낙지골목은 아침 일찍부터 문을 열며 연포탕이 해장에 좋다.
기타 무안갯벌은 2008년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으며 해제면 송계마을과 현경면 용정리 등에서는 갯벌체험이 가능하다. 한국의 다도를 중흥시킨 초의선사 탄생지를 방문하거나 소나무숲과 모래해변, 갯벌이 한데 어우러진 홀통해변도 들러볼 만하다.



여행칼럼니스트 서진 tour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