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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솔숲 사이, 예불 소리 흐르고' 청도 운문사

  • 운문사 경내.
청도 운문사로 향하는 길은 깊고 느리다. 솔숲 사이로 예불소리는 은은하게 흩날리고, 수줍은 산사에는 한 점 가을 바람이 얹힌다. 청도의 마을들은 호젓한 물길과 닿아 있다. 운문호에서 흘러내린 동창천은 청도읍내를 가로지른 청도천과 한 몸으로 만나 낙동강으로 유유히 흘러 들어간다. 청도 운문사는 운문호 너머 운문산 기슭에 자리해 있다. 운문산, 가지산, 비슬산이 둘러싼 사찰은 연꽃의 한 가운데 꽃술로 안긴 자태다.

  • 솔바람길 소나무.
수백 년 솔향기 그윽한 솔바람길

운문사 초입에 늘어선 솔숲에서 마음부터 먼저 열어 둔다. 200~300년은 됨직한 노송들은 묵묵하고 듬직하다. 세파에 기울어진 소나무들은 방향을 잃어 몸을 비틀어 뒤섞는다. 일본 강점기때 송진을 채취하기 위해 칼집을 낸 생채기도 따뜻하게 보듬고 있다. 운문사의 솔숲은 ‘솔바람길’이라는 걷기 좋은 길로 이어진다. 솔숲 옆으로는 작은 냇물이 흐른다.

청신암에서 내원암으로 향하는 숲길에는 운문사 들머리의 솔숲과 달리 참나무, 전나무, 소나무 자연림이 우거져 있다. 길섶에서 만나는 스님들은 모두 수줍은 얼굴이다. 밀짚모자에 안경 너머 눈빛이 자비롭고 선하다. 여승의 승가대학까지 품은 운문사는 청초함에 정감 가는 곳이다.

운문사 경내의 수령 400년이 넘는 처진 소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스님들이 해마다 봄,가을로 막걸리 12말을 보시해 가지를 치렁치렁 늘어뜨린 채 아직도 싱싱하고 푸르다.

법고소리 청아한 운문사 예불

  • 운문사 법고.
가을 햇살에 드러난 사찰의 오후는 낮은 담장에서 시작된다. 담장 너머 텃밭에서는 공양을 준비하는 스님들이 허리를 굽히고 무를 뽑느라 열심이다.

담장이 낮아도 운문사는 속인과 도량의 경계가 확연한 곳이다. 기도처인 사리암으로 가는 길은 신도가 아니면 오르지 못하며. 북대암은 절벽처럼 가파른 곳에 고고하게 숨어 있다. 신라 진흥왕때 세워진 운문사는 1500년 역사를 간직했다. 유서 깊은 고찰답게 경내에는 대웅보전, 석조사천왕상, 삼층석탑, 석조석가여래좌상 등 7개의 보물이 있다.

운문사의 감동은 서쪽 능선 너머로 해가 저물 즈음 무르익는다. 경내의 어지러운 구경꾼들이 빠져나가면 스님들이 범종루에 오르고, 호거산 자락을 한차례 응시한 뒤 법고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예불의 여운은 범종소리가 산자락에 잔잔하게 울려 퍼지고 창호지 그림자 너머 불경소리가 새어나올 때까지 경내를 맴돈다.

  • 운문호.
  • 운곡정사.
운문사를 빠져나오면 청량한 운문호가 길손을 맞는다. 호수의 파문은 법고의 떨림만큼 잔잔하다. 운문호가 훤하게 내려다 보이는 터에는 옛 집 한 채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조선후기 건축양식의 운곡정사는 운문댐 건설로 터전을 옮겼지만 자태만은 곱고 단아하다. 선암서원, 운강고택 등 청도에는 가을향 묻어나는 옛집들이 많다.

  • 송금리 와인터널.


여행 메모
가는 길 서울에서 청도읍내까지 고속버스가 오간다. 읍내터미널에서 운문사초입까지 버스가 운행된다. 서울에서 차량으로 약 4시간 30분 소요.
음식 청도의 별미는 추어탕이다. 청도역 앞 거리에는 추어탕집이 늘어서 있다. 청도에서는 맑은 국물에 시래기를 듬뿍 넣어 추어탕을 끓인다. 추어탕과 곁들여지는 추어튀김도 인기 높다.
기타 화양읍 송금리의 와인터널은 철로용으로 뚫었던 폐터널을 와인 숙성고와 카페로 쓰고 있다. 아치형 천장의 와인터널에서는 10만병의 감와인이 숙성중이다. 비슬산 기슭 헐티재에서는 장작 가마를 이용해 자기를 구워내는 도예공방들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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