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파와 수상시장.

태국 남부의 암파와는 매끌롱 강이 가로지르는 땅이다. 암파와에는 소담스런 수상시장이 들어서고, 열차가 지나는 길목에는 철로시장이 문을 연다.

매끌롱 강변의 생경한 풍경은 눈을 뜨면서 시작된다. 강 건너 사원이 들어서 있고 새벽이면 나룻배 한척이 멀리서 윤곽을 드러낸다. 암파와의 아침은 배로 타고 다가선 스님에게 아침 탁발 공양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스님은 배 위에 앉아 계시고 중생들은 강변에 무릎을 조아린 채 합장을 한다. 발우에 공양물을 넣으면 스님은 화답의 합장을 하고 미소를 남긴채 또 강줄기 너머로 스러진다.

배 위의 자판대.

매끌롱 강변의 이채로운 일상

암파와 마을 중심가에는 주말이면 수상시장이 선다. 강변을 따라 과일과 수산물을 파는 배들이 끝없이 늘어섰고, 전통과 현대미는 적절하게 어우러져 있다. 수로 양쪽으로는 아기자기한 숍들이다. 커피 한잔 기울일 예쁜 카페와 기념품 상점도 가득하다. 주요 손님들은 현지인과 벽안의 유럽인들이 뒤엉킨다. 수로에 걸터앉아 배 위에서 파는 팟타이 국수 한 그릇을 먹으며, 이들은 나란히 강을 응시하며 데이트를 즐긴다.

매끌롱강 수상가옥.

수상시장에서 물을 거슬러 오르면 낯선 삶들이 알알이 박힌다. 수로 양쪽은 홈스테이를 탐하는 외지인들의 숙소가 밀집돼 있다. 이방인들은 수로변에 값싼 방을 잡아놓고 며칠씩 머물다간다. 평상에 앉아 밥도 먹고 몸도 씻는 모습이 이미 반쯤은 강변 마을 사람들이다. 배가 지나면 터줏대감이라도 된 듯 여유롭게 손을 흔들어 댄다.

열차와 철로시장.

철로 위에 서는 아슬아슬한 시장

암파와 수상시장과 짝을 이루는 이색시장도 인근에 위치했다. 매끌롱역 앞에 서는 철로시장은 평상시에는 철로의 윤곽만 있을 뿐 영락없는 재래시장일 뿐이다. 사람 하나 간신히 지나는 길 옆으로는 좌판과 차양막이 쳐 있고 잡다한 물건들을 내다 판다. 이 지역의 풍성한 과일이며 매끌롱 강의 민물고기, 싸뭇 쏭크람 앞바다의 해산물 등이 종류별로 가득하다.

철길 위 철로시장.

그러다 “땡땡땡” 종이 울리면 상인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차양막을 치우고 좌판대를 걷는데 걸리는 시간이 채 10초가 안 된다. 차양막은 접이식이고 좌판대 밑에는 바퀴가 달려 있다. 딱 필요한 만큼만 물러서면 그 사이로 열차가 아슬아슬하게 지난다. 순간의 정적이 흐르면 시장 길목은 무슨 일 있었냐는 듯 다시 어수선한 재래장터로 돌아와 있다.

매끌롱역이 생긴지는 100년이 넘었다고 한다. 열차는 하루 몇 차례 매끌롱 역과 반램역을 왕복운행하는 협궤열차다. 재래장터의 노점상들이 세 없이 장사할 수 있는 철길 위에 좌판을 놓기 시작하면서 철로시장이 시작됐고 이제는 이 지역 명물로 자리잡았다.

해질 무렵 매끌롱강.

암파와 여행의 백미는 해가 저문 뒤 수로를 따라 상류로 거슬러 오르는 것이다. 저녁이면 포구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강변사람들의 일상이 가지런하게 드러난다. 삶터와 어우러진 야생의 숲에는 태국사람들이 ‘힝 허이’로 부르는 반딧불이가 가득하다. 반딧불이는 해가 저물고, 비가 온 뒤에 더 신비로운 빛을 뿜어낸다.

여행 메모
가는 길 암파와까지는 방콕 남부터미널에서 버스가 출발한다. 반딧불이 투어 등은 현장에서 즉석 예약이 가능하다. 시장을 두루 둘러보려면 개별 여행객을 위해 여행사에서 진행하는 1일 투어를 신청하면 편리하다.
숙소 매끌롱 강 일대에 리조트들이 밀집돼 있다. 반 암파와 리조트가 대표적인 고급 숙소다. 레전드 매끌롱, 반 프라이 남 등의 숙소가 있다. 암파와 시장 옆의 홈스테이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도 있다.
기타 방콕과 암파와를 연결하는 랏차부리의 담넌싸두악에서도 전통 수상시장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방콕의 초대형 주말시장인 짜뚜짝시장 등도 함께 들러볼만하다.

글·사진 : 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서 진 여행칼럼니스트 tour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