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포구에 간다. 찬 바람이 옷섶으로 스며드는 추위에도 섬을 맞댄 포구는 아늑하다. 김포의 그럴듯한 포구는 대명 포구 단 한 곳뿐이다.

해질녘

대명포구.

겨울 포구는 북적대거나 거친 움직임이 없다. 뱃사람이나 낚시꾼들의 섬세한 미동만 잔잔하게 흐른다. 가까운 곳에서 ‘그리운 포구’를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삶터에서 멀지 않은 곳에 대명포구는 위치했다.

대명포구는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예전에는 대명나루로 불렸고 강화를 잇는 초지대교가 건설되기 전까지만 해도 김포와 강화를 잇는 나루터 역할을 했다. 포구에 널려 있던 난전들은 대부분 자취를 감췄고 이제는 수산물 회센터가 반듯하게 자리를 잡았다. ‘대명항’이라는 세련된 타이틀도 달았다.

어판장 생선좌판.

어판장 새우.

새우젓 쏟아지는 포구

모습이 바뀌었어도 포구의 분위기는 고스란히 배어 있다. 여름이면 밴댕이가 쏟아져 나오고, 가을이면 ‘대하 익는 냄새가 10리 밖에서부터 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명했던 포구는 겨울이면 꽃게, 새우의 세상이다.

김장철을 전후해 ‘추젓’이라 불리는 새우젓이 지천으로 갈린다. 어민들은 직접 잡아온 새우를 드럼통에 넣고 젓갈로 말리기도 한다. 회센터 주변에는 간재미, 서대 등을 말리는 좌판이 가득하다.

수십여 가게들이 정돈된 어판장에 들어서면 이 생선, 저 횟감을 담은 접시에 붙은 가격이 대부분 2만원 안팎이다. 회센터 뒤편으로 대형 횟집들도 늘어서 있다.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어판장의 값싼 횟감들에는 자연산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조각공원 산책로.

조각공원의 겨울 산책

그 회를 부둣가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맛 본다. 포구 인근으로는 나무로 운치 있게 정돈된 의자들이 마련돼 있다. 일부는 굳이 고깃배 사이에 쭈그리고 앉아 회 한점에 소줏잔을 기울인다. 포구 한쪽은 망둥이를 건져 올리는 겨울 낚시꾼들의 세상이다. 대명포구의 한편에는 50여년간 현장을 누빈 퇴역함정들이 전시된 함상공원이 들어서 있다. 공원앞 광장은 거북이, 불가사리 등 바다생물들이 조각돼 있어 엄마 손 잡고 따라나선 꼬마들의 넓은 쉼터가 됐다.

건조되는 생선.

포구를 둘러본 뒤에는 한가로운 김포의 겨울 산책에 나서 볼 일이다. 48번 국도를 경유해 강화대교 방향으로 향하면 문수산 기슭에 김포 국제조각공원이 위치했다. 자연과 예술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를 보여주는 테마공원으로 세계 11개국 작가들의 조각 작품 30여점이 숲속에 전시돼 있다. 프랑스의 장 피에르 레이노, 미국의 솔 레이트 등 세계적인 도시환경 조각가들의 작품들은 ‘통일’을 주제로 산책로 안에 옹기종기 숨어 있다.

이곳에서는 멋진 조각품을 찾아 거니는 재미가 색다르다. 소나무 숲 동산, 그루터기 계곡, 바람의 능선 등 2.5km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작품들 너머로는 멀리 북한 땅이 보여 여운을 더한다.

문수산.

여행 메모
가는 길 김포 방향 48번 국도에서 빠져나와 양촌, 대곶을 지나면 대명포구에 닿는다. 김포공항 입구 송정에서 60-3번 버스가 대명포구까지 오간다. 조각공원은 48번 국도를 따라 강화대교로 향하다 월곶면 군하리에서 우회전한다.
음식 대명포구 주변으로 대하구이, 회식당들이 들어서 있다. 겨울이면 삼세기회가 제철이다. 봄에 회로 먹던 밴댕이를 겨울에는 무침으로도 맛 볼수 있다.
기타 김포조각공원에서 보이는 문수산은 경치가 아름다워 ‘김포의 금강’으로 불리는 곳이다. 문수산 산행은 4.6km의 등산로와 1.4km의 삼림욕로로 이뤄져 있다. 정상 부근의 문수산성에서는 멀리 한강과 서해바다도 내려다 보인다. 문수산성은 강화의 갑곶진과 마주하고 있다.



서 진 여행칼럼니스트 tour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