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제주는 길과 숲, 파도의 공간이다. 우연히 들어선 돌담길에는 너머 올레 이정표가 매달려 있다. 빠르게 변해가는 제주지만 봄바다의 향취는 짙고 강렬하다.

제주에 올레길 바람이 분 뒤, 넉넉하고도 분주해졌다. 감동을 덧씌울 조연급 비경들은 바다와 미역 내음을 사이에 두고 제주의 길과 어우러진다.

바다를 마주한 제주의 북단에서는 어느 곳으로 걸음을 옮기든 소담스런 해변과 파도소리가 동행이 된다. 김녕에서 성산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제주의 삶과 경치를 오롯이 담아내는 길이다. 제주의 색깔을 간직한 골목과 숲, 정겨운 해변과 장터가 발길을 붙든다. 김녕해수욕장~월정~세화~종달리~성산항까지 탐스러운 바다가 연결된다.

세화민속오일시장
바닷가에 들어선 세화오일장

구좌읍 은 작은 해변과 장터로 사랑 받는 곳이다. 제주 동북부에서 가장 큰 오일장인 세화민속오일장이 매 끝자리 5일, 10일 바닷가에 들어선다. 제주도 프리마켓의 원조인 벨롱장도 더불어 열리면서 제주의 어제와 오늘을 만나는 오붓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검은 현무암과 푸른 바다가 조화를 이룬 은 제주올레 20코스에 속해 있다.

세화해변
에서 뭍으로 들어서면 천년비자나무 숲인 비자림과 만난다. 비자림(천연기념물 374호)은 단일 수종의 숲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수령이 500~800년인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하늘을 가린 채 깊은 산책로를 만들어낸다.

김녕해변
김녕~성산길의 끝자락, 성산항 일대를 서성거리는 것은 행복한 일과다. 광치기 해변, 종달바당 등 한적한 해변과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등 독특한 지형을 간직한 제주의 명소들이 가지런하게 늘어서 있다.

숲, 해안 너머 솟아난 오름

에메랄드빛을 품은 제주 북쪽 바다의 이국적인 광경은 그림자처럼 이어진다. 바다와 연결되는 일상의 ‘오름’들은 도심 골목에서 빠르게 연결된다. 사라봉, 별도봉 등에서는 푸른 바다가 곁들여진 제주의 풍광을 조망하기에 좋다. 용눈이오름, 바농오름, 민오름, 돔배오름 등 오름의 잔치는 북쪽 바다를 조망하며 하염없이 연결된다.

제주해녀박물관
절물 자연휴양림과 사려니 숲길은 짙은 녹음과 오름으로의 안내를 주저하지 않는다. 절물 자연휴양림은 삼나무숲을 빼곡하게 채워내며 절물오름으로 이어진다. 사려니숲길은 제주의 숨겨진 비경으로 칭송받는 청정 숲길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제주 생물권 보전지역이다. 제주의 숲들은 오름으로 향하는 길목이자 그 자체로 편안한 안식처다.

동백꽃
제주 북서부의 애월해안로는 울렁이는 파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드라이브 코스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이라는 별칭을 지닌 길은 올레 16코스와 연결된다.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해변 따라 이어져 가족, 연인들의 봄나들이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돼지국수
여행메모

교통: 제주공항에서 렌트카를 빌리는게 일반적이다. , 성산항, , 애월해안로 등 주요관광지들은 제주공항에서 버스로 연결된다.

음식: 갓 삶은 흑돼지고기를 듬성듬성 썰어 도마 위에 얹어 먹는 돔베고기와 돔베고기와 국수가 어우러진 고기국수 역시 제주 여행 때 놓칠수 없는 음식이다. 갈칫국, 한치회 등도 제주의 바닷가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의 반열에 올라 있다.

기타: 인근의 은 해녀의 삶과 애환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도깨비도로 가는 길의 브릭캠퍼스는 레고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한 체험 공간이다.



글·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tour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