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적으로 아침을 거르는 사람들이 많다.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3명 정도는 아침을 거르고 있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점심 시간까지 공복으로 생활한다는 이야기인데, 아침을 먹지 않는 습관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아침을 먹을까 잠을 더 잘까를 고민하는 사람이 줄어들지 않을까?

뇌 활동을 위해

일반적으로 두뇌 활동에 사용되는 에너지는 하루 400Kcal 정도인데, 성인 하루 기초대사량이 남자 2500kcal, 여자 2000kcal 인 점을 생각해볼 때, 뇌를 사용하는데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두뇌를 움직이는 힘은 포도당에서 얻게 되기 때문에, 포도당은 뇌 활동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영양소다.

그래서 규칙적으로 적절히 당분을 섭취해서 뇌 활동을 도와줘야 두뇌가 제대로 활동하게 된다. 저녁 식사 후부터 다음날 아침 식사 전까지 장시간 동안 뇌는 연료가 부족한 상태다. 그래서 아침밥을 굶게 되면 에너지가 부족해 오전 시간 동안 체내활동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고 특히 포도당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뇌 활동이 떨어져서 정신적인 활동이 둔해진다. 그래서 아침 식사를 거르는 사람들은 집중력이 떨어지고 신경질적이며 문제 해결 능력이 감소된다는 보고가 있다.

불안 초조 피로감을 줄여줘

아침밥을 먹지 않으면 뇌하수체의 식욕 중추가 흥분상태를 유지되고 감정 중추에도 영향을 미쳐, 정서적으로 초조 불안하고 만성적으로 피로한 상태가 지속된다. 그래서 아침에 식사를 하지 않고 공복으로 일하게 되면 아침을 먹는 사람보다 피로감, 초조감을 더 느끼게 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많아 심신의 활력이 떨어져 있는 사람일수록 아침 식사를 잘 챙겨 먹어야 한다.

과식과 폭식을 예방해

진료실에서 접하는 비만 환자들 중에 상당수는 아침을 먹지 않았다. 아마도 아침이라도 한 끼 줄이면 하루 섭취 칼로리가 줄어서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아침을 굶고 나면 식욕을 촉진하는 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되고, 점심, 저녁에 과식과 폭식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우리 몸은 다음 날 아침에 찾아올 기아(飢餓) 상태에 대비해 조금이라도 더 열량을 저축해두는데, 그렇게 저장되는 남아도는 영양분은 피하지방으로 몸에 축적된다. 건강을 위해서 소식(少食)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점심과 저녁 식사량을 억지로 줄이려고 노력하기보다 아침을 먹는 것이 더 낫다.

장 운동을 도와

아침 식사는 변비와도 관련이 있다. 규칙적으로 변을 보는 사람은 대부분 아침 식사 뒤 화장실에 간다. 섭취한 음식이 장을 자극해 배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진료실에서 만나는 변비 환자들을 보면, 아침을 먹는 사람보다는 거르는 사람이 많았다.

자율신경 기능회복을 위해

스트레스나 지속적인 긴장으로 자극되어 교감신경이 흥분된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자율 신경 균형이 깨어지고 혈압 혈당은 올라가며 가슴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불규칙해지며 심한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오전 8시에는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불리는 코르티솔의 분비가 하루 중 최고인 시간이어서, 교감신경이 항진되어있는 사람에게는 가장 힘든 시간이기도 하다. 아침 식사를 하는 것은 신체 리듬을 바로 잡는데 도움이 되고, 이는 곧 자율신경 기능회복을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아침은 황제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한국인의 아침 식사는 역시 한식이 최고다. 밥과 국, 생선, 나물 등의 소박한 한식 밥상이 잠에서 갓 깨어난 몸을 워밍업 해 주는데 가장 도움이 된다. 밥 속의 복합 당질은 두뇌활동에 필요한 포도당을 공급해주고, 반찬의 단백질과 무기질 그리고 비타민은 뇌세포의 활성을 돕는다. 다만, 아침 식사로 초콜릿 음료처럼 단순하게 당질만 많이 함유된 음식은 좋지 않다. 이런 음식은 일시적으로 포도당 농도를 높여서 뇌 기능을 도와주기는 하지만, 뒤따라 분비되는 인슐린이 포도당을 빠른 속도로 근육으로 이동시켜서 혈당을 급격히 끌어내리기 때문에, 지구력과 참을성이 적어지고 피로감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

아침에 ABC

아침 대용식으로 ABC 주스를 오래전부터 권하고 있다. ABC 주스란 사과(Apple), 바나나(Banana), 당근(Carrot)를 적당히 잘라 믹서에 넣고 갈아 우유나 설탕, 소금으로 간해 마시는 것이다. 당분은 물론 비타민이 듬뿍 들어있고 당분도 들어있어 영양도 만점인데다가 위액분비를 촉진시키고 피로도 풀어주는 사과와 당근의 효과와 포만감을 주는 바나나의 조화는 아침 대용식으로 그만이다. 한꺼번에 준비해두고 아침마다 식사 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떡으로는 인절미가 단연 최고다. 쿠킹 호일에 한 개씩 싸서 냉동실에 얼려둔 것을 프라이팬에 노릇노릇 구워서 먹으면 아침 대용식으로 그만이다. 특히 소화기능이 약한 사람에게 권할 만하다.

● 정이안 한의학 박사 프로필

한의학박사,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자율신경연구소 원장이고, 동국대학교 외래교수이다. 저서로 생활습관만 바꿨을 뿐인데, 직장인건강 한방에 답이 있다, 몸에 좋은 색깔음식 50 등 다수의 책을 썼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