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리야경

부산은 가을 산책의 도시다. 오래된 골목과 바닷가에는 영화 촬영지의 향수가 더해지고, 청춘들의 서성거림이 도시를 채운다. 영화인들의 대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개최된다.

부산을 찾는 사람들은 스크린 속 기억 하나로 골목을 배회한다. 부산을 배경으로 찍은 영화는 100편을 넘어선다. ‘부산행’ ‘국제시장’ ‘변호인’ ‘해운대’ ‘친구’ 등 영화의 화려한 장면이 부산에 녹아들었다.

영화체험박물관 & 벡스코광장

동광동 40계단
영화를 추억하는 여행의 출발점은 남포동과 중앙동 일대다. 1937년 문을 연 부산극장은 붉고 선명한 간판으로 이방인을 반긴다. 영화 ‘친구’ 멤버들이 격투신을 벌인 중앙동의 영화관은 고전이 됐고, 국제시장은 영화 이후 관광객들로 유명세를 치렀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인상적인 첫 계단신은 중구 이 주요 무대였다. 동광동에는 부산영화체험박물관이 들어서 영화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영화의 촬영과정을 스튜디오에서 직접 경험하고 다양한 영화캐릭터 등을 만날 수 있다.

벡스코 영화의전당
최근 부산 문화의 중심지는 센텀시티, 벡스코 쪽으로 이동 중이다. 광안리에서 다리를 건너면 백화점, 쇼핑몰이 밀집한 센텀시티로 연결된다. 부산영화의 랜드마크도 남포동에서 센텀시티로 공간이동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영화의 전당을 만날 수 있으며, 벡스코광장에서는 다채로운 문화공연이 펼쳐진다.

해운대 외곽 나무데크길에는 영화의 거리가 조성돼 있다. 부산을 배경으로 촬영한 영화 포스터들이 새겨져 있으며 다채로운 영화 조각상들을 만나볼 수 있다. 해운대 옆 요트가 어우러진 ‘더베이 101’은 동남아의 여느 항구도시 못지않게 깊은 야경을 뿜어낸다. 해운대 달맞이 고개에는 고급스런 카페와 운치 있는 갤러리들이 바다를 바라보는 곳에 들어서 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촬영장소가 한편에 위치했다. 해운대 미포에서 청사포를 거쳐 송정까지 운행하는 해변열차도 새롭게 개통했다.

더베이101

영화의 배경이 된 옛 마을들

부산여행은 향수와 맞닿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사하구의 명소로 사랑받는 곳은 이다. 산기슭을 가로지르는 산복도로와 달동네마을은 부산의 세월과 명맥을 같이한다. 전국각지에서 몰려든 피란민들과 근대화의 길목에 선 서민들은 산기슭 계단식 집에 어깨를 맞대고 살았다. 그 산동네 중 이른바 ‘한국의 마추피추’로 불리는 은 곱게 단장된 파스텔톤의 동네다.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 ‘카멜리아’ 등 작품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감천문화마을

지역 예술가들과 마을 주민이 뜻을 모아 ‘마을미술 프로젝트’를 구현해내며 은 아기자기한 갤러리, 카페, 벽화 등이 들어선 색다른 공간으로 변신했다. 미로 골목을 거닐다 보면 어린왕자 조각상, 등대포토존 등이 반겨준다. 마을에선 공방이나 숙박 체험도 가능하다.

1906년 처음 불을 밝힌 영도 등대는 도서관, 갤러리 등을 갖춘 문화공간으로 변신했다. 영화 ‘변호인’의 배경인 영도 흰여울 문화마을을 서성이는 것도 가을산책의 여운을 더한다.

서진 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교통: 부산영화체험박물관, 해운대, 벡스코광장 등은 지하철을 이용한다. 과 영도 흰여울문화마을은 마을버스 등을 환승해 이동한다.

음식: 동래시장 앞에 위치한 동래할매파전은 오징어 대신 대합 홍합 굴 새우 등이 들어가며, 간장이 아닌 초장에 찍어 먹어야 제 맛이다. 온천장 옆길에는 30여년 전통을 이어오며 산 곰장어만 쓰는 곰장어 거리가 조성돼 있다.

기타: 벡스코와 광안리 수변공원을 잇는 산책로에서는 버스킹 공연이 펼쳐진다. 수영구 일대의 밀면, 빵집 투어 프로그램도 인기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은 임상수감독의 ‘행복의 나라로’로 선정됐다.



서진 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