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우포늪 물억새
창녕 우포늪은 ‘비밀의 생태천국’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습지에 원시의 자연이 깊은 하모니를 이룬다. 가을이 깊어지면, 우포늪의 물억새는 사색을 부추기는 주연이 된다.

우포늪 길은 ‘느리게 걷기’가 어울린다. 8.km 남짓의 흙을 다진 길이 늪을 따라 이어진다. 길을 걷다보면 머리를 풀어헤친 물억새와 갈대의 군무가 곳곳에서 동행이 된다. 가을을 기점으로 날아들기 시작한 철새들도 곳곳에서 보금자리를 마련하느라 분주한 일상이다.

천연기념물인 최대 자연습지

소목마을에서 본 우포늪
우포늪은 자연습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늪 전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고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인 람사르 협약에 등록돼 보호받고 있다. 우포늪이 생성된 것은 약 1억4000만 년 전으로 1500여종의 동식물이 이곳에 공생한다.

대대제방을 따라 우포에서 사지포 초입까지 이어지는 길은 인기 높은 사색의 길이다. 물억새가 핀 오솔길과 대대마을의 황금 벌판이 나란히 이어진다. 우포의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코스로 곳곳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억새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다.

우포늪 왕버들
우포늪이 속삭이는 ‘밀어’가 궁금하다면 새벽 무렵 늪을 찾을 일이다. 곳곳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안개 사이로 물새가 날아오르고 우포늪의 상징인 장대나룻배도 오간다. 늪이 가장 아름다운 풍경으로 젖어있을 시간이다. 곳곳에서 커다란 렌즈를 들고 서성이는 사진작가들을 만날 수도 있다.

왕버들 군락과 자전거 투어

우포늪은 위치에 따라 드러나는 풍광이 다르다. 장재마을은 왕버들 군락으로 원시적인 멋을 전해준다. 실제로 우포늪의 8경중 1경에 속하는 곳이 왕버들 군락이다. 왕버들 수림 안으로 걸어 들어서면 갈대가 고요함을 깊게 덧칠한다.

우포늪 자전거길
우포 북단의 소목마을은 장대나룻배의 풍경이 남아 있다. 장내나룻배는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연결고리다. 우포늪에서는 이곳 주민인 몇몇 어부들에게만 고기잡이가 허용되는데 새벽녘 한가롭게 배가 오가는 정경은 서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우포늪 일대는 자전거 투어루트로도 인기 높다. 비밀스런 늪을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는 색다른 체험이지만 속도를 내거나 함성을 질러서는 곤란하다. 가을이 깊어지면 우포늪은 온전히 철새들에게 고요와 적막을 양보한다.

화왕산 관룡사
자전거코스에는 비포장 길이 고즈넉하게 연결된다. 자전거 이용자들에 추천되는 루트는 생태관에서 출발해 철새 관찰대를 거쳐 쪽지벌 초입까지 연결되는 코스와 사지포까지 이어지는 코스다. 가을볕을 듬뿍 들여 마신 늪은 어둠이 내리면 별천지로 변신한다. 별자리 감상은 우포늪의 8경중 하나이기도 하다.

창녕에서 억새를 만나는 또 하나의 공간은 화왕산이다. 화왕산 정상 일대는 가을이면 온통 억새의 향연으로 채워진다. 화왕산 억새산행은 창녕읍내 자하곡 매표소를 기점으로 제2코스를 이용하거나 관룡사를 경유해 오를 수 있다. 통일신라 시대때 창건된 관룡사는 보물인 대웅전 뒤로 병풍처럼 펼쳐지는 산세가 수려하다.

여행메모

교통: 대구~창원 고속도로 창녕IC에서 빠져나온다. 우포늪과 화왕산 초입까지 창녕터미널에서 군내버스가 다닌다.

음식: 창녕의 따끈한 별미는 수구레 국밥이다. 수구레는 소의 껍질 안쪽 아교질 부위로 씹는 맛이 쫄깃쫄깃하다. 선지, 콩나물, 파 등을 넣고 가마솥에 오랫동안 삶아 국물을 우려낸 국밥을 창녕 장터에서 맛볼수 있다.

기타: 창녕 읍내 만옥정 공원에서는 신라 진흥왕때 건립한 국보인 신라진흥왕척경비가 세워져 있다. 창녕객사, 퇴천3층석탑 등도 볼거리다. 가야시대 고분인 교동고분군은 가을 산책에 좋다.

서진 여행칼럼니스트



서진 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