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길
서울 에는 사라진 것과 남은 것, 새로 생긴 것들이 공존한다. 호젓한 돌담길이 개방됐고 빛바랜 건물들은 용도를 바꿔 새롭게 문을 열었다. 시간이 흘러 옛 거리를 다시 걸어도 그리움은 변색돼 다가선다.

이문세의 노래 ‘광화문연가’에는 , 교회당, 이 등장한다. 광화문연가에 나오는 눈 덮인 예배당이 다. 는 국내에 남은 유일한 19세기 교회건축물이며 붉은 벽돌 예배당은 사적 제256호로 지정돼 있다. 음악회, 성극 등 신문화가 이곳에서 소개됐고 1918년에는 한국 최초로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됐다.

교회 건너편에는 작곡가 故 이영훈의 노래비가 자리했다. 마이크 모양의 추모비에는 ‘광화문연가’ ‘붉은노을’ ‘옛사랑’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 ‘소녀’ 등 이영훈이 만든 주옥같은 노래와 추모의 글이 담겨 있다.

덕수궁 돌담길
고 이영훈 작곡가 노래비
정동제일교회

변신과 애환을 담은 근대건축물

에는 낙엽 떨군 가로수 아래 향수가 묻어난다. 사라진 건물에 대한 사연들은 길 곳곳에 녹아 있다. 1883년 미국공사관이 설치된 것을 시작으로 정동 일대에는 영국, 독일, 프랑스 등 각국의 공사관이 건립됐고 서양식 건물들도 함께 들어섰다. 이화여고터에는 국내 최초 서구식 호텔인 손탁호텔, 최초의 여성병원인 보구여관 등이 있었다.

커피애호가였던 고종은 손탁호텔에서 경운궁(덕수궁) 정관헌으로 커피를 배달해 다과를 즐겼다고 전해진다. 아담한 찻집, 이화박물관, 정동극장 등은 이 길에서 만나는 회상의 오브제들이다. 정동극장 뒤로 들어서면 왕실의 도서관이었던 이 숨어 있다. 은 을사늑약이 체결된 아픈 과거를 담고 있다.

돌담길 산책로를 벗어나면 골목길은 구세군중앙회관으로 빠르게 연결된다. 근대건축물인 구세군회관은 올가을 복합문화공간인 ‘’로 재탄생했다. 갤러리, 공연장, 예술공방을 갖췄으며 1층에는 고풍스런 인테리어의 카페도 들어섰다. 구세군회관을 나서면 고종이 1896년 아관파천 당시 궁을 떠나 걸었던 ‘고종의 길’이 옛 러시아공사관이 있는 정동공원까지 이어진다.

정동1928아트센터
정동전망대에서 본 덕수궁과 정동길
정동길 카페간판
순화동천 서가

덕수궁 돌담 내부 길과 박물관마을

국세청 남대문 별관 건물을 철거한 자리에는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개관했다. 1층 높이에 지하로 연결된 건축전시관은 덕수궁 돌담과 어깨를 맞췄고, 가려졌던 성공회 성당의 전경을 열어줬다. 전시관에는 시간을 넘어선 서울의 동네와 건축물모형들이 전시중이다. 이곳에서 덕수궁, 주변의 옛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성공회 성당 옆으로는 덕수궁 돌담 내부길이 개방됐다. 영국대사관에 막혀 있던 길이 일반에 열리며 덕수궁을 한 바퀴 돌아 산책하는 게 가능해졌다. 돌담 안쪽을 걸으며 궁내의 낙엽 지는 풍경을 엿볼 수 있으며, 호젓한 데이트 코스로도 운치 있다.

돌담길 나들이를 끌낼 쯤, 에도 들려볼 일이다. 끝자락의 은 옛 새문안동네 일대에 예술을 덧씌워 도시 재생 방식으로 재구성한 곳이다. 개조한 집과 한옥 건물은 박물관, 미술관 등 전시 체험 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추억의 영화관, '콤퓨타 게임장‘ 등 그때 그 시절 풍경을 골목 모퉁이에서 만날 수 있다.

돈의문박물관마을
중명전
덕수궁 내부 개방로

서진 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교통: 서울지하철 1,2호선 시청역에서 하차한다. , , 덕수궁 내부길, , 고종의 길, 수순으로 둘러본다.

음식: 덕수궁 대한문 옆에는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정동전망대가 있다. 13층 전망대에서는 정동의 옛 사진을 전시중이며, 커피 한잔 곁들여 을 조망할 수 있다. ‘’ 외에도 변에 찻집들이 여럿 있다.

기타: 에서 순화동 방면으로 향하면 인문예술공간인 ‘순화동천’이 자리했다. 순화동천은 인문학 전문 책방과 갤러리, 뮤지엄 콘서트홀 등으로 꾸며져 있다. 고서를 간직한 책 박물관에서는 전시회, 음악공연이 열린다.



서진 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