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즈테페에서 내려다 본
최근 흑해 일대는 러시아 우크라이나간 갈등으로 떠들썩하다. 흑해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조지아, 루마니아 등 7개국을 품은 대륙 속 바다다. 터키 트라브존은 흑해 남쪽을 대표하는 도시다. 페르시아와 중앙아시아로 통하는 무역의 요충지였으며 고대 로마, 비잔틴 제국, 오스만 제국 등 수많은 왕조의 지배를 받았다.

흑해의 가옥들은 비탈진 언덕위에 들어서 있다. 검푸른 바다와, 붉은 지붕, 메마른 산들이 묘한 대비를 이루며 흑해의 풍광을 채색한다. 터키사람들에게 흑해는 '손님을 좋아하는 바다'라는 정겨운 의미로 오랫동안 인식돼 왔다.

옛 러시아 연방과 소통하는 도시

터키 동북부 트라브존은 흑해와 접한 도시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다. 생활상을 들춰보면 흑해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그들만의 독특한 개성이 묻어난다. 트라브존은 옛 소련 땅이었던 조지아, 아르메니아 등과는 지척거리다. 이스탄불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관문의 성격이 짙었다면 트라브존은 터키와 러시아 문화권을 잇는 교차로의 의미를 지녔다. 흑해를 사이에 두고 러시아, 우크라이나, 조지아로 배가 떠나고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등으로 향하는 버스들도 출발한다.

흑해 최대 도시라고 하지만 길목에서 느껴지는 정서는 복잡다단하다. 도심 메이단 공원에 나서면 러시아인들의 모습과 흔하게 마주친다.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되면서 조지아, 아르메니아 주민들은 흑해를 건너와 트라브존까지 거주지를 넓혔다. 트라브존에 각국 영사관들이 있어 직접 비자를 발급해 주기도 한다.

트라브존과 흑해

보즈테페 언덕과 쉬멜라 수도원

트라브존의 거리 중 빼어난 곳은 보즈테페 언덕길이다. 언덕 꼭대기에는 차 한잔 마실 수 있는 노천카페가 마련돼 있다. 홍차의 산지인 리제는 트라브존의 이웃도시다. 언덕 아래 붉은지붕과 모스크들 사이로 흑해의 풍광은 아득하게 펼쳐진다.

보즈테페 언덕에서는 다운타운까지 발품을 팔아 볼 일이다. 내리막길을 따라 걸음을 옮기면 비탈에 기댄 사람들의 일상이 낱낱이 다가선다. 도심까지 30여분간 이어지는 이 길이 참 예쁘다. 메이단 공원 옆, 도심 ‘우준’ 거리는 인파로 북적이고 화려한 카페들은 해변까지 옹기종기 연결된다.

트라브존의 최대 유적은 쉬멜라 수도원이다. 쉬멜라 수도원 가는길의 마치카 마을은 소박한 흑해지역 도시의 단상을 엿볼수 있는 곳이다. 찻집에 빼곡히 모여 담소를 나누는 할아버지들의 일상이나, 오가는 길손에게 차이 한잔 건네주는 생선 가게 아저씨의 손길은 따뜻한 온기로 남는다.

비잔틴 문화가 새겨진 수도원은 해발 1628m 지가나산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다. 수도원은 5세기부터 지어지기 시작해 천년의 세월을 견뎌 왔으며 절벽 밑 그리스도의 삶을 다룬 프레스코화도 7~13세기에 그려진 것이다. 수도원 산길을 따라 오르면 수도사들이 겪었을 고행과 속세와의 단절이 깊이 전해진다.

보즈테페 오르는 길
우준 거리 풍경
벼랑에 들어선 쉬멜라 수도원
쉬멜라수도원 벽화

여행메모

교통: 이스탄불에서 트라브존까지는 버스로 16시간 걸린다. 버스에서는 빵, 비스켓 등의 간식을 제공하며 심야버스는 아침을 주기도 한다. 미니 승합차인 는 보즈테페, 쉬멜라수도원 등의 주요 관광지 뿐 아니라 변두리를 오갈 때 애용된다.

음식: 트라브존은 흑해 해산물중 ‘하므시’(큰 멸치) 튀김으로 유명한 곳이다. 번화가에도 생선가게가 버젓이 들어서 있고 도시의 상징물도 하므시로 세워져 있다.

기타: 트라브존의 유적인 는 이스탄불의 것과 이름이 같지만 규모는 아담하며 흑해를 바라보고 서 있다. 14세기 지어진 성벽인 오르타히사르도 함께 둘러볼만하다.

돌무쉬
하므시 튀김
아야소피아

서진 여행칼럼니스트



서진 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