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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스포츠]‘이창호부터 디마지오까지’ 천재와 기인은 종이 한장 차이?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한다. 그만큼 이 세상을 지배하는 천재는 반대로 보면 바보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인류사를 바꾼 아인슈타인이나 에디슨도 어린 시절 바보 취급을 받았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스포츠계에도 이런 천재인 듯 바보인 듯 천재 같은 인물들이 있다. 바보라고 하기까지는 좀 그렇지만 ‘기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있고 그 유형도 다양하다. 신의 경지라고 불리는 이창호부터 1번타자의 완성형이라고 불리는 리키 헨더슨, 그리고 ‘세기의 섹시아이콘’ 마릴린 먼로와 사랑에 빠졌던 조 디마지오까지 그들은 한 분야를 지배했던 천재였으나 또한 다른 분야에서는 심각할 정도로 결함을 보였다.

  • 왼쪽부터 바둑의 이창호, MLB의 전설 리키 헨더슨, 조 디마지오. ⓒAFPBBNews = News1
▶머리 감겨줘, 군화끈 매줘… '신산' 이창호

`신산(神算)', 즉 `계산의 신'이라고 불리며 한국 바둑계에서는 인간 국보로 여겨지는 이창호. ‘신의 경지’라는 바둑 9단들 사이에서도 우러러보는 존재인 이창호의 업적은 이루 말할 수 없다.

1991년 첫 세계랭킹 1위 등극 이후 2006년까지 16년간 세계 랭킹 1위를 독보적으로 유지했다(조치훈 8년 연속 1위, 이세돌 5년 연속 1위). 11세에 프로기사로 입문했으며 통산 138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2005년 농심배에서 자신이 지면 탈락인 한국을 대표해 홀로 중국과 일본의 5명의 기사에 5연승으로 우승을 차지한 일화는 ‘응답하라 1988’을 통해서도 회자된 유명한 일화.

바둑은 몰라도 이창호 그에게도 심각한 결함은 있었다. 바로 바둑 외의 일에 도무지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그와 관련된 수많은 일화가 있지만 몇 가지만 추려본다. 그나마 취미생활로 알려진 것도 오락실 게임이 전부다.

어린 시절 이창호가 부모님처럼 따랐던 조훈현 국수의 부인 정미화씨는 한 인터뷰에서 이창호를 내제자로 들인 후 머리를 혼자 감지 못해 대신 감겨줬다는 숨겨진 일상을 털어놓은 바 있다. 훈련소 시절에는 이창호가 항상 집합 때 늦어 내무반에 가보면 군화끈을 매지 못해 쩔쩔 맸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또한 한 바둑 온라인게임 대회에 나서 헤드셋을 거꾸로 써 진행요원이 헤드셋을 다시 씌워주는 영상은 여전히 인터넷 바다에서 화제가 되곤 한다. 워낙 성격도 조용하고 차분한데다 어린 시절부터 바둑에만 전념하다보니 생긴 다소 우스꽝스러운 일화다.

영상보기 :
헤드셋을 못 써 당황하는 이창호 9단. https://youtu.be/GDdgVzxq89U

▶여름에 동상 걸리고 가명집착… ‘완벽한 1번 타자’ 헨더슨

야구에서 1번 타자라 함은 많이 1루 베이스에 나가며 빠른 발로 투수를 흔들어놓을 수 있어야한다. 그리고 많은 공을 보며 선발 투수의 힘을 빼놓음과 동시에 선발 투수의 컨디션을 동료 선수들에게 경기를 통해 알려줘야 한다.

리키 헨더슨은 이 요건을 모두 갖춘 완벽한 1번타자였다. 일단 통산 출루율이 4할1리로 4할 출루율로 은퇴한 유일한 1번타자다. 그리고 1406도루를 기록했는데 이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1위로 2위 루 브록(938도루)보다 50%나 많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1위와 2위의 차이가 이렇게 심한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다.

역대 최고의 좌완투수였던 랜디 존슨은 ‘도루를 주더라도 차라리 초구로 몸에 맞혀 내보내는 것이 낫다’고 얘기했을 정도로 긴 승부를 즐기기도 했다. 완벽한 1번 타자였던 리키 헨더슨이다.

  •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헨더슨. ⓒAFPBBNews = News1
야구에서는 완벽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 한 여름에 아이스팩을 한 채로 잠이 들어 동상이 걸린 것부터 시작해 섬나라인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선수에게 ‘여기(미국)에서 차로 얼마나 걸리냐’라고 묻기도 했다.

이상하게도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데 주저함이 있어 호텔에 묵을 때는 늘 수많은 가명을 돌려썼다고 한다. 그래서 구단 직원은 그가 자주 쓰는 가명을 늘 체크해야만 했다. 또한 대화를 할 때 1인칭(나는)이 아닌 3인칭(리키는)으로 말하는 등 기인 같은 행동도 일삼았다.

▶미국인의 기쁨, ‘사랑바보’로 생을 마감하다…조 디마지오

조 디마지오는 정확했으며 끈질겼으며 장타력까지 갖췄었다. 정확성은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는 불멸의 기록인 ‘56경기 연속안타’로 설명되고, 4할에 살짝 못 미치는 출루율(0.398), 46홈런을 때려낸 파워로 장타력도 설명된다. MVP 3회에 데뷔부터 은퇴까지 단 한 번도 올스타에 선정되지 않은 적이 없을 정도로 전국민적 인기도 대단했던 디마지오다.

2차 세계대전으로 미국인들의 삶이 피폐하던 1941년.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오늘도 디마지오가 안타를 치겠죠?'가 안부 인사였다. 그 정도로 조 디마지오는 미국인의 자랑이었고 기쁨이었다.

언급한 1941년에는 역사에 길이 남은 불멸의 기록인 56경기 연속 안타를 만들어냈다. 정점을 찍던 시기였던 1943시즌을 앞두고는 자원입대해 2차 세계대전에도 ‘군인’으로 참여했다. 연합군의 승리 후 1946시즌 다시 돌아와서도 정상의 자리를 유지한 디마지오였다(1947시즌 MVP, 1948시즌 홈런왕).

실력이면 실력, 군대를 갔다 오는 모범적인 모습까지 모든게 완벽했던 디마지오는 1951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 그리고 1954년 당대의 섹시 아이콘이었던 마릴린 먼로와 세기의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둘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했다. 결혼 274일 만에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은 것.

  • 마릴린 먼로와 키스하는 디마지오. ⓒAFPBBNews = News1
하지만 디마지오의 사랑은 헤어지면서 진정으로 시작됐다. 이후 먼로는 ‘세일러맨의 죽음’을 쓴 극작가 아서 밀러와 결혼했지만 디마지오는 누구와도 사랑을 나누지 않았다.

1962년 먼로가 36세의 나이로 사망하자 디마지오는 장례를 직접 주관했다. 그리고 자신이 생을 마감한 1995년 85세의 나이까지 매년 먼로의 묘지를 찾았다. 죽기 전 마지막 말은 "이제 마릴린의 곁으로 갈 수 있겠군"이었다.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디마지오는 사랑의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될 자격이 충분한 ‘사랑바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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