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쇼의 꽃' 레이싱 걸몸짱에 얼짱은 필수, 무대 압도하는 끼로 똘똘 뭉친 매력 덩어리들

"차는 안보고 몸만 흘끔거려요"
'모터쇼의 꽃' 레이싱 걸
몸짱에 얼짱은 필수, 무대 압도하는 끼로 똘똘 뭉친 매력 덩어리들


‘모터 쇼의 꽃’ 레이싱 걸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2~3년 전부터 서서히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눈길을 모으더니 요즘에는 아예 웬만한 연예인 뺨 치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정상급 레이싱 걸들은 1만 5,000∼2만 명 규모의 팬 클럽을 거느릴 정도. 타고난 미모와 끼를 겸비한 레이싱 걸의 세계는 어떠할까.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할리우드 모터쇼’(12월 19일~ 1월 4일)를 찾아 요즘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레이싱 걸 3인을 만났다.

지난 26일 모터쇼 행사장 안은 활기가 넘쳐 났다. ‘007 시리즈’에 등장하는 애스터 마틴 뱅퀴시 V12 등 9대의 본드카를 비롯해 제규어 XJ 220, 닷지 바이퍼 등 슈퍼 카 60 여대가 눈부신 광채를 뽐내고 있는 전시장에는 하루 2~3만 여 명의 관람객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들 슈퍼 카보다 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쭉쭉빵빵’ 레이싱 걸. 그녀들이 연신 포즈를 바꿀 때마다 팬들은 환호하며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렸다.

왼쪽부터 추미정, 김현아, 최혜영. /최규성 차장

모터쇼장의 최고 인기

최혜영(24), 추미정(24), 김현아(26)는 이들 중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레이싱 걸. 가슴과 다리 등의 곡선이 훤히 드러나는 아슬아슬한 옷을 걸친 이들의 미모는 한 눈에도 매력 만점이다. “요즘은 무대에 서면 차보다 더 조명을 받는다는 게 피부로 느껴져요.” 경력 6년 차인 김현아는 최근 레이싱 걸에 대한 인지도가 부쩍 올라가고 있는 것이 무척 기쁘단다. “레이싱 걸이 되는 길을 알려달라는 E-mail을 자주 받아요. 어깨가 으쓱하죠.”

현재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레이싱 걸의 평균 나이는 23~26세. ‘잘 나가는’ 레이싱 걸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첫 번째 조건은 잘 빠진 몸매다. 소위 말하는 ‘몸짱’ 몸매에다 ‘얼짱’ 얼굴을 겸비해야 ‘별’이 될 수 있단다. “기본적으로 170cm 이상의 키에 괜찮은 외모여야 해요.”(최혜영) 추미정은 170cm의 키에 몸무게는 47kg. 최혜영과 김현아는 각각 174cm- 52kg, 175cm-49kg의 늘씬한 신체 조건을 자랑한다.

하지만 예쁜 건 레이싱 걸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지, 충분 조건은 아니다. “현장을 압도하는 ‘끼’가 있어야 해요. 아무리 예뻐도 카메라를 들이대는 데 어정쩡하게 있으면 무대에 서기 어렵죠.”(추미정)

레이싱 걸의 주된 일과는 사진 촬영이다. 신차 발표회, 모터쇼, 오토 살롱 등 각종 자동차 관련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다. 할리우드 모터쇼의 경우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슈퍼카와 함께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자동차 관련 동호회, 자동차 전문 웹진, 팬 까페 등 수 많은 곳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행사장을 찾기 때문에 잠시 쉴 새도 없이 다양한 포즈를 취해야 한다.

레이싱 대회가 열릴 때는 출전 선수에 대한 보호 임무도 맡는다. 경기를 기다리는 선수에게 우산을 씌워 그늘을 만들어주고, 긴장을 풀 수 있도록 응원을 해준다. 한여름에는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겨울에는 얇은 옷 하나 걸치고 허허벌판에 서 있어야 하는 등 고충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하지만 레이싱 걸들은 “일반 행사보다 박진감 넘치는 레이싱 대회가 한층 더 매력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기에 지면 분위기가 푹 가라앉아요. 경기 후 회식 때도 이기면 쇠고기, 지면 돼지고기를 먹죠. 그래서 이 악물고 응원해요. 물론 경기에 이길 때는 그 동안의 스트레스가 눈 녹듯이 확 풀리죠.”

“노골적인 시선, 민망해요”

레이싱 걸이 현장 분위기를 띄우는 최대 무기는 섹시미. 하지만 이 때문에 겪는 마음 고생도 적지 않다. “노골적으로 신체 한 부위를 뚫어지게 쳐다볼 때는 무척 민망해요. 그래도 별 수 있나요. 그냥 웃죠.”(김현아)

사이버 테러를 당하는 일도 종종 있다. “짧은 의상 때문에 어쩌다 속옷이 노출되기도 하는데, 이를 찍어서 성인용 사이트에 올려놓아 속상해요.”(추미정) 심지어 이들의 사진이 합성돼 사이버 공간을 나도는 일도 있다. 최혜영은 얼마 전 “비키니 수영복 사진을 봤다”는 동생의 얘기를 듣고 당황했다. 행사장에서 그런 복장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인기가 올라가면서 전문 직업인으로 대우 받고 있지만 근무 조건은 아직 열악한 편. 명확한 체계가 없다. 전속 개념이 희박하고 (있어도 구두상의 계약 수준), 대부분 대회가 있을 때마다 계약을 맺어 활동하게 된다. 인지도에 따라, 활동 정도에 따라 수입은 천차 만별이다. 정상급 레이싱 걸은 1개월에 300~500만원(잡지 등 모델을 겸한 경우,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을 벌고, 단돈 몇 십만원을 못 버는 레이싱 걸도 있다. 평생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니까 저축을 많이 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얘기다.

대중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연예 관계자들의 구애도 뜨겁다. 하지만 섣불리 연예계에 발을 들일 생각은 없단다. 화려해보이지만 ‘덫’이 많은 생활의 이면을 엿본 탓이다. 이따금 가수의 뮤직 비디오나 잡지 모델 들로 활동하면서 ‘검은 유혹’을 받고 환멸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레이싱 걸이 더 대중적인 사랑을 얻는 날을 꿈꾼다. 추미정 씨는 “새로 만들어가는 직업이라는 자부심이 크다”며 “TV탤런트나 가수 못지않게 많은 사랑을 받는 직업인으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고 환한 웃음을 보였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4-01-09 16:03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