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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태추적] '살인 청부업자'


영화에나 나올 법한 살인청부업자가 인터넷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돈만 주면 사람을 죽여준다는 이들 ‘청부업자’는 전문적인 킬러에서 최후의 생계 수단으로 이 일을 택하는 이들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다.

경찰에 따르면 과거에는 조직폭력배 등이 이권이나 세력 확보를 위해 청부 살인을 저질렀지만 최근에는 카드 빚 등 생활고에 쫓긴 이들이 청부살인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더욱이 부산에서 발생한 러시아 마피아 살해사건과 같이 해외파 살인청부업자까지 활개를 치고 있어 청부 살인의 문제는 더욱 심각한 수위에 이르렀다.

사실 이들의 존재 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살인을 의뢰하는 사람들 중 자신의 가족을 죽여달라고 부탁하는 10대 청소년이 많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자신의 어머니를 죽여 달라는 경우도 있다.

‘원하는 사람을 청소해 드립니다.’ 박현정(23ㆍ여ㆍ가명)씨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한 카페에 올라온 이 글을 보고 평소 자기를 구박하고 손찌검을 일삼는 어머니를 떠올렸다. 그녀는 주저 없이 ‘청소부’ 에게 e메일을 보내 어머니를 죽여줄 것을 의뢰했다. 대가로 제시한 금액은 200만원.

다음날 박씨는 킬러의 주문 확인 메일을 받을 수 있었다. 박씨의 청부 살인 부탁을 받은 킬러 임도형(28ㆍ가명)씨는 200만원에 박씨의 주문을 받아들이기로 결정, 지불 방법과 입금 방법 그리고 박씨의 어머니가 사는 집의 위치 등 자세한 사항을 물었다. 모든 사항이 접수되자 임씨는 일에 착수했다. 그는 일단 자신이 직접 일을 치르지 않고 고교생 홍상수(18ㆍ가명)군을 다시 매수해 살인을 사주했다.

임씨의 사주를 받은 홍군은 작업에 착수했다. 홍군은 박씨가 일러준 대로 어머니가 사는 집에 찾아가 잠자고 있던 어머니를 목졸라 무참히 살해했다.

무서운 10대는 또 있다. 경찰청 사이버 테러 대응센터에 꼬리를 잡힌 김세희(17ㆍ가명)양은 경기 안산 S여고 1학년생으로, 언니 김주희(19세ㆍ가명)를 죽여 달라고 살인청부를 부탁했다. 부친의 교통사고 사망보상금을 관리하면서 용돈을 적게 주고, 사생활을 간섭하며 자주 폭행한다는 이유로 언니를 죽이려 앙심을 품은 것.

김양은 e메일을 이용하여 김익철(26ㆍ가명)씨에게 “언니를 살해하면 300만원을 주겠다”고 제의하고 언니의 거주지 및 생활 동향 등을 알려줬다. 경찰은 이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살인기도 혐의로 이들을 체포했다.

‘미운 언니 죽이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9월 카드 연체금 730만원을 갚기 위해 범행을 모의한 공익 요원 이상수(23세ㆍ가명)씨. 모 인터넷 포탈 사이트에 ‘살인대행’ 카페를 개설·운영해 온 이씨는 카페의 게시판에 “3,000만원을 주면 원하는 상대를 확실히 죽여주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몇일 후 이를 본 김나경(15세ㆍ가명)양으로부터 “언니를 없애주면 300만원을 주겠다”는 내용의 연락을 받았다. 김양이 제시한 300만원은 이씨가 제시한 금액의 10분의 1에 불과했지만 돈이 급한 그는 이를 승낙했다. 그러나 이씨는 김양의 살인청부와 함께 총 두건의 살인청부를 접수 받고 일을 도모하던 중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하준호(14세ㆍ중2 휴학)군은 어머니의 카드 빚과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모 인터넷 포탈 사이트 카페에 ‘킬러단 모집’이라는 글을 게시하고, ‘살인청탁하실 의뢰인 찾습니다’ 라는 메일을 발송했다. 하군의 이러한 광고 메일을 보고 연락한 이들은 한달 새 무려 7명이나 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청소부 사이트에 대해 “지난해 2월15일부터 3월말까지 한달여간 실시한 청부살인·해결사·도박·음란 등 불법사이트 일제 단속에 적발된 사이트 중 청부살인을 목적으로 한 해결사 사이트가 무려 100여 개에 이르렀다”며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해결사 사이트를 찾는 이들은 사회나 가정 학교 등지에서 일상생활 중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충동적으로 해결하려는 성향이 짙다”며 “청부업자들은 손 쉬운 해결방법이 있다는 식으로 의식을 자극한다”고 말했다.

가장 유명한 외국의 살인 청부 조직으로는 13세기에 탄생한 ‘인도 킬러’를 들 수 있다. 돈만 주면 누구든 원하는 사람을 저 세상에서 보내는 전문집단으로 악명이 높다. 이들은 파괴의 여신 ‘칼리’ 를 숭배하는 신도들에 의해 13세기 탄생했는데, 주로 10대 청소년이 살인에 앞장섰다고 한다. 매년 3만명의 인명을 빼앗을 정도로 악명 높았던 이 암살단 앞에선 대영제국의 군사력도 속수무책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윤지환 르포라이터 tavarish@hanmail.net


입력시간 : 2004-02-0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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