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요 걸' 살아남기 백태룸살롱 불황 한파로 안마시술소 등지에서 '개인 비즈니스''연애 기획사' 통한 매춘, '공사치기'등 신종 변종 영업도

화끈한 '몸 팔이'로 불황 탈출
'나가요 걸' 살아남기 백태
룸살롱 불황 한파로 안마시술소 등지에서 '개인 비즈니스'
'연애 기획사' 통한 매춘, '공사치기'등 신종 변종 영업도


서울 역삼동의 P룸살롱에 나가는 K모양(24)은 한때 잘 나가던 에이스(가장 인기가 많은 아가씨)였다. 업주가 소문을 듣고 다른 룸살롱에서 억대의 돈을 들여 스카우트 해 온 아가씨다. 그런 K양이지만 지난 목요일 저녁에도 직장(?)에 나가지 않았다. 유흥가에 불어닥친 불황 때문에 도저히 밥벌이가 안되는 탓이다.

그렇다고 마냥 노는 것은 아니다. 다른 일을 한다. 무슨 일이냐는 질문에 “개인 비즈니스예요”라고 웃는다. 그녀가 말하는 ‘개인 비즈니스’란 다름 아닌 2차 전문 영업이다.

룸살롱와 고급 룸카페들이 장기불황에다 50만원 접대 실명제 실시로 시름의 나날을 보내자 아가씨들도 덩달아 살아남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업주들은 ‘50만원 이하 파격 패키지 상품 개발’ ‘고액 영수증 서로 나눠 끊어주기’ ‘영수증 날짜 바꿔치기’ 등으로 실명제 파고를 넘는 사이 아가씨들은 피난길을 떠나기 바쁘다. 일부는 K양처럼 개인 비즈니스에 뛰어들기도 하고, 일부는 안마시술소 등 다른 업종으로 옮겨가고 있다.

‘오래간만에 한가하게 지낼 것이지’말에 허탈하게 웃는다. “마이킹을 갚으려면 기름을 지고 불속으로라도 뛰어들어야 할 판”이란다. 마이킹은 아가씨들이 업주로부터 선불금으로 끌어 쓴 빚이다. 그 빚이 바로 아가씨를 특정 업소에 묶어놓은 족쇄인데, 호황일 때는 ‘천천히 갚아야지’했다가 불황이 닥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업계 주변에서는 어떤 아가씨가 선마이킹에 대한 업주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자살했다는 소문도 나돌 정도로 아가씨들의 사정은 절박하다.

△ 단골손님 ‘모신 후’ 화대

그래서 생각해 낸 게 2차 전문 영업이다. 단골 손님에게 전화를 걸어 개인적으로 만나 관계를 가진 후 화대를 받는 것이다. K양처럼 과거에 인기가 있었던 아가씨의 경우 ‘개인 비즈니스’로 뛰면 ‘마이킹’을 갚아나갈 수 있지만, 그러지 못한 경우 난감할 수밖에 없다.

이런 아가씨들을 모아 사업을 벌이는 ‘연애기획사’들이 강남지역에 대거 등장했다. 한마디로 전화로 손님을 끌어 연결시켜주는 매춘업이다. 한 연애기획사 관계자는 “술집에서 돈 벌기 힘드니까 밖에서 따로 만나 용돈을 받아 좋고, 손님들도 비싼 술값 내지 않고 아가씨들과 바로 즐길 수 있으니까 좋아합니다”라고 말했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매상에 직접 타격을 주는 아가씨들의 개인 손님 접촉은 유흥업계의 절대적인 금기였다. 그러나 이제는 ‘선불금 퉁치기’란 말까지 등장해 그 같은 유흥업소의 금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선불금 퉁치기’는 말 그대로 업주로부터 빌려쓴 선불금을 현금으로 갚는 대신 다른 조건과 맞바꾼다는 것인데, 대표적인 것이 ‘개인 비즈니스’다.

문제는 ‘퉁치기’를 한다며 아가씨들이 도망치는 바람에 업주와 아가씨들간에 쫓고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어떤 아가씨는 작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대에 이르는 선불금을 갚지 않고 도망친 것도 모자라 돈을 받아내려는 업주들에게 오히려 불법영업행태를 고발하겠다며 위협한다고 한다. 이에 업주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급기야 업주들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업주들은 단골 고객들에게 아가씨들을 보내 함께 차를 마시며 애인역할을 하도록 하는가 하면 달콤한 문자를 틈틈이 보내주도록 한다. 일부 업소에서는 매월 최고 매상을 올린 손님을 뽑아 ‘파트너 아가씨와 2박3일 여행’을 보내주기도 한다. 아가씨들이 인터넷 상에 미니 홈페이지를 만들어 자신?섹시한 몸을 보여주는 등 노골적으로 유혹하기도 한다. 또 강남 특유의 고급화 이미지를 벗고 소위 ‘서울 북창동식’ 화끈 서비스를 도입한 곳도 있다.

△ 아가씨 몸값도 추락

무엇보다 화급한 것은 아가씨들 물관리다. 선릉역 근처에 위치한 한 룸살롱측은 “고액의 마이킹을 받은 아가씨들이 잠적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업주들이 모여 그 동안 억대로 치솟았던 에이스의 몸값을 묶기로 했다”며 “한때 2억 원까지 올랐던 몸값이 최근에는 4,000만원 정도로 내렸다”고 귀띔했다. 마담들에게 주는 선불금도 1,000~2,000만원 선으로 낮아졌다.

아가씨들의 ‘서바이벌 게임’도 치열하다. 최근에는 ‘변종 공사치기’도 등장했다. 원래 ‘공사치기’란 돈 많은 손님을 꼬드?돈을 긁어내는 것을 말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변종 공사치기란’ 평소 찍어둔 돈 많은 손님에게 일부러 시비를 걸어 폭력을 휘두르게 만든 다음 이를 빌미로 치료비를 요구하는 것. 강남의 한 룸살롱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모 벤처기업 사장 A씨가 룸살롱에서 아가씨로부터 인격적 모독을 당해 흥분한 나머지 폭력을 휘두르다 2,000만원 상당의 치료비를 물어주었다고 한다.

아가씨들이 노리는 것은 상대의 사회적 체면이다. 계획적으로 시비를 걸어도 문제가 발생하면 손님들이 사회적 체면 때문에 돈을 주고라도 일을 조용히 처리하려고 하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일종의 입막음용 명목으로 돈을 받아낸다는 소리다. 이렇게 해도 ‘마이킹’을 갚기가 어려운 아가씨들은 죽고싶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

'다단계 계산'으로 접대비를 피한다.
   

접대비로 50만원 이상 쓸 경우 접대 대상의 신원을 공개해야 하는 소위 '접대비 룰' 가동이후 룸살롱마다 처절한 서바이벌 게임이 펼쳐지고 있다.

가장 먼저 선보인 것은 '국세청 메뉴'. 50만원을 넘지 않는 패키지 메뉴들이 룰살롱을 중심으로 생겨났다. 양주 1병에 맥주, 안주 둘, 서빙 아가씨를 합쳐 45만~49만원으로 끊어준다. 예컨데 서울 중구 북창동의 A룸살롱은 2인고객에게는 양주 2병에 안주, 도우미 비용을 포함해 모두 45만원에 제공한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국세청 메뉴'가 정말 대접해야 할 상대에게는 큰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어차피 술값으로 수백만원을 써야 할 판인데, 50만원 안팎의 메뉴로는 성에 차지 않기 때문. 그래서 나온 방식이 '다단계 계산'법이다.

룸살롱에 들어가면서 카운터에 신용카드를 건네줘 일단 '49만원'으로 1차 끊고 1시간쯤 지나 또 한차례 카운터로 가 카드를 내민다. 다시 49만원 계산. 그리고 마지막으로 술집을 나서면서 또 결제를 했다. 그 계산은 이렇다. 130만원으로 접대할 경우 먼저 49만원으로 끊고, 1시간 정도 후 중간계산으로 49만원을 결제한 뒤, 술자리가 끝나고 나갈 때 남은 술값 32만원을 최종적으로 결제한 것이다. 물론 액수가 크면 결제 횟수 역시 늘어나기 마련이다.

업소는 1차 계산시 A사 카드결제기로, 중간계산은 B사 카드결제기로, 마지막은 C사 카드결제기를 이용한다. 영수증을 바꿔치기 하는 셈이다.

최근에는 각 업소에 오토바이 알바생을 모집해 고액 접대 손님이 입장하는 즉시. 제휴 업체에 보내 49만원 짜리 영수증을 우선 끊어 오고(1차 계산), 중간에 계산할 때 다시 다른 제휴 업체에게 보내고(2차 계산), 마지막으로 술자리가 끝나면 그 업소에서 결제를 한 뒤 월말에 제휴업체끼리 서로 정산하는 방식을 활용하기도 한다.

윤지환 르포라이터


입력시간 : 2004-02-18 14:11


윤지환 르포라이터 tavaris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