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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태추적] 동거남녀 잔혹사


위험한 동거가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동거를 소재로 한 드라마 ‘옥탑방 공양이’가 인기를 끌면서 동거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관심도 크게 높아졌지만 동거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특히 부적절한 고령 동거가 늘면서 ‘동거남녀’의 강력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서로 죽고 죽이는 것도 모자라 불까지 지르는 등의 ‘동거남녀 잔혹사’ 때문이다. 동거를 하다 의견 다툼이나 불화로 상대방이나 그의 가족을 살해하는 끔찍한 범죄가 끊이지 않고 발생해 이혼률 급증, 출산 기피현상 등과 함께 위험한 동거가 우리 가정을 파괴하는 사회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작년 12월에는 동거로 인한 강력사건이 하루에 연달아 세 건이나 발생했다. 우선 동거녀의 초등학생 아들을 버스정류장에서 행인들이 보는 가운데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최모(45ㆍ무직)씨는 지난해 3월부터 동거해 온 김모(34)씨가 ‘성격이 포악하다’며 한달 만에 도망가자 김씨의 행방을 쫓아다니며 다시 만나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김씨는 최씨를 경찰에 신고하기에 이르렀고 최씨는 앙심을 품고 아무런 죄가 없는 김씨의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것이다.

같은 날 발생한 비슷한 사건은 동거녀의 아들이 아니라 동거녀 자신이 희생자가 됐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모 주공아파트 앞 버스정류장에서 권모(44ㆍ노동)씨가 8년 전 동거를 하다 3년 6개월 전 도망간 동거녀 이모(45ㆍ무직)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것이다. 권씨는 이씨가 도망간 뒤 이씨를 계속 쫓아다니며 ‘다시 동거생활을 하자’고 끈질기게 요구했지만 이씨가 다른 남자와 동거를 하자 앙심을 품고 흉기를 휘두를 것으로 드러났다.

역시 같은 날 강남구 수서동 모 오피스텔에서 임모(25ㆍ여)씨가 동거중이 던 아르헨티나 교민 김모(28ㆍ무역업)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임씨는 성관계 요구를 거부한다며 김씨가 뺨을 때리는 등 주먹을 휘두르자 격분해 김씨를 흉기로 찌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건들은 모두 40대 안팎의 부적절한 동거남녀의 불화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동거남녀 파탄으로 인한 엽기적 사건이 젊은 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40대는 물론 50대, 심지어 60대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서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19일 광주 광산구 소촌동 모 원룸에서 불이 나 2천900여만원의 재산피해를 내고 30분만에 꺼졌다. 경찰의 조사결과 20대 여성이 동거남과 말다툼 끝에 자신이 사는 원룸에 불을 질렀다. 그때 고모(29ㆍ여)씨는 전 남편 사이에 태어난 아이를 만나는 문제로 시작된 동거남 서모(31)씨와 격렬한 말다툼을 벌였다고 한다. 피해는 모두 애꿎은 이웃들에게 돌아갔다. 신고를 받은 소방대원이 신속히 출동, 주민들을 모두 구조해 인명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거 커플들의 잔혹사는 단순 방화에 그치지 않는다. 잠자는 동거남의 성기를 자르고 도망가는가 하면 자신과 동거중인 남자의 부모들이 헤어질 것을 요구하는 데 불만을 품고, 자고 있는 동거남을 흉기로 찌르고 아파트에 불을 질러 동반 자살을 시도한 30대 여자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가출 청소년들의 빗나간 동거도 심각한 수위에 이르렀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최근 여고생을 협박해 여섯 달 동안 함께 살면서 성폭행한 김(44)모씨를 구속했다. 조사에 따르면 김씨는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16살 조모양이 가출하려 한다고 말하자 조양에게 숙식 제공 등 향후 문제에 대해 책임져 주겠다는 식으로 미끼를 던졌다. 이에 조양은 김씨와 약속장소에서 접선했는데, 김씨는 온갖 수단으로 협박, 경기도 포천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조양의 이후 생활은 상습 성 폭행으로 이어졌다.

결혼 상담 전문가는 “동거남녀간에는 부부 사이와는 달리 의무감과 책임감이 결여돼 있어 사소한 의견 차이에도 갈등이나 불화를 일으키기 쉽다”며 “동거가 결혼과 같은 관계로 이어주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 부적절한 동거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동거'를 하는 이유는?
  
동거를 하는 이유에 대해 남녀 1만4,154명에게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1위 - 상대의 잠버릇이나 생활 습관을 쉽게 알아 볼 수 있다. 3,717명
2위 - 상대에 대한 책임감, 진지함, 부담감이 덜하다. 2,233명
3위 - 긴장감이 있어 계속 연애하는 기분을 느낀다 1,831명
4위 - 생활비, 데이트 비용이 절약된다. 1,430명
5위 - 밤낮으로 같이 있고 싶은 원초적 본능을 충족시킨다 1,360명
6위 - 서로 사생활을 구속하지 않는다. 1,067명
7위 - 결혼 전에 속궁합을 알아볼 수 있다. 702명
8위 - 상대의 가족까지 신경 쓰지 않아 편하다. 580명
9위 - 서류상의 문제가 없다. 567명
10위 - 결혼은 미친 짓이다. 325명







윤지환 르포라이터 tavarish@hanmail.net


입력시간 : 2004-02-2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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