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추적] 엽기적 아내에 신음하는 남편


“술을 먹고 난리를 피우기 시작하더군요. 가스렌지 위에 종이를 올려놓고 불을 지르기도 하구요….” “…식칼까지 휘두르며 난동을 부리는 일도 많습니다. 싸워도 자기의 잘못은 절대 인정하지 않고…. 이제껏 버텨왔지만 너무 힘듭니다. 무턱대고 칼 들고 설치는 모습을 보고 무슨 싸움이 되겠습니까? 어른들이 계시는 곳에서도 그런 짓을 저지르길래 딱 한번 때렸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경찰서에 신고하더군요. 경찰서까지 잡혀가서 조서 쓰고 빨간딱지 떼고…. 경찰은 저의 말을 들어 보려고 하지도 않더군요. 여자가 ‘나 맞았다’ 하니까 그야말로 그냥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모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피를 토하듯 쓴 남자들의 하소연이다. ‘엽기 아내’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흔적이다. ‘가정 파괴’는 으레 남자들의 잘못으로 인한 것으로 치부되고 있는 사이, 아내의 ‘폭력’에 멍드는 남편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도 남편의 폭력, 음주, 외도, 도박 등이 월등히 많다. ‘가정불화의 피해자는 무조건 여성’이라는 편견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참고, 포용하고, 인내해야 한다는 전통적 남성관에 멍든 ‘우울한 수퍼맨’ 들이 털어놓는 사연들은 기가 막힌다. 이혼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A모씨(30)는 “여성들은 전통적 여성상에서 많이 벗어난 반면 남성들은 아직도 ‘남자가 쫀쫀하게’ ‘남자가 치사하게’ 등의 언어폭력에 수치심과 모멸감을 받는다”며 “여성들은 전통적 여성관을 시대에 뒤떨어지는 남성우월주의적 사고라며 비난하면서 남성들에게 전통적 남성관을 요구한다”고 불평을 터뜨렸다. 그는 “아내는 나를 돈 벌어 오는 기계쯤으로 생각했다. 모든 것이 자기 멋대로였다. 매일 밖에서 친구들 만나 쇼핑하며 돈 쓰기에 바빴고 집안 일은 뒷전이었다. 왜 가정을 돌보지 않냐고 하면 나를 마치 조선시대 사람 취급하기 일쑤였다”고 했다.

B씨는 결혼 전의 빚이 문제였다. “결혼한 지 3년차가 되어 갑니다. 결혼 전에 빚 1,500만원이 있었는데, 아내에게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그 빚이 이자 때문에 2,500만원 정도가 되었지요. 얼마 전 그 빚의 존재를 안 아내가 놀랍게도 바로 이혼을 요구하더군요”<중략> “제가 백번 잘못했다고 해도 끝끝내 이혼이랍니다. 돌을 지낸 우리 아가를 위해서라도 한번 더 생각해 보라고 했지만 이혼을 하자고 합니다. 지난 3년간 다른 것도 속여왔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이혼을 요구합니다.”

그러면서 아내가 던져준 통장에는 300만원이 들어 있었다. 모든 월급을 아내에게 건네고, 1주일에 용돈 3만원으로 살아왔는데, 겨우 300만원이라니 하며 그는 허탈해 했다. 아내는 또 퇴근해 집으로 돌아오면 밥상만 달랑 차려놓고 TV에 매달려 있었다. 아니면 인터넷 한다며 컴퓨터에 매달려 살았다.

아내의 첫사랑에 우는 직장인 C(39세)씨. 그는 최근 처제로부터 긴한 전화를 받았다. 마주 앉은 자리에서 처제가 전해주는 언니 이야기는 까무라칠 정도. 우연히 언니의 집에 드른 처제는 아파트 입구에서 약간 대머리의 남자에게 머리 채를 휘어 잡혀 있는 언니를 보고 깜짝 놀랬다. 언니가 형부에게 절대 말하지 말라고 당부한 이면에는 이유가 있었다. 언니의 첫사랑이었던 것이다.

기가 막힌 것은 첫 사랑 남자는 서른 일곱의 나이에 변변한 직업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고시원 비도 언니가 대신 내주고 있었던 것. 그럼에도 아파트 앞에서 머리채를 휘어 잡히니 처제도 분노해 형부에게 귀띔한 것이었다. 그래서 C씨는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증거를 대라며 대들었다고 했다.

‘주부가 애인 하나 없으면 팔불출’이라는 주변의 이야기에 넘어가 애인을 사귄 아내에게 분통을 터뜨리는 남성도 있다. D(43세)씨는 아내가 술집에서 남자와 우연히 합석을 해 사귀었는데, 서로 호감을 느껴 며칠 후 다시 만나 여관방으로 직행했다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아내는 “일찍 남편을 만나 결혼해 순종하면서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다”며 “그 정도로 모셨으면 밖으로 나가 좀 놀면 어떠냐”고 대들었단다.

그동안 숨 죽이고 살았던 아내의 반란에 분통을 터뜨리는 남자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아내의 강짜에, 아이들 장래 때문에 덜미가 잡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남자들은 신세한탄에 담배량과 주량만 늘어가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든 이혼을 하는 게 좋을까? 이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서울 서초동의 P모 변호사는 “예전에는 남성들의 고질적 잘못을 참다 못한 여성이 이혼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요즘에는 아내에게 시달린 남편의 이혼소송도 늘어나고 있다구?“아내가 빗나가지 않도록 잘 보살피는 게 이혼보다 낫다”고 충고했다.

윤대영


입력시간 : 2004-03-04 21:00


윤대영 tavaris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