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스케치] 연둣빛 봄 기지개, 도심은 회색을 벗는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했던가. 때를 못 만난 정객의 한숨 소리로 쓰이기 십상인 말이었다. 2004녀의 이 봄, 우리 시대가 건너고 있는 여울목의 풍경이 그쯤 되지나 않을까.

핸드폰 메시지로 '당신을 잘렸다'. 아니 정확히는 '귀하는 모월모일부로 정리 해고됐음을 통보한다'고 일러 주는 신풍속도를 보며, 이 시대의 비정함에 목덜미가 오싹하지 않았을 사람, 과연 몇이나 됐을까.

살기가 힘든 사람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내리 쬐는 도시의 양광(陽光)은 기만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보라. 입춘과 우수를 지나, 벌써 경칩이다.

나무껍질의 각질을 뚫고 새순은 어김없이 돋고 있다.

생명은 일러주지 않아도 제 할 바를 안다. 생태계는 교란되고 있지만, 사람들의 몸과 마음은 새봄의 메시지와 교감한다. 봄이다.

최규성 차장


입력시간 : 2004-03-05 19:25


최규성 차장 ks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