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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파워 드높일 순수하고 맑은 경찰간부들
사회에 첫발 내딛는 최고 엘리트-경찰대 졸업 김재원, 정연희, 김현주 경위
"남자에 지지 않는 체력이지만 다리 예쁘다는 소리 듣고 싶어요"


독수리 문양의 정모에, 진 곤색 넥타이, 어깨엔 무궁화(경위) 견장. 대학시절부터 경찰 되기를 꿈꿔온 예비 여성 경찰간부들에겐 푸른 빛이 감돈다. 경찰 조직에서 최고 엘리트 코스로 꼽히는 경찰대학 문을 나서는 여학생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하긴 4년 교육과정이 평범한 여학생을 경찰로 만드는 것이니 당연하다. 엄격한 규범과 규율을 중시하는 학교 특성상 적응하기란 만만찮을 텐데…. 홍조를 띤 이들의 표정에는 오히려 순수함과 맑은 미소가 넘쳐 난다.

최근 열린 경찰대학 제20기 졸업 및 임용식에서 여학생들이 1,3,4위를 차지했다. 공부면 공부, 체력훈련이면 훈련, 남성보다 더 강한 정신력, 그리고 애국충정이 빛을 발하는 여성 파워의 한 단면이다.

이제 경찰간부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경찰대 여성 졸업생 김재원(22ㆍ법학과), 정연희(23ㆍ법학과), 김현주(22ㆍ행정학과) 경위로부터 일과 꿈, 그리고 대학생활에 대해 들었다.




경찰대학을 졸업하는 김재원, 정연희, 김현주 (왼쪽부터)경위. /사진=한승진 기자



◈ "여자라서~" 식의 시선에 부담

-4년간 경찰교육을 받으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김현주: 여성이라는 점이 일단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이 점은 일선 경찰서에 근무하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경이라는 것은 한편으론 여성의 부드러움과 섬세함을 갖춰야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론 경찰로서 강직함과 철저함을 지녀야 한다. 두 가지 특성을 조화롭게 이끌어간다는 것이 애매하면서도 무척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정연희: 일단 여경을 바라보는 외부 시선의 판단 기준이 이중적이기 때문에 생기는 어려움이 많다. 남학생들과 똑같이 훈련을 받지만 여자들에 대한 편견은 항상 따르기 마련이다.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여경들의 경우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업무를 보고 당직을 서는데 더 열심히 일 하고 더 활기차게 일하면 ‘너무 튄다. 여자가 너무 나선다’는 핀잔을 받을 때가 많다. 여경을 바라보는 시선이 들쭉날쭉, 상황에 따라 바뀐다는 점이 가장 곤혹스러운 부분이다.

김재원: 훈련 중 남자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웃음)이다. 모창도 아니고 배 아래에 힘을 줘 굵고 우렁차게 구령을 붙여야 하는데, 발성 연습을 해야 했다. 또 식사 중에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여자라서 재잘 된다’는 식으로 바라본다. 또 걷는 것도 (남자와 보폭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아장아장 걷는다’며 씩씩하고 당당하게 걸으라는 주문을 받았다. 이젠 이런 지적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익숙해졌지만 남성식 문화에 여성이 맞혀가며 적응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라는 걸 몸소 실감했다.

-체력의 한계는 어떤가.



정연희: 고교시절에는 운동신경이 둔해 체육시간 마다 그저 남들이 운동하는 것 만 바라봤다. 중학교 때는 체력장 등급이 4급이었으니 ‘몸치’ 중 ‘몸치’ 였다. 그러나 경찰대에 입학한 후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합기도 2단을 딴 것이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다. 부모님이야 오죽했겠는가. 그런데 노력하니 안 되는 것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합기도 도복을 입고 남자들의 허리를 낚아 채 잡아 넘겼더니 정말 넘어가는 그 짜릿한 쾌감을 느끼며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각종 무술시범에 차출될 정도로 유명해졌다. (손바닥을 치며)정말 세상이 개벽할 노릇이다.

김재원: 남학생들의 체력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러나 훈련을 받을 때 남학생들에게 뒤지지 않으졀?최선을 다한다.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팔 굽혀 펴기를 하더라도 점차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면 동료들은 물론 강사들도 감동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악’과 ‘깡’으로 버티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 내면적으로 많이 성숙

-20대 초반의 꽃다운 나이인데 여성스러움에 대한 그리움은 없나.

정연희: 여성스러움은 내면의 아름다움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쳐다보는 눈이 있기 때문에 여경 후보생으로서 항상 단정한 용모를 갖추기 위해 거울 앞에 설 때가 많다. 그렇다고 화장을 매일 할 정도로 외모에 신경을 쓸 겨를은 없다. 한 번쯤 다리 예쁘다는 소리를 들어 봤으면 한다. 어릴 적에는 그런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좀 아쉽다. 요리도 배우고 싶다. 남학생 동?중에는 요리 잘하는 친구들도 많다. 그런 남자친구를 사귀면….

김재원: 다이어트를 해보고 싶다. TV에 나오는 청순 가련하면서도 ‘야리 야리’한 몸매의 여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경찰이라고 해도 솔직히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경찰대에 들어오면 일단 건강해지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말투도 점점 남성적으로 변한다. 성격도 다소 과격해진다. 여고 동창생들은 경찰같이 딱딱 끊어서 얘기한다고 놀린다. 여성으로서 아름다움을 가꾸는 것에 대한 동경심도 많지만 여경의 길을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 한적은 없다. 내면적으로 많이 성숙해졌다.



김현주: 한해 한해 지나다 보면 어깨가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어깨나 허벅지에 근육이 자리잡은 지 오래다. 건강과 체력에는 자신이 있다. 사실 4년간 몸매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아온 것을 요즘 느낀다. ‘몸짱’ 이라는 유행어가 있지만 아마도 내 몸매는 남성들 기준에 맞는 몸짱이지 여성으로서는 아닌 것 같다.(웃음) 대학을 졸업하고 일단 대학원을 진학할 예정이어서 학교에 입고 다닐 사복을 사러 최근 부모님과 함께 백화점에 간 적이 있다. 태어나서 이렇게 예쁜 옷이 많은 줄 처음 알았다. 올 5월에는 화사한 봄 드레스를 입어보고 싶다.

-남자 친구는

김현주: 4년간 미팅이라는 걸 딱 한번 해봤다. 쑥스러운 느낌이 들더라. 대학내에는 캠퍼스 커플이 많다. 졸업 후에 일선 경찰서에 나가 경찰대 선배와 결혼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재학시절 느끼지 못했던 사회생활에서의 심적 부담과 개인의 고민, 갈등을 겪으면서 같은 환경에서 교육받은 선배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의지하다 보면 정들고 결혼하는 것 같다. 학교에서도 캠퍼스 커플에 대한 거부감도 별로 없는 편이다. 주말엔 같이 손을 잡고 교문을 나서 영화를 보러 가거나 저녁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경찰대라고 엄격한 규율 속에서 딱딱한 분위기만을 상상한다면 착각이다. 이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웃음). 물론 일반 대학과 달리 엄한 학풍과 준수해야 할 행동규칙이 있는 특수 대학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캠퍼스 분위기는 밖에서 바라보는 것 보다 훨씬 자유롭다. 내가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때와는 학내 분위기가 많이 변했다. 1학년 당시만 해도 캠퍼스 커플이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혹시 소문이라도 나면 퇴학이나 경고를 받을 것 같은 썰렁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나 학생으로서 본분만 제대로 지킨다면 경찰대의 열린 캠퍼스 생활을 만끽할 수 있다.

◈ 남자들 세계 훤히 들여다 봐

김재원:(웃음을 참다 못해 입을 가리며) 내가 바로 캠퍼스 커플이다. 캠퍼스 커플도 나름대로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많다. 소문이 나서 결혼을 못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하지만 요즘엔 이런 소문 때문에 연애를 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 대학 4년간 함께 생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동기간에 우애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한 학년이 100명 남짓하니 그렇지 않겠는가. 동기 남학생들은 남성이라고 느끼지 못할 만큼, 말 그대로 그냥 친구다. 사실 남자들의 세계를 우리 만큼 잘 알고 있는 여학생들이 있을까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얼마 전 화이트데이에 현주가 러브 케이크를 받았다. 현주의 남자친구는 경상도 출신이어서 다소 무뚝뚝한 편인데 화이트데이 때 의외로 멋있게 사랑고백을 하더라. 모두들 시샘의 눈초리로 바라봤다.

난 동기와 남자친구와 사귄 지 1년 정도 됐다. 처음엔 친구로 알고 지내다 어느날 보니 연인사이가 됐다. 둘 다 이제 사회에 첫 발을 내딛게 된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계속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

정연희:나는 1년 후배와 캠퍼스 커플이 됐다는 것 때문에 가끔 별종으로 취급 받는다. 그 친구와 사귄 지 올해로 벌써 2년이 됐다. 합기도와 문학ㆍ연극ㆍ수화 동아리 등 다양한 취미활동 생활을 하다 보니 성격이 외향적이고 활달해 후배들과 잘 어울려 가며 바쁘게 살았다. 그러다 우연이 나보다 1년 후배지만 그 친구와 가까운 관계가 됐다. 처음엔 그냥 후배처럼 대했는데 감정이 연인 사이로 발전할지 몰랐다. 누가 사랑을 케미스트리(화학반응) 라고 말했는가. 내 스스로도 놀라운 일이었다. 이젠 연하남자를 사귀는 것이 별로 어색하지 않은 시대 아닌가 생각한다. 멋진 연애를 해 보고 싶다.

◈ 남다른 책임감, 공부 더 하고 싶어

-사회 초년 생으로 포부와 계획은.



김현주: 아직 나이도 어리고 여러모로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경찰대학을 졸업한 여경으로서 책임감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경찰의 계급 구조와 인사 등 조직체계 개선에 대해 관심이 높다. 앞으로의 꿈은 경찰청에서 경찰 인사ㆍ조직ㆍ기획부문을 담당하고 싶다. 운 좋게 졸업과 동시에 서울대 행정대학원에 진학하게 돼 2년 정도 공부를 한 후 일선 경찰서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다.

김재원: 4년간 경찰로서의 역량을 키웠지만 앞으로 책에서만 배운 이론을 과연 현실에서 얼마나 잘 적용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일선 경찰서에 나가 실습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모자라는 점이 많다는 것을 실감했다. 수사와 조사 분야, 과학수사 등에서 실전경험을 쌓고 싶다. 우선 8주동안 경찰종합학교에서 전술지휘 과정을 쌓고 경찰서로 발령을 받게 된다. 일선 서에서 근무할 생각만 해도 벌써 마음이 설렌다.

정연희: 범죄심리학 분야에서 일조하고 싶다. 우리 경찰 내에서 범죄심리는 아직 미개척 분야다. 4월부터 서울대 심리학과 대학원에 진학, 행동심리학 등 연구에 주력할 계획이다. 심리학 이론을 과연 어떻게 일선에서 응용, 수사기법에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공부해 보고 싶다. 경찰대에서 연구생활을 계속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일선 경찰서 생활은 잠시 미룰 계획이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 2004-03-3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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