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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 가구동호회 <생각을 담은 가구>
'삐뚤 빼뚤' 흥겨운 주말 목수, 세상에 하나뿐인 가구 만들기
초보 목수들… 동호인들에게 오프라인 공간지원, 여성참여 높아


봄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이맘 때면, 겨우내 썼던 잡동사니들을 정리할 만한 수납가구 하나쯤 집에 들여놓고 싶어진다. 하지만 기성품 중에서는 마땅히 마음에 드는 게 없어 직접 만들어볼까 싶다가도 ‘목재는 어디서 구하고 페인트칠은 어떻게 한담? 도면은 또 어쩌고…’ 이같은 고민이 떠오르면 선뜻 일을 벌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지레 겁먹고 포기하지는 말자. 기꺼이 초보 목수들의 길잡이가 돼줄 DIY가구 동호회 ‘생각을 담은 가구'가 있으니까.


- 한국판 ‘이케아’를 꿈꾸는 사람들



한 여성동호인이 나무에 본드를 바른 뒤 클램프로
고정시키고 있다.



건축설계사 김대영(39)씨가 실용적인 생활가구를 직접 만들면서 친목을 나누자는 취지로 2000년 11월에 개설한 ‘생각을 담은 가구'는 현재 회원 수만 1만5천여 명에 육박하는 큰 동호회로 성장했다. 동호회 사이트(http://cafe.daum.net/gounson)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회원들의 DIY작품 사진이다. 특히 마니아 작품집 게시판의 톡톡 튀는 작품들은 획일적인 기성품 가구에 익숙한 사람들의 눈을 휘둥그렇게 만든다. 체스보드 겸 탁자, 서랍이 달린 스툴, 주사위 모양의 조명 갓 등 독특한 아이디어 가구들은, 흔히 DIY가구라면 떠올리기 마련인 ‘MDF합판을 단순 조립해 만드는 제품’과 차원이 다르다.

‘생각을 담은 가구'에서 다루는 것은 작품사진뿐 만이 아니다. 공구 사용법, 재료 파는 곳, 가구 제작 팁 등 꼭 알아야 할 자료들부터 인테리어정보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평소 DIY가구 제작에 관심을 가져온 이들이라면 한번쯤 들러야 할 유용한 공간이 됐다. 2004년 2월에는 지금까지 축적된 자료를 갈무리해《뚝딱뚝딱 목공만들기》(영진닷컴)란 실용서로 묶어 펴내기도 했다.

합리적인 가격과 모던한 디자인 감각으로 유명한 스웨덴 가구회사 이케아(IKEA)를 본 따 ‘한국판 IKEA를 꿈꾼다’고 당당하게 밝히는 이 동호회의 매력 중 하나는, 초보 회원들이 직접 가구를 만들며 DIY가구 제작의 재미를 체험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 공간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현재 서울 송파, 목동, 인천, 경기 파주 등지에서 체험방이 운영되고 있는데, 그중 동호회 창립자인 김대영 씨가 운영하는 서울 송파구의 아이퍼 공방을 찾았다.

토요일 오후가 되면 공방에는 동호회 회원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공방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여가시간을 활용해 가구를 만들어보려는 직장인들이 많다. 목공 일이 힘들어 남성회원이 많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예상외로 여성회원들의 참여도가 높은데, 예전 같았으면 상당한 기술과 완력이 필요했을 공정을 전동공구가 대신해 주기 때문이다.

초보자들이 가장 먼저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머리속에 그렸던 가구의 모습을 각 부품별로 분해하고 모눈 종이 위에 옮기는 단계부터다. 입체와 평면 사이의 관계에 대한 감을 아직 잡지 못한 데다, 도면을 그려본 적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김대영씨의 도움으로 다들 도면을 그려내는 모습이다. 하지만 일단 도면이 정확하게 완성되면 가구 제작에도 속도가 붙는다.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만 투자하면 간단한 테이블 하나를 완성할 수 있을 정도다.

- 초보자도 이틀이면 테이블 하나 뚝딱

주말에 직업장에 나온 동호인들이 자기만의
가구를 만들기 위해 깎아내고 자르고 맞추기
에 여념이 없다. 돛단배를 형상화한 CD장.
아이디어와 디자인이 돋보이는 가구다.



이사 준비를 하면서 새 가구를 알아릿?마음에 드는 게 없어 고민하던 차에 선배 소개로 처음 공방 체험을 신청했다는 회사원 김진희(32)씨는 심플한 좌식 테이블 만들기에 도전했다. 그녀는 “생각보다 재미있네요. 무엇보다 일하는 동안 잡념이 안 생겨서 좋아요”하며 웃는다. 함께 작업하는 동료 회원들의 조언을 들으며 시행착오를 줄여 가는 것도, 공방체험의 날이 아니면 하기 힘든 경험이다. 김진희씨도 테이블 상판부터 사포질을 하다가, “상판의 뒷면까지 사포질을 하면 나중에 테이블 다리를 붙일 때 사이가 들뜨게 된다”는 동료 회원의 조언을 듣고 실수를 면할 수 있었다고.

이렇게 하루 공방체험을 신청하는 데 드는 회비는 1만원. 거기에 김진희 씨처럼 부피가 좀 나가는 탁자 종류를 만들 경우 재료비는 10만원 안팎이다. CD 장식장 같은 소품을 만든다면 2만원 선에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부대비용을 다 합친다 해도 시판되는 원목가구들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모양의 가구를 구할 수 있어 반응이 좋다.

올해 초부터 공방체험 행사를 알게 됐다는 회사원 이주원(32)씨는 첫 작품인 TV받침대 제작을 끝내고, 두 번째로 만들기 시작한 오디오 받침대의 면을 사포로 다듬고 있었다. 처음 만든 TV받침대 표면은 앤틱 가구 느낌이 나는 고동색 천연 페인트로 색칠했는데, 페인트 냄새 대신 향긋한 오렌지 향을 풍기는 것이 독특하다. 천연페인트는 두어 번만 칠해도 투명하고 예쁜 색감을 낼 수 있고 건조가 빨라 DIY가구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즐겨 쓰는 도료 중 하나다. 인체에 유독한 화학페인트와 달리 환경 친화적인 성분 때문에 어린이용 가구에도 종종 사용된다고.

공방체험을 해본 뒤에도 좀 더 다양한 가구를 만들어보고 싶다면, 3개월 분 15만원을 선납하고 월 회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6개월이 지나 연 회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면 12만원만 내면 된다. 현재는 온라인 상으로만 활동하는 회원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일단 본격적인 배움은 오프라인 교육장에 발을 디딜 때부터 비로소 시작된다는 것이 운영자인 김대영씨의 말이다.

작년까지는 동호회 내에 완성된 작품을 소개하는 데 치중했지만, 올해부터는 기존의 ‘e-정회원’ 외에 ‘e-활동회원’ 등급을 신설해 보다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6개월 당 1만원의 카페운영비를 내고 승급된 e-활동회원은, 다양한 가구를 만드는 데 필요한 도면을 서로 공유하며 오프라인 교육도 받을 수 있게끔 추진할 예정이다.

나만의 필요에 의해 설계한 기능이 DIY가구를 만들며 처음 꿈꿨던 모습 그대로 구현될 때, 사람들은 큰 희열을 느낀다. 게다가 가구를 만들며 뜻이 맞는 사람들과 교제도 하고, 만든 가구는 집으로 가져가 유용하게 쓸 수 있으니 일석이조 취미생활인 셈.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DIY가구 제작에 한번 도전해보자. 자유롭고 창의적인 DIY가구의 매력을 만끽하면서 ‘주말 목수’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고경원 자유기고가 aponian@hanmail.net


입력시간 : 2004-03-3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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