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라는 도화지에 내 이상을 맘껏 칠하고 싶어요"의대생 출신 미스코리아 진, 美 MIT 합격으로 새로운 나래"참 잘 자랐다"는 소리 듣는 맑고 건강한 '한국을 빛낼 인물'

[감성 25시] 금나나
"세상이라는 도화지에 내 이상을 맘껏 칠하고 싶어요"
의대생 출신 미스코리아 진, 美 MIT 합격으로 새로운 나래
"참 잘 자랐다"는 소리 듣는 맑고 건강한 '한국을 빛낼 인물'


“제가 ‘금발은 너무해’의 주인공 같다구요?”

이 말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귀여운 여자 금나나. 리더 위더스푼 주연의 영화 ‘금발은 너무해’에서 극중 엘르 우즈라는 여대생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아름다운 금발에 공부까지 잘하는 장학생이다. 게다가 그녀는 캠퍼스 캘린더 모델로 학교에서는 인기 ‘짱’이다. 부족할 것 없는 그녀가 어느 날, 금발에 대한 안 좋은 편견에 도전하듯 하버드 법대에 당당하게 합격한다. 금발은 멍청하다는 편견을 깨트리고 변호사가 된다는 재기 발랄한 영화 ‘금발은 너무해’의 엘르 우즈와 금나나는, 어쨌든 닮긴 닮았다.

금나나. 의대생 출신의 미스코리아 진 금나나는 ‘얼굴 예쁜 여자는 공부에 소질이 없다’는 편견을 단번에 깨트렸다. 그것도 모자라 전 세계 수재들과 겨루어 당당하게 MIT(메사추세츠 공과대학)에 합격했으니 경사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얼짱, 몸짱에 이어 두뇌짱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킨 그녀다.

- 강한 승부욕과 성취욕으로 '똘똘'

“천재적인 머리를 가진 사람은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전 평범한 두뇌에 노력형이예요.”

어떤 질문에도 주저없이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한다. ‘아니다’ 싶은 것에는 이의를 제기하고 미련 없이 등 돌리는 등 자기 주장도 확고하다. “미술학원 다닐 때, 동물원 그리는 것이 그날의 과제였어요. 선생님이 칠판에 그린 걸 보고 따라 그리라는 거예요. 저는 제 맘속의 동물원을 그렸어요. 선생님이 제 그림을 보더니 말을 듣지 않는다고 저를 때렸어요.”

나나는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다. 선생님의 그림을 따라 그리기는 개인의 개성을 무시한 획일적인 교육방식이었다. 어린 나나의 머리속은 복잡했다. 교육자인 부모님은 나나에게 언제나 하고 싶은 놀이를 하도록 선택권을 주었고, 공부도 강요하지 않았다. 자유 분방함 속에서 나름의 질서를 찾는 스타일이 몸에 익은 나나는 그림 그리기를 그토록 좋아했지만 미련 없이 미술학원을 그만두었다. “그후로 몬테소리 유치원에 들어갔어요. 거기 교육 시스템이 저에게 잘 맞았죠. 아침에 가자마자 하고 싶은 놀이를 선택해서 하는 거나, 자유로운 미술시간, 특히 도화지에 물감을 찍어서 자신이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 내는 놀이에 흠뻑 빠졌어요.” 나나가 찍어낸 물감은 그녀가 상상하는 세계로 인도해 주었다.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하얀 도화지라는 세상에 맘껏 색칠을 하며 원하는 세계를 만들어 나갔다.

“어릴 적 저는 할머니 손에 자랐어요. 눈에 선해요. 새벽녘 할머니 손을 잡고 시골버스를 타러가던 길이요. 외삼촌이 하는 과수원에 가서 설익은 사과도 따 먹고, 개울에서 물장구치며 개구리도 잡고 사내아이처럼 들판을 뛰어다니며 자연 속에 묻혀 자랐어요.”

그래서일까. 무슨 말을 시키든 서슴없이, 누구를 대하든 낯가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하는 태도가 때묻지 않은 순수한 아이 같다. 미스코리아 특유의 두꺼운 화장을 벗은, 껍질 벗긴 복숭아 같은 말랑말랑한 피부와 앳된 미소는 그녀를 한결 청순하고 풋풋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누구보다 승부욕은 강했다. “승부욕이 강해 관심을 받기를 원했어요. 그 덕에 질투심도 많았죠.”

금나나는 1남1녀 중 장녀다. 첫딸이라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 했을 법한 그녀는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유명한 학생이었다. 선생님이 한 학생만을 유독 편애하기라도 하면 불만과 서운함을 숨기지 않고 일기장에 써서 선생님을 민망하게 만들기도 한 당찬 아이다. 학교 회장은 남학생만 하도록 되어 있는 교칙에 불만을 품고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 잘못된 것을 따지는 똑 부러지는 전교 1등 짜리 맹랑한 아가씨를 누가 말리겠는가. 또 감히 누가 미워할 수가 있겠는가.

“목표에 도달 했을 때의 그 짜릿함 때문이예요. 그것이 제 삶의 전부였죠.” 누구나 한번쯤 겪는 통과의례인 사춘기를 자기 목표 달성 때문에 까먹고 지나간 나나. 부모와 갈등하기 쉬운 청소년기도 대화와 토론을 통한 의사소통으로 무리 없이 보낸 나나는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환멸을 느끼기 시작했다. “대학생이 되면 낭만적인 생활을 하는 줄 알았어요. 톰 크루즈 같은 멋진 남자와 연애도 하고 꿈같은 시간이 다가오는 줄 알았죠.”

장래희망이 요일 별로 바뀌었던 꿈 많은 변덕쟁이 아가씨에게 풔六煇걋?단조롭기 그지 없었다. 과거의 자신과는 다른 인생을 꿈꾸던 나나에게 어느 날 아버지는 미스코리아 지원서를 들고 오셨다. 그때부터 나나는 공부하느라 쪘던 살과의 전쟁에 들어간다. 체육 선생인 아버지는 직접 개인 교습을 시키며 몸매 단련에 나섰다. 그리고 놀랍게도 ‘미스코리아 진’이라는 영광을 한번에 쥐어 잡은 부녀. 전혀 다른 자신을 원했던 그녀의 꿈처럼 공부만 하던 나나와는 작별하고 한국의 미를 대표하는 금나나로 거듭 탄생한 것이다.

- 미스 유니버스 대회서 인생의 전환점

새로운 인생을 맞이한 나나에게 미스 유니버스 대회는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을 안겨준다. “외국에서는 미인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한 분야에서 성공한 여성으로 인식됩니다. 세계 대회에 참가할 경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한 사람의 미인을 만들어 내는 시스템이 운영되지만 우리는 뽑아 놓고는 방치해 둡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도요타 자동차 회사의 상당한 협찬이 있었어요. 정말, 부러운 일이예요. 우리에게도 이젠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때 만난 사람이 에기스 에듀케이션 대표 손희걸 대표다. 영어 인터뷰를 준비하다 만났다. “선생님이 없었더라면, 오늘의 금나나는 존재하지 않았을지 몰라요.” 금나나에게 그는 후견인과도 같은 존재였다. 의상 협찬부터 시작해 미스 유니버스에 참가하기까지 모든 지원을 아낌없이 해준 손희걸 대표야말로 진정한 애국자라고 금나나는 말한다. “국제 무대에서 한국인의 위상을 살리는데 도움을 주신 분이죠. 아무런 준비 없이 참가하는데 의의를 두기는 싫었거든요.”

금나나는 2003 미스유니버스 글로벌 퍼스낼러티 상을(GB Personality) 수상했다. 그때 또 새로운 인생을 설계했다. “한국을 떠나보아야 나라의 소중함을 안다고 하잖아요. 한국이란 나라가 세계 속에서 얼마나 훌륭한 나라인지 알리고 싶었어요.” 오기가 생긴 나나는 돌아오자마자 목표를 세웠다. 한국을 세상에 알리자는 것이다. 학생 신분의 미스코리아라는 자격만으로는 부족했기에 과감히 미국 유학을 결정했다. 국제 의료기관이나 세계보건기구에 진출해 여성 총수가 되는 것, 이것이 나나의 꿈이다.

혹 ‘내 딸도 금나나처럼 만들어야지’하며 잘 크고 있는 당신의 딸을 억압할지 모른다. 확실한 건, 그렇게 해서는 절대로 금나나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자유를 주고, 늘 관심을 갖고 아이를 관찰하다 소질과 개성을 찾아 살려주는 것, 그게 바로 세계에서 자랑하는 딸을 얻는 비결이다.

유혜성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04-06 22:12


유혜성 자유기고가 cometyo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