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천지 타워팰리스의 냉장고, 스타슈퍼의 특별한 웰빙

허걱! 저게 구스리버고 와인이 1000만원…
별천지 타워팰리스의 냉장고, 스타슈퍼의 특별한 웰빙

강남특별구 중의 특별구 타워팰리스에서는 슈퍼마켓도 특별하다. ‘강남, 1년 물값만 1,500만원’, ‘타워팰리스, 주민 입맛도 최고급’이라는 언론 표현처럼 넓게는 강남, 좁게는 타워팰리스 주민의 식생활을 얘기할 때 ‘스타슈퍼’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손님이 된 지 오래다. 그래서 그 이름도 ‘스타 슈퍼’(www.starsuper.co.kr)인가….

스타슈퍼는 일단 자연친화적인 삶을 지향하는 웰빙족과, 다른 어느 곳에서는 찾을 없는 최고급을 찾는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들이 주로 찾는 강남의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서민들에겐 신기루와 같은 최상류층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각적, 미적 환상을 자극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 970평에 세계 귀족식품 총집결

4월16일, 각 나라별 진귀한 식재료를 총집결해 놓은 듯한 스타슈퍼에 들어섰을 때, 때깔 좋은 시설의 위용과 형형색색의 고급 수입 명품에 정신에 팔려 “Oh, good~!”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왔다. 970 평 규모의 매장에는 요리책에서나 구경해봄 직한 다양한 식재료가 진열돼 있었다.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 각 나라별로 유명한 올리브 오일과 향신료, 명품 치즈, 드레싱류, 양념 소스 외에도 최고급 와인 700여 종이 갖춰져 있다. 요리에 웬만한 조예가 없다면 이름조차 들어보기 어려운 것들이 수두룩하다.

겉보기에는 신세계, 롯데, 현대 등 유명 백화점의 식품 매장과 흡사하다. 일반 아파트 주변에 들어선 슈퍼라기보단, 백화점 식품 매장의 축소판에 가깝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1월 17일 문을 연 스타 슈퍼는 신세계 백화점에서 운영하는 매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이점도 있다. 백화점 명품 중에서 최고급 상품이나 재료를 엄선했다는 것과 이 곳에서만 유일하게 구할 수 있는 명품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과연 한국에서 어필할 수 있을까’ 싶은 고급 아이템의 테스트 매장의 기능을 하는 곳이 바로 여기란다.

“저희 매장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고급 상품이 많다는 게 이곳의 최대 강점이죠. 콩나물 한 봉지, 조미료 하나도 예사롭지 않은 게 많죠. 그 덕에 스타슈퍼가 지난해부터 수입 글로세리(grocery)에 치중한 차별화 전략을 편 이후 강남 등지의 고급 상점에서 이를 앞다퉈 벤치마킹 하고 나서지만요.”신세계 백화점 홍보실 김자영 대리의 말이다.

- 마린워터, 먹는 물도 다르다

값비싼 명품으로 치자면 단연 와인이 눈에 띤다. 자동차의 롤스 로이스와 자주 비교되는 올드 빈티지 와인 ‘샤또 페트루스’(1985산, 365만원), 수집가들이 선호한다는 ‘보르도 와인 4종 세트’가 1,000만원이라니 듣기만 해도 입이 떡 벌어진다.

‘좋은 와인에는 또 좋은 안주’라고 유럽산 명품 치즈류도 70여 가지나 갖춰져 있다.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구스리버(거위 간)와 ‘홀블랙 윈터 트러플’(송로버섯)은 14만~16만원 선으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자극한다.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먹는 물’도 남다르다. 바닷속에서 퍼올린, 2ℓ에 1만5,000원이나 하는 해양 심층수 ‘마린 파워’나 유기농 녹차(500ml, 3,000원), 북한에서 국보로 지정됐을 만큼 유명한 북한산 먹는 샘물 탄산수 ‘강서 청산수’(350 ml, 2,500원) 등이 잘 나가는 품목이다.

이러한 상품의 소비에 “돈 있다고, 너무 사치하는 거 아냐”하는 비난이 고개를 들기도 한다. 어차피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품목에 그처럼 많은 돈을 들이는 게 아깝지 않나 해서. 그러나 매장을 안내해주던 스타슈퍼 영업팀 명찬진 대리는 말한다.

“타워팰리스 사람들이라고 모두 고급품으로만 소비한다는 건 오해에요. 물론 서민들에겐 2ℓ에 1만5,000원이나 하는 생수를 먹는다는 게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지만, 식수로 그렇게 마시는 게 아니에요. 하루 2~3잔씩 혈액순환 등을 위해 건강음료로 생각하고 마시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와인의 소비 패턴 역시 마찬가지란다. 가공물 부문 판매책임자 홍수행씨는 “와인 소비의 70~80%는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3만~4만원 대 와인이에요. 1만9,000원에 판매되는 칠레산 와인도 반응이 좋죠. 30만, 40만원 이상 가는 고급 와인은 한 달에 10개나 팔릴까 말까 해요.”

그러나 역시 ‘특별한 고객’에 대한 예우는 남다르다. 고객이 구매한 와인은 12~13도의 개인 전용 냉장고에 보관해 주고, 식당가 입구에는 손 소독기를, 쇼핑 카트 옆에는 물티슈를 비치해 뭔가 다른 고품격 쇼핑을 즐기고 있다는 자부심을 들게 한다.

- “비싸도 좋다” 유기농식품 불티

‘웰빙’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기 전에 선보인 ‘유기농 코너’는 스타 슈퍼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100% 국산콩을 깨끗한 물로 정성껏 길렀다는 무농약 품질인증 콩나물인 ‘물맛에 반한 콩나물’은 300g에 1,400원, 친환경 유기농산물로 만들었다는 ‘유기네 김치’는 500g에 6,600원, 무농약 오이와 풋고추(150g)는 각각 2,600원과 3,2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야채를 고르던 한 30대 주부는 일반 야채코너에서 애호박을 골랐다가, 이내 친환경 코너에서 유기농 제품으로 바꿔 가져갔다. 유기농 제품은 1개 2,900원, 일반 제품은 1,980원. 대체로 일반 제품보다 유기농은 20~50% 이상 비싸다. 그러나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친환경 농산물의 가치를 중시하는 듯 했다.

스타 슈퍼를 찾는 고객들이 1회 쇼핑 금액은 평균 2만7,000원. 위치의 특성상 고객 상당수가 바로 위층이 살고 있는 타워팰리스 주민들이라 한 번에 많이 구입하기보다 그때그때 필요한 상품을 사가는 편이다. 스타슈퍼가 ‘타워팰리스의 냉장고’라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기를 동반한 젊은 부부, 노부부 등 가족 단위로 쇼핑하는 고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반면에 타워팰리스에 살아도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가까운 스타 슈퍼를 두고, 부근의 할인점 등을 이용하는 알뜰파 주민도 적지 않다. 타워팰리스 주민 조모(39ㆍ여)씨는 “스타 슈퍼에는 고급품 위주라 저렴한 생필품 구입을 위해 자주 인근 할인점이나 백화점 마트를 찾는다”고 말했다.

부자 동네라 ‘가격’은 열외로 칠 것이라는 건 천만의 말씀이다. 이 곳 역시 매주 한정 기획으로 20~50% 인하된 가격에 판매하는 특가상품에, 고객들의 손길이 몰린다고 한다. 명 대리는 “저가 상품의 비중을 점차 늘리고 있는 추세”라며 “스타 슈퍼만의 고급 상품을 제외하곤 (일반 매장에서 볼 수 있는) 국산 글로세리는 똑같거나 오히려 싼 가격을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4-04-22 14:12


배현정 기자 hjbae@hk.co.kr